겹치는 악재, 위기의 한국GM
겹치는 악재, 위기의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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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유럽 철수·리콜까지 ‘총체적 난국’

 최근 한국GM의 분위기가 상당히 흉흉하다. 우선 작년부터 업계에 돌기 시작한 ‘한국 철수설’이 아직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유럽 ‘쉐보레’ 브랜드 철수 관련 비용을 한국GM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도 상존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일부 차량에 대한 리콜도 실시하게 됐다.

▲ 쉐보레가 유럽 시장에서 출시하기로 하면서, 유럽 물량 90%를 책임지고 있던 군산공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군산공장 인근 부두서 선적을 기다리는 쉐보레 크루즈 ⓒ뉴시스

희망퇴직 완료하고 “구조조정 없다”…노조는 ‘불안’
한국GM, 쉐보레 유럽 시장 철수 ‘불똥’…비용 부담
‘설상가상’ G2X 점화장치 결함 리콜 문제까지 터져

현재 한국GM은 무엇보다 ‘구조조정’의 위기감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 16일 한국GM은 지난 2월 7일부터 3월 10일까지 희망퇴직자를 접수한 결과 모두 194명을 최종 퇴직자로 처리해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완료 ‘더 이상 구조조정 없다’?

원래 한국GM은 이번에 사무직 및 일부 생산 감독직 직원 약 6,000여 명 중에서 250명 이상의 인원을 감축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인원이 200~300명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 희망퇴직을 신청한 인원수가 예상에 크게 못 미치자 한국GM 측은 기간 연장까지 감행하며 크게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약 열흘 동안 늘린 연장 기간 동안 신청한 추가 인원은 40~50명 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희망퇴직은 사측 입장에서는 그다지 만족할만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중평이다. 실제로 한국GM 측이 희망퇴직 신청기간을 연장했을 때 노조 측에서는 “미래 성장방안 계획 없이 단행하는 희망퇴직은 한국GM이 축소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희망퇴직 신청 기간 연장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희망퇴직에 대한 문의가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직원들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추가로 제공하기 위해 신청 기간을 연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이번에 한국GM이 실시한 희망퇴직은 2002년 대우자동차 인수 이후 네 번째로 실시한 것이다. 이번 희망퇴직자는 50대 이상 직원들이 절반을 차지했다. 주로 정년퇴직을 2~3년 정도 밖에 남겨두지 않은 직원이다.

▲ 한국지엠이 겹치는 악재에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사진은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 ⓒ뉴시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젊은 연령층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GM 측에 따르면 전체 희망퇴직자 가운데 30대 이하가 25%, 40대 직원도 25%나 차지했다.

한편 이번 희망퇴직은 2012년 당시 단행됐을 때보다는 처우가 대폭 개선된 내용으로 진행된 것이 큰 특징으로 꼽힌다. 2012년 당시 희망퇴직을 진행했을 때에는 근속년수에 따라 최대 2년 치 연봉이 지급됐다.

그렇지만 올해 희망퇴직부터는 1989년 이전 입사자에 대해서는 3년 치 연봉을, 1999년~2010년 사이에 입사한 직원에 대해서는 2년 치 연봉을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로 자녀학자금이 2년 동안 지원된다.

한국GM 측은 희망퇴직 신청 절차가 기간을 다소 연장하기는 했지만 커다란 물의 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마무리되면서 신청자들의 퇴사 절차도 3월내로 신속하게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럽 시장 철수로 군산공장 ‘직격탄’

업계에서는 이처럼 한국GM이 희망퇴직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회사 전체 규모를 가급적 축소해 운영비용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여전히 구조조정 및 감원설에 대한 전망도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한국GM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불안감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어수선한 회사 내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직원들과의 온라인 대화를 통해 “2015년 말까지 한국GM에서 희망퇴직을 추가적으로 실시하는 일은 없다”고 단호하게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호샤 사장의 발언은 ‘희망퇴직이 상시적으로 실시되는 것 아니냐’라는 직원들 간의 오해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업계에서는 “앞으로 한국GM이 세르지오 호샤 사장의 장담대로 운영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무엇보다 최근 GM본사가 2015년까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현재 한국GM이 생산하는 수출량 중 약 30%가 사라질 전망이 대두되며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GM 측은 구제금융 졸업을 계기로 “앞으로 경쟁력 강화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명목으로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GM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바로 쉐보레 브랜드 유럽 전체 수출 물량 가운데 90% 이상을 한국GM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2011년 3월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지 정확히 3년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현재 한국GM은 유럽에 수출하는 쉐보레 물량을 주로 군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GM이 전격적으로 유럽 철수 방침을 내리면서 군산공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한국GM 군산공장 노사 양측은 현행 주간 2교대는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시간당 생산 대수를 기존 54대에서 35대로 약 35% 감축해 운영하자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와 아울러 노사는 생산직 근로자 2,200명 가운데 비정규직 1,100명을 대상으로 휴직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휴직 기간은 총 9개월로 이 가운데 3개월은 유급 휴직이며 나머지 6개월은 무급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또한 노사 측은 생산량이 감축되면서 군산공장 인력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아울러 군산공장의 생산성이 크게 감소하면서 향후 직원들의 임금 수준을 어떻게 다시 설정할 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심도 있게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국GM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럽 수출물량 감소에 따른 대안 제시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안으로 인해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노조 측은 오는 4월 임금 및 단체협약에 돌입할 예정이라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유럽 철수 비용도 전부 떠맡아

한국GM이 맞이한 시련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GM을 관할하는 GM 해외영업본부는 최근 한국GM이 운영하던 유럽의 쉐보레 판매법인 15곳도 철수하며 철수 비용 명목으로 약 6억2,100만 달러(약 6,644억 원)를 손실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GM이 운영하던 유럽의 쉐보레 판매법인 15곳도 철수하며 철수 비용 명목으로 약 6억2,100만 달러(약 6,644억 원)를 손실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철수의 비용을 떠안은 것이다 ⓒ뉴시스

브랜드 철수 관련 비용을 한국GM이 거의 전부 부담하게 된 것이다. 한국GM은 쉐보레 유럽 공급분 가운데 약 90%를 생산하고, 유럽 내 쉐보레 판매법인을 운영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유럽 판매법인은 전부 한국GM 소유이기 때문에 유럽에서 쉐보레 판매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해는 한국GM이 처리하는 게 타당하다”라며 “당장 철수 비용에 부담이 따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력을 더욱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는 “GM 본사가 여러 이유로 한국GM을 달갑지 않게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특히 통상임금·노사갈등·높은 수준의 임금 등 주로 고비용을 둘러싼 문제로 한국 내 생산량을 줄이려는 현상이 더욱 노골적으로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어두운 전망은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 되고 있다. 실제로 GM 본사는 이미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의 차세대 모델을 한국에서 제외하고 해외 공장에서 만들기로 결정했다. 또한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차 ‘아베오’의 후속모델에 대한 생산 계획도 취소된 상태다.

또한 지난해 2월 “한국에 5년간 8조원을 투자하겠다”며 발표한 ‘GMK 20XX’ 프로젝트는 통상임금 이슈 등을 이유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GM은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연산 500만대 규모로 늘리는 계획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그만큼 한국GM의 위기 체감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신차 출시를 앞당겨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년에나 신차 출시가 계획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한국GM을 둘러싼 근심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콜 문제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지난 3월 17일 국토교통부는 “한국GM의 G2X 60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점화스위치 결함으로 시동이 꺼지거나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을 위험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에 실시하는 리콜 대상은 2007년 4월 26일~5월 30일 제작 또는 수입된 G2X 차량 60대다. 이는 지난 2월 GM 본사 측이 “점화장치 결함으로 북미에서 160만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리콜 대상 차종의 문제점은 엔진 시동 후 점화스위치를 고정하는 힘이 약해 주행 중에 충격을 받으면 스위치가 ‘온(ON)’에서 ‘액세서리(ACC)’ 또는 ‘오프(OFF)’ 위치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동이 꺼지거나 에어백 또는 전기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GM은 3월 17일부터 결함 현상과 주의사항을 알리는 리콜 사전 안내문을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발송했다. 한국GM은 리콜 시기에 대해서는 부품 수급 일정을 고려해 리콜 시기를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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