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여야가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24일이 핵안보정상회의 이전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며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한편, 민주당은 방송법과 기초연금법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 “오늘 오후까지 통과돼야”
새누리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재차 촉구하는 한편, 민주당이 방송법과 연관시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매섭게 비난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원자력방호방재법을 회의 전에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만큼 야당이 법안 처리에 함께 해주길 간곡히 다시 한번 당부한다”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 법이 아무런 상관 없는 방송법과 연계돼 처리가 안된다는 사실을 국제회의에서 만천하에 알리는 것은 새정치를 한다며 창당 과정을 밟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도 피해야 할 일”이라며 “이제 여야는 국민을 위한 한배를 탄 심정으로 국익과 민생에 대한 정치의 도리를 다해야만 또 다른 신당세력이 안 나오고 양당정치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제 여야 대표들이 모여 협의를 마치고 늦어도 오늘 오후까지 본회의를 열어 이 법이 통과돼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마지막 순간이라도 핵테러방지법과 복지3법 처리를 해보자는 심정으로 주말에도 야당 지도부와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론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안전법과 방호법은 지난 정기국회 때부터 협상의 최우선 순위에 있었던 법안들”이라며 “이제 와서 야당이 정부·여당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관계 장관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핵테러방지법은 국익과 안보에 관한 일”이라며 “이런 사안을 민생과 아무 상관도 없는 방송법과 연계를 시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우리 야당”이라고 날선 비난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러고도 새정치 운운할 자격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위한 새정치인가”라며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것이 새정치라면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기준 최고위원 역시 “원자력방호법은 대승적 차원에서 오늘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여야가 합의만 하면 오늘 오전이라도 담당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속전속결 처리가 가능하다”라면서도 “야당은 방송사에 노사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포함해 다른 법안과의 일괄 처리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장에 입장하기 전까지 원자력방호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가 위신이 흔들리고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야당이 끝까지 국익과 국민이 원하는 바를 외면한 채 계속해서 정쟁을 이어가고 편협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결국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민주당이 결심만 하면 1시간 이내로 국회에 의결이 가능하다”며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민주 “방송법, 기초연금법 동시 처리”
반면 민주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이기심 때문”이라며 방송법과 기초연금법이 동시에 처리되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자력방호방재법에 대한 새누리당 정권의 태도를 보면서 참 몰염치한 정권이라 생각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 책임은 티끌만치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직 야당에게만 책임전가 하는 데만 골몰하는 모습은 몰염치함을 넘어서 비겁한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전 원내대표는 “원자력방호방재법이 그토록 대통령 체면에 중요한 것이라면 공정방송법도, 민생 관련법도 같이 처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국가 체면이 달려 원자력방재방호법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 공정방송법을, 또 민생법을 진돗개정신으로 물어뜯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원내대표는 “우리는 당장이라도 원샷, 원포인트 처리할 의사가 분명히 있다”면서 “정부여당은 야당을 겁박만 할 게 아니라 양보하는 태도를 보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은 오직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이기심 때문에 그런 것이고, 특히 편파 왜곡 방송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며 “원자력방호방재법과 방송법, 기초연금법을 동시에 처리해서 민생도 살리고, 의회주의도 살리고, 대통령 체면도 살리는 1석 3조의 현명한 선택을 해줄 것을 새누리당에게 다시 한 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야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 통과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이것은 여야가 이미 합의한대로 방송법을 통과한 민생법안과 함께 통과시키면 될 문제”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민생법안을 통과시키는데 반대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새누리당에게 묻고 싶다”며 “새누리당에 진정성 있는 결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늘이 D-DAY…막판 타결 가능할까
이날 저녁 박 대통령은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의 개막연설을 한다. 여당은 이 전까지 원자력방호방재법을 처리하면 2012년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현재 여야가 합의만 하면 미방위 법안소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속전속결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는 주말간 각각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 전병헌 원내대표와 통화 등 물밑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이 함께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 민영 방송사의 편성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꾸리도록 하는 강제조항 등을 두고 여야간 의견 대립이 지속되고 있어 막판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이 법안이 통과될 때와 통과되지 않을 때를 가정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각각 별도로 준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