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율과 지방선거 - 두 마리 토끼 잡기 위한 술수?
근래 정치권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당내 경선 문제와 사학법 재개정 합의 문제 등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안들은 모두 5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은 문제들이기에 언제나 그 관심의 종착점은 지방선거였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지방선거 경선을 향한 레이스로 보아서는 열린우리당이 비교적 한나라당에 열세에 놓여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더욱이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 있어서도 한나라당은 쟁쟁한 후보들을 앞세워 주도적인 위치에서 선거의 판도를 쥐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한나라당의 주도적 분위기는 어느 순간부터 역전되는 듯한 형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마땅한 인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던 열린우리당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카드로 제시하며, 여론 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강 전 법무장관의 인기가 과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 또 열린우리당이 강 전 법무장관의 영입을 할 수 있게 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뜨는 이유가 무엇인가?
근래 몇몇 여론조사 기관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인기가 멈추지 않고 치솟아 오르고 있으며, 다른 예비후보자들과의 지지율 격차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으며, 국민들은 강 전 법무장관의 압도적인 지지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SBS와 TNS는 공동으로 전국 16개 시도의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지지도 조사를 실시하고, 서울시장에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강 전 장관이 35.6%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SBS와 TNS는 강 전 장관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되는 맹형규, 홍준표, 박진 의원과 권문용 강남구청장 등 4명의 지지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또한 이들의 조사에 의하면, 서울시민들의 정당지지도를 분석했을 때, 열린우리당은 23.9%, 한나라당은 42.6%로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20%포인트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강 전 장관의 인기는 한나라당의 쟁쟁한 후보들을 이미 경쟁상대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강 전 장관의 이 같은 인기 이유에 대한 분석으로 TNS측은 강 전 장관이 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 같다고 해설하기도 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정치권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강 전 장관의 신선한 이미지로 향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한 현재 강 전 장관의 인기는 지난해 고건 전 총리의 지지도가 치솟았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해석을 덧붙이며, 대체적으로 설문결과가 마땅한 이유를 갖춘 결과임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 정치인이라는 이유에 더해 강 전 장관의 개인 이미지도 인기에 한 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하는 시각도 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장관 재임시 보여줬던 개혁적 이미지, 자기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이미지, 깨끗한 이미지 등이 긍정적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며, 강 전 장관의 인기 이유에 대한 근거를 들기도 했다.
더욱이 같은 맥락에서 여성이라는 점과 신비주의적인 스타일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 전 장관이 걸쳤던 보라색 숄의 파격적인 이미지를 이유로 든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 열린우리당 오영식 의원은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으로서 캐리어우먼이 풍기는 일종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게 주효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뜰만한 조건은 아닌데…
설문조사의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500명의 설문참여 인원으로는 서울 시민들의 의사를 대변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표본인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표본오차의 범위가 ±4.4%나 된다는 것은 의미부여를 하기도 힘들만한 설문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시기적으로나, 결과적으로나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열린우리당으로 입당 의사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은 강 전 법무장관을 이미 열린우리당 소속인듯 하게 한나라당과 대치시켜 설명하고 있는 TNS측이나, 강 전 법무장관에 대해 아낌없는 띄워주기를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의중을 세심히 관찰해 보아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강 전 법무장관이 비 정치인이기에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하지만, 일부는 오히려 그 점이 강 전 법무장관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미 법무장관을 역임할 때 정치적 역량이나, 리더십의 부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미지는 좋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신비주의적 스타일과 캐리어우먼의 이미지가 서울시장 예비후보들 중 압도적인 지지 원인의 하나가 된다는 것 또한 억측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강 전 장관의 이미지를 통해 그러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젊은 세대나 여성들을 위주로 한 평가일 뿐이지 전체 유권자의 의중을 드러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을 둘러싼 다양한 조건들이 이처럼 많은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강 전 장관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열린우리당 내 서울시장 출마 예비후보자보다 아직 출마도, 입당도 아무런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강 전 장관을 마치 제 식구인양 응원하고 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 곤란한 상황이다.
◈설문조사는 그렇다고 하지만…
현재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절반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당의 존립자체가 위태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은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시키기 위한 유일한 통로로 5.31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10.26 재선에서도 참패를 했던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는 어떻게든 승리를 해야만 여당으로서의 입지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굳은 의지와는 다르게 하루하루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이나, 지방선거를 향한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성이 결과적으로 대선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무언가 대책을 세워도 단단히 세워야 할 분위기인 것이다.
그에 대한 대책이 바로 강금실 카드인 것이다. 어떻게든 지지율 회복과 지방선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내부 인사보다 외부 인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내부 인사들은 이미 원내대표와 당의장 경선에 총력 투여되어 있었고, 또한 청와대의 부름으로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멀리 떠나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강금실 카드는 여기서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어떻게든 강 전 장관을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려야만 그들이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설문조사의 결과처럼 강 전 장관이 신비주의적이라는 이미지와 비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토대로 타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당선이 유력하다는 것은 어쩐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선거라는 것은 오랜 시간 준비한 후보일수록 그 결과가 기대치에 가깝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아직 입장정리도 채 하지 못한 예비후보가 이렇듯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이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후보자 중 절대 강자가 등장하게 될 경우 이 같이 일반적인 선거는 특수성을 보이게 되겠지만, 과연 강 전 장관이 그러한 절대 강자의 인물이겠는가 하는 것은 생각해볼만한 문제이다.
◈열린우리당이 살 길은 강금실?
어느 당이든,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서울시장 선거만은 잡아야 한다는 계산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열린우리당 역시도 가만히 앉아서 한나라당에게 선거 주도권을 내주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열린우리당은 강금실 카드를 꺼내며 여론조성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들도 있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선거를 하기도 전부터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야만 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나름대로의 설문조사를 통해 현재 강 전 장관의 인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본선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젊은 세대와 여성들을 주축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강 전 장관을 위해서 비교적 정치 관심도가 떨어지는 20-30대 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지도 유념해야할 문제인 것은 물론, 강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으로 입당 했을 때 정당지지도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이 커다랗다는 것도 미지수가 되는 요인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인물에 대한 지지도 못지않게 정당의 지지도가 중요 변수로 작용하게 되는데, 현재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만큼 떨어져있는 분위기라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강 전 장관 개인의 인기가 열린우리당을 업었을 때, 당의 빛을 밝혀주는 입장이 될지, 당의 떨어진 지지도에 의해서 강 전 장관의 인기가 동반 하락하게 될지는 누구도 짐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당연히 전자의 경우를 생각하고 강 전 장관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물론, 언론을 활용한 대대적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 전 장관에게 걸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기대가 과연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지만, ‘강금실 띄우기’ 하나로 열린우리당의 현재와 다가올 미래까지 담보하는 것은 어쩐지 무모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강 전 장관과 관련된 설문조사나, 일부 언론의 보도들에 얽힌 열린우리당의 속내를 내다보고 있는 시선들. 그 시선들을 피해 열린우리당은 목적을 달성하게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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