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일을 무시한 배짱 영업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던 농심 메가마트가 이번엔 내부거래로 구설수에 올랐다. 메가마트의 지난 한 해 내부거래율은 4.7% 수준으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메가마트 자회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메가마트, 농심 등과의 내부 거래율이 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 메가마트는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지분의 57.94%를 보유해 사실상 계열사에서 분리된 지주회사를 형성했단 평가를 받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내부 거래율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가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지분 57.94% 보유
그룹 내 또 다른 지주회사 형성…5개 계열사 체제
농심의 신춘호 회장은 지난 2003년 아들들에 대한 ‘경영승계 교통정리’를 마쳤다. 1999년 농심홀딩스를 주체로 한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을 나눠 가졌다.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메가마트의 최대주주가 됐다.
농심 가의 주식 현황을 살펴보면,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홀딩스의 주식 36.8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또 농심홀딩스는 농심의 주식 32.7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19.69% 보유하고 있어 2대주주다. 두 형제가 농심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다.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메가마트의 지분을 57.9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때문에 사실상 메가마트를 필두로 한 그룹 내 별도 지주회사체제를 형성했다는 평이다. 메가마트를 정점으로 호텔농심, 농심미분, 엔디에스, 농심캐피탈, 뉴테라넥스 등의 계열사는 농심홀딩스와 지분관계가 없다.
지난 13일 메가마트의 ‘2013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메가마트는 엔디에스(54%), 호텔농심(100%), 뉴테라넥스(67%), 농심미분(40%), 농심캐피탈(8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메가마트 내부거래 ‘심각’
메가마트는 △2011년 매출액 약 6,004억원, 영업이익 약 142억원, 당기순이익 약 94억원 △2012년 매출액 약 6,048억원, 영업이익 약 171억원, 당기순이익 약 95억원 △2013년 매출액 7,466억원, 영업이익 약 203억원, 당기순이익 약 96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 중 내부거래액은 2012년에 약 350억원(5.79%) 가량이고, 2013년에도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인 351억원인 4.7%에 불과했다. 메가마트 자체만 놓고 보면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자회사들이다.
메가마트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농심의 경우, △2011년 매출액 약 409억원, 영업이익 약 2억3000만원, 당기순이익 약 6억2000만원 △2012년 매출액 약 408억원, 영업이익 약 1억4000만원, 당기순이익 약 5억3000만 원 등을 기록했다. 이 중 내부거래액은 2011년 약 97억원(23.7%), 2012년 약 180억원(44.12%) 등으로 나타났다. 호텔농심이 농심이 소유한 부지에서 호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2012년 매출의 절반 정도는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메가마트 계열사 중 비교적 매출액 규모가 큰 엔디에스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판매 및 임대, 정보처리 및 정보통신서비스업, 정보처리기술에 관한 컨설팅 및 교육훈련 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엔디에스는 △2011년 매출액 약 733억원, 영업이익 약 16억원, 당기순이익 약 11억원 △2012년 매출액 약 749억원, 영업이익 약 14억원, 당기순이익 약 20억원 △2013년 매출액 약 903억원, 당기순이익 약 20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내부거래액은 2011년 약 290억원(39.5%), 2012년 약 317억원(42.3%), 2013년 약 316억원(35%) 등이었다. 3년 동안 35%가 넘는 내부 거래를 꾸준히 유지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메가마트의 손자회사격인 농심미분, 농심캐피탈 등의 경우는 메가마트가 아닌 농심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가루 생산 및 가공회사인 농심미분은 2011년에는 74억 원의 매출액, 11억 원의 영업적자, 2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67억 원의 매출액과 16억 원의 영업손실, 2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였다. 2013년에는 총 8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영업손실은 12억, 당기순손실은 19억이었다.
농심미분의 경우, 2011년엔 매출액의 99%가 농심에서 나왔다. 2012년에는70%가 넘는 49억원의 내부거래가 있었다. 2013년에는 37억의 매출을 농심과의 거래로 올렸다.
이처럼 높은 내부거래 비율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 게다가 농심미분은 약 215억 원 규모의 장단기 차입금의 보증을 농심으로부터 받고 있다. 자산 규모인 187억 원을 넘는 보증을 받고 있는 셈이다.

농심캐피탈은 △2011년 영업수익(매출액) 약 75억원, 영업손실 약 15억원, 당기순손실 약 11억원 △2012년 영업수익(매출액) 약 88억원, 영업이익 약 13억원, 당기순이익 약 10억원, △2013년 매출 약 89억원, 당기순이익 약 4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 중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비교적 낮았으나 호텔농심에서의 차입금액이 눈에 띈다. 호텔농심으로부터 2011년, 2012년, 2013년 각각 100억원, 85억원, 85억원씩 차입한 것. 재계에서는 신기술사업자 등에 투자해 매출을 올리는 구조로 보고 농심캐피탈의 현금 및 예치금이 2011년 약 32억원, 2012년 약 17억원, 지난해 약 1억원 등의 비교적 적은 금액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 밖 계열사, 이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13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결과’ 자료에 따르면 체제 밖 회사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 역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주회사 체제 밖 회사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9.53%에 불과했으나 지분율이 50% 이상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40.47%, 지분율이 100%일 경우는 내부거래 비중이 51.33%로 높아졌다.
당시 공정위는 “체제 밖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따라서 높아 ‘터널링’(부의 이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오너로의 부의 이전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