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사, 대형 건설사들의 ‘봉’?
지하철 공사, 대형 건설사들의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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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12곳, 대구지하철 3호선 공사 시 구간 ‘나눠먹기’ 발각
▲ 대구지하철 3호선 운행 모습. 일부 대형 건설사 12곳이 담합해 대구지하철 3호선 공사 시 전 구간을 ‘나눠먹기’ 식으로 낙찰 받아 사실상 공사를 독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제공

일부 대형 건설사 12곳이 담합해 대구지하철 3호선 공사 시 전 구간을 ‘나눠먹기’ 식으로 낙찰 받아 사실상 공사를 독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대형 건설사들의 ‘독식 행위’로 인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 건설업체는 총 8개 공구로 나눠 진행된 공사에서 건설비가 가장 적은 1개 공구를 낙찰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전 모의 후 ‘들러리’세워…최대 322억원 부당이익 추정
‘담합’ 탓 지방 건설사 설계 뛰어나면 낙찰 가능 ‘기회’ 박탈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시 입찰을 담합한 12개 건설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1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중 공구분할 합의에 직접 참여한 현대․대우․SK․포스코․GS건설․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대림산업 등 8개 대형 건설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8개 건설사는 2009년 4월 도시철도건설본부가 발주한 대구지하철 3호선 입찰 전 서울역 인근 음식점 등에서 영업팀장 간 회합을 가졌다. 이들은 공사구간별 참가 업체를 미리 나눠 입찰에 참여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건설사 관계자들은 전체 8개 공구 중 건설비가 가장 적은 제 7공구와 제 4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공구에 대한 낙찰 예정 회사를 미리 정했다.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들러리’로 세울 회사를 정하는 등 철저한 사전 ‘담합’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같은 ‘담합’ 결과 8개 건설사는 희망 업체가 없는 제 8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공구 중 7공구의 현대산업개발을 빼고는 모두 낙찰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GS․대우․대림․SK는 각각 자기 입찰 공구에서 신동아건설, 한라, 코오롱글로벌, 대보건설을 ‘들러리’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들 들러리 4개사는 일부러 품질이 낮은 설계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낙찰사를 도왔고, 그 대가로 나중에 낙찰사가 대형 공사를 따낼 때 공동사업자로 참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 ‘담합’ 탓 지자체 재정적자 부담 ↑

그 결과 ‘담합 낙찰사’의 낙찰가는 발주처가 공고했던 예정가의 96.1~98.4%였으나 담합 없이 ‘순수’하게 낙찰에 참여한 지역 업체의 낙찰금액 비율은 93%였다. 당시 공사의 총 사업비가 7000억원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대형 건설사들은 담합을 통해 최소 160억원, 최대 322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설계 75%+입찰가 25%의 비중으로 심사가 이뤄진 이번 입찰에서 낙찰가가 최대 98%에 육박하는 것은, 애초 정부와 지자체가 예상했던 금액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일반 건설 현장 입찰 시 예정가의 7~80%에 낙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공사 비용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담합’으로 인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적자 부담은 더 커졌을 것이라는 뜻이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 7공구를 낙찰 받은 지역 건설 업체의 경우 입찰 당시 담합에 참여한 한 대형 건설사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했지만 설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는 설계 비중이 높은 이번 입찰 심사 기준으로 미뤄, 자본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설계가 뛰어나면 낙찰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불공정한 담합을 통해 대형 건설사들이 뺏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공정위 “대형 건설사 담합, ‘고질적 관행’”

건설사들이 지하철 공사 시 담합으로 적발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번 담합에 적발된 12개 건설사 중 11개 건설사는 앞선 지난 2009년 1월에 발주한 인천 지하철 공사에서도 담합이 적발된 바 있다.

이번에 적발된 12개사 중 한라를 제외한 11개 건설사들이 모두 인천 지하철 공사 시에도 담합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점으로 미뤄 대형 건설사들이 도시 지하철 공사에서 계속적으로 입찰 담합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적발 사실을 알리며 신동권 공정위 카르텔 조사국장은 “공구별로 단 1개의 건설사만 들어올 수 있는 지하철 공사의 특성이 건설사들의 공구분할 담합을 유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건설사 담합 사실에 대해 ‘고질적인 담합관행’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앞으로 국가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공공입찰 담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이같은 ‘담합’ 관행의 근절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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