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돼지 저금통을 처음 고안한 창조적인 실업가 성진화학 김선권 대표
통상 돼지저금통하면 으레 빨갛게 부풀어오른 복스러운 몸집의 까만 눈웃음이 인상적인 저금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을 깨고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돼지 저금통을 만들어 동전이 쌓여가는 재미를 눈으로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 이가 있으니, 그는 바로 성진화학(부산 동구 좌천동 소재)의 김선권(ksks2718@naver.com) 대표이다.
◇ 실명제에서 착안, 투명 돼지 저금통 개발
김선권 대표와 플라스틱의 인연은 올해로 12년째 접어든다. 고향이 의령인 김대표는 고등학교를 마치자 마자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고, 군 전역 후 본격적으로 플라스틱과 함께 삶을 꾸려 나갔다.
처음 사출공장의 공장장으로 시작한 김대표는 1990년 현재의 공장을 설립했다. 물론 처음부터 저금통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플라스틱을 이용해 여러 가지 생필품을 제작, 생산해오다 지난 97년 맞닥뜨린 외환위기에 붐이 일었던 금모으기와 저축바람에 힘입은
김대표는 금융실명제에서 착안, 마침내 안이 보이는 투명한 저금통을 개발 ․ 제작하였고 그 결과는 몹시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반짝, 빛이 나는 노랗고 빨간 투명한 돼지저금통은 개발 당시부터 대단한 인기를 끌어 모았다.
◇ 국가 경제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세심함을 갖춘 김선권 대표
김대표가 주문을 받아 찍어내는 저금통은 평균 1년에 200만개이며, 지난 대선 때에는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희망돼지를 30만 마리나 납품하는 실적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작은 문방구에서나 겨우 찾아 볼 수 있었던 돼지저금통의 전성기를 찾아준 장본인이 바로 김대표가 아닐까.
저금통으로 태어난 돼지의 전성기를 찾아준 자신에게 흐뭇해하며 활짝 웃는 김대표의 모습에서는 서민들 삶의 소박한 즐거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어 김대표는 처음 투명 돼지 저금통을 제작하여 생산하던 당시 여러 아르바이트생들이 저금통을 떼어 길거리나 백화점 앞에서 팔고는 했는데, 그 때 팔려나간 저금통의 개수가 놀라울 만큼 상당한 양이었다고 전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투명돼지저금통을 만든 데다 그 호응도 대단했으니 특허를 내어 더한 부가가치를 올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허청의 입장은 그와 상이한 것이어서 저금통은 특허의 대상이 아니니 그냥 만들어 팔면 된다는 대답으로 일축했다는 후담이다.
그러나 특허 출원에 대하여는 별다른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는 김대표는 <파리의 연인>을 통해 인기를 끌었던 커다란 함지박만한 돼지 저금통도 만들었는데,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그저 장식용으로만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보편적인 경제 관념에 따라 돈은 돌고 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커다란 저금통 안에 쌓여있기만 하면 국가 경제라는 거시적 안목에서 볼 때 크나큰 손해라는 것이다. 작은 저금통보다 단가가 높은 큰 저금통이 많이 팔려나가면 사업가로서 더 나을 법도 한데, 국가 경제까지 염려하는 그의 마음이 저금통으로 거듭난 돼지의 푸근한 웃음만큼이나 따스하다.
◇ 200여 종의 생필품을 생산하는 성진화학
성진화학은 저금통 뿐만 아니라 옥도마, 빨래판, 지압용품, 음이온 팔찌와 목걸이, 금 ․ 은매트 같은 생활용품에서 탬버린, 피리, 건설용품 등 200여 종의 물품을 생산하며, 그 중에서도 저금통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30%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성진화학에서 생산되는 저금통의 판로는 전국구로서 문방구뿐만 아니라 보험사, 은행, 기업의 판촉물 수주도 쇄도한다. 중국산 저가의 제품이 판을 치는 이 시대에 그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까하는 염려와 달리, 단가가 싼 데다 안은 비어있지만 부피 때문에 물류비가 많이 나오는 저금통은 중국산 제품이 들어올 수 없는 영역에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김대표가 고안한 쿨매트는 우리 전통의 죽부인을 바닥에 깔 수 있도록 만든 형태로, 땀이 차지 않고 통풍이 용이하여 오랜 시간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들의 욕창 방지에 제격이다.
◇ 꾸준한 연구를 통해 발전을 거듭할 수 있기를..
더 이상 돼지 저금통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김대표는 현재 시장 조사를 통해 꾸준히 수요를 파악하며 차별화된 고부가가치적인 제품의 개발에 열성을 쏟고 있다. 그 연구 성과 중 하나로 다가오는 봄에는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데, 꽃향기가 나는 제품이 바로 그것. 쌓여가는 동전을 바라보는 쏠쏠한 재미에 꽃향기까지 선사한다니, 실로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생산 준비를 마치고 올봄 대박을 예감하는 김선권 대표의 얼굴에 당찬 포부와 희망이 서려 있다. 김대표의 꾸준한 연구를 통해, 계속하여 생활 속 작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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