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씨에 대한 증거가 위조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이번 위조 사건의 주체로 국정원 요원들을 대거 소환 조사하면서 검찰과 국정원의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정원의 지시를 받고 증거를 위조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국정원 협력자’ 김 모(61)씨에 이어 국정원 대공수사국 권 모(52) 과장도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후 조사에 불만을 드러내며 자살을 기도한 사건으로 인해 국정원과 검찰의 대립 구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檢 의심 눈초리에 국정원 “요원들 한 순간 날조범 몰려”
檢, 윗선 수사 일단 ‘중지’…‘권 과장 사태’ 부담감 느끼나
지난 22일 자살을 기도한 권 과장은 국정원에서 27년간 대공 업무를 담당하면서, 무하마드 깐수 간첩 사건과 일심회 간첩단 사건 등 공안 사건을 주로 맡아온 ‘베테랑 요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과장이 주 선양 부총영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중국 문서 입수 과정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권 과장을 지난 19~21일 세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실시했다.
세 번째 조사가 실시된 21일, 권 과장은 조사 도중 검사와 격한 언쟁을 벌이다 오후 3시께 조사실을 나와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가 끝난 후 국정원 동료들에게 “검찰이 국정원 조직을 위조․날조의 공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남북 간 치열한 정보전쟁에서 우리가 졌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과장 “증거 위조 의혹 전환, 간첩·종북 승리한 것”
뿐만 아니라 권 과장이 남긴 유서에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유우성 씨의 간첩 혐의 사건이 증거 위조 의혹으로 전환된 것에 대해 “간첩과 종북세력이 승리한 사건”이라는 다소 강도 높은 표현까지 쓴 것으로 전해지면서 ‘검찰이 국정원이 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권 과장이 ‘검찰 수사’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며 자살을 기도하면서 검찰과 국정원의 이번 사태에 대한 갈등이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권 과장 사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하며 “대공 수사요원들의 헌신과 희생을 존경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으며 국정원 역시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대외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이 ‘위조 사실을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고 국정원은 ‘국가를 위해 일해온 요원들이 한 순간 날조범으로 몰리고 있다’며 검찰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권 과장의 사태가 알려지면서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머리(검찰)가 현장에서 뛴 손발(국정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국정원의 불만에 대해 국정원의 초법적인 정보 수집 활동 탓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과장 ‘의식불명’…국정원 ‘윗선’ 수사 난항
한편, 검찰은 자살을 시도한 권 과장이 중태에 빠져 아직까지 의식 불명상태인 점을 감안해 25일 국정원 대공수사팀 이 모 팀장을 소환 조사하려 했던 계획을 우선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국정원 직원들의 소환 조사도 당분간 최소화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권 과장의 일을 계기로 국정원 수사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국정원 대공팀의 ‘윗선’으로 꼽히는 이 팀장에서 소환 계획을 멈추고 있어 사실상 국정원 윗선에 대한 수사는 중단 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검찰은 일단 이같은 사태에 대해 “그 동안 수사과정을 다시 점검하겠다”면서도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국정원 윗선 개입 여부의 핵심 인물인 권 과장이 의식 불명에 빠져 있는 상태인 탓에 윗선 개입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