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맹우 울산시장이 임기 3개월을 남겨 놓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은 3선 자치단체장으로,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굳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임할 이유가 없었던 것.
더욱이, 박 시장은 지난 21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7월 30일 울산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다고 한다면 보선에 나서기 위해 시장직을 사임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즉,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3개월 남은 임기를 채우지 않고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이었다.
박 시장은 덧붙여 “나라를 위해 울산을 위해 국회와 중앙무대에서 더 큰 일을 해야 한다는 많은 시민의 권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광역시장 12년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에 가서 국회가 제 몫을 다하는데 일조하고 또 중앙차원에서 울산의 끝없는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이처럼 재보궐선거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 시장직까지 사퇴하는 강수를 두자, 지역 정가에서는 중앙당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재보선과 관련한 사임 결정은 전적으로 혼자 내린 결정으로 중앙당과 전혀 상의가 없었다”며 “공천이 안 되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본인의 조기사임이 본의 아니게 시장 후보로 나선 윤두환, 김두겸 예비후보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대단히 죄송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두환, 김두겸 예비후보에게 사과의 뜻을 표한 이유는 이렇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울산시장 선거에 이들 두 예비후보 외에도 현역 국회의원인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과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박맹우 시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다는 뜻을 밝힌 만큼, 사실상 박 시장은 보궐이 생기기 위해 김기현 의원이나 강길부 의원을 경선에서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정 후보 지지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24일 논평을 내고 선관위에 김기현-강길부 의원과 박맹우 시장 사이에 어떤 뒷거래가 있었는지 밝힐 것을 촉구했다. 김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현직 시장이 아직 후보가 정해지지도 않았고 따라서 보궐선거가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명시적으로 보궐선거 출마의사를 밝혔다”며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에서 비롯된 중대한 선거법 위반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새누리당 소속인 현직 시장이 사퇴하고 나서 역시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소속인 특정 후보가 경선에서 시장 후보로 당선되고, 다시 공석인 그 자리를 사퇴한 현직 시장이 꿰차고 들어간다면 새누리당 내에서 회전문식으로 선출직을 주고받는 아주 나쁜 행위”라며 “만약 이들 사이에 울산시장직과 국회의원직을 놓고 어떤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면 울산시민을 속이면서 매관매직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