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서울시장 경선 ‘특명’ 이혜훈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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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때리는 김황식, 지키는 정몽준

 새누리당 6.4지방선거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김황식 전 총리, 정몽준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의 3파전으로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그러나 김 전 총리와 정 의원은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는 등 후보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반면 이 최고위원은 네거티브 공방에서 한 발짝 떨어진 채 연이어 TV토론을 제안하며 몸값 상승을 노리고 있다. 한편, 언론 여론조사와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최고위원의 지지도가 타 후보들 대비 낮은 점을 이유로 이 최고위원이 레이스 중 하차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 최고위원이 중도 하차한다면 나뉘어 있는 ‘친박’의 표가 김 전 총리로 흡수되는 등 김 전 총리가 웃고 이 최고위원이 거듭 완주 의지를 비쳤던 것처럼 경선을 완주한다면 정 의원에 무게추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 이혜훈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6.4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수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경선을 완주할 시 정몽준 의원에게, 중도 하차할 시 김황식 전 총리에게 무게추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김황식-정몽준 ‘네거티브 공방’…갈등 격화
조용한 이혜훈, TV토론 제의…몸값 올리기?
후보적합도 한자리 수 이혜훈, 하차? 완주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 간 신경전은 ‘네거티브 공방’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스타트는 김 전 총리 측이 정 의원에 금권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끊었다. 지난달 29일 김 전 총리 측은 정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00억 원가량의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지출했다며는 제보를 받고, 당 클린선거감시단에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정 의원 측은 “김 전 총리야말로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수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의 경선 사무실과 고급 인테리어, 소셜네트워크(SNS) 컨텐츠 등을 준비해놓았는데 어떤 자금으로 이런 준비작업을 했는지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김황식-정몽준 ‘으르렁’

‘금권선거’ 펀치를 맞자 정 의원은 바로 역공에 나섰다. 그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전 총리 측에서 금권선거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본인이 자랑하는 게 대법관 하셨다, 감사원장 하셨다, 정부의 최고책임자 총리하셨다, 이런 것”이라며 “그런 식이라면 이런 선거기간에는 그런 모든 기관, 대법원, 감사원, 우리 행정부 모든 홍보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제가 걱정하는 것은 김 후보께서는 이런 되는 이야기, 안 되는 이야기 잔뜩 해놓고는 나하고 관련 없다, 이렇게 얘길 하는 것”이라며 “정말 김 후보하고 상관없이 이런 흑색선전이 나오고 있다면 그 참모는 아주 위험한 참모, 경선을 정말 망칠 수 있는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참모들을 전혀 통제 못하는 무능한 후보”라며 “그렇게 말을 잔뜩 해 놓고 나는 몰랐다, 이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정 의원은 경기 중 상대방의 귀를 물어뜯어 권투계에서 쫓겨난 ‘마이크 타이슨’을 언급하며 “정치판에서도 이런 식의 반칙을 하는 사람들은 좀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총리가 귀를 물어뜯는 것 같은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타이슨) 보는데 정말 우리 정치판하고 저런 게 비슷하구나 이런 느낌이 딱 들었다”고 대답했다.

김 전 총리 측은 즉각 “긴 말이 필요 없다. 정 의원은 제발 말씀에 논리와 품격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시티투어 버스 탑승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꾸 안 하겠다. 아름다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 언급하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어느 후보가 클린선거감시단에서 각 후보의 지출 비용이 합법적인지, 잘못된 것 없는지 당에서 한 번 검증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당의 주요 지역 모든 후보에 대해 클린선거감시단이 (선거운동) 비용을 검증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다”고 말하며 쐐기를 박았다.

이처럼 김 전 총리와 정 의원 간의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되자 당 중진의원까지 나서 자제를 요청했다. 2일 서청원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6.4 지방선거 앞두고 우리 후보끼리 너무 네거티브가 심하다”며 “누구를 위한 네거티브인가. 여기에 대해 당에서 강한 대비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조용한 이혜훈, ‘몸값 올리기’ 나서나?

반면, 또 하나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김 전 총리 측이 제기한 ‘정몽준-이혜훈 빅딜설’, 이정희 대표와의 비교 등에만 발끈하는 목소리를 냈을 뿐,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에서 한 발짝 빠져 있다. 다만 이 최고위원은 연이어 토론을 제의하고 있다.

▲ 김황식 전 총리는 정몽준 의원과 연일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 이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정몽준-이혜훈 빅딜설’, ‘대선 이정희’ 언급 등 수차례 펀치를 날리는 모습이다. 만약 이 최고위원이 경선 레이스에서 하차하면 친박계의 표가 김 전 총리에게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이 최고위원은 2일 김 전 총리와 정 의원에게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날 이 최고위원은 정책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경선이 과열되면서 후보 간에 거친 언사가 오가고 있어 오히려 경선 흥행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라며 “본선 승리를 부르는 경선을 다짐하고 새출발을 하기 위해 오늘 당장이라도 회동을 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 형식도 사전 질문지 없이 현장에서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끝장토론을 하자. 감정을 거두고 냉정을 되찾으려면 이성적인 정책경쟁의 장으로 전환하는 게 묘책”이라며 “이런 진흙탕 싸움을 계속할 수 없다. 경선 전에 정책 토론에 국한된 TV 토론 등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다 야당에 좋은 일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중앙당이 제시한 경선 토론회를 하려면 20여일이 남아있다. 그 전에 인신공격이 아닌, 정책공약에 국한한 토론을 당장이라도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당을 향해서도 “리더십을 발휘해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최고위원이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이 최고위원은 김 전 총리가 TV토론을 제안하자 “하루라도 빨리 실시하자. 토론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토론 형식도 사전 질문지 없이 현장에서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끝장토론을 하자”고 역제의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에도 “세 후보가 만나 금권선거, 마타도어 유포 등 상호 혼탁한 경선 과정이 없도록 재발방지책을 논의하고, 아름답고 공정한 경선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 등을 합의하자”며 “세 후보 간 실무협의체를 통해 경선 전 TV 토론 일정을 조속히 합의하고, 시민들이 후보들의 시정능력을 꼼꼼히 따질 수 있는 정책대결의 장을 펼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최고위원이 연이어 TV토론을 제의하는 이유는 TV토론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이 최고위원 측 이지현 대변인은 “이제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가 결정되었으니 세 후보가 내일 당장 만나 아름답고 공정한 경선을 위한 구체적 합의들을 하자”며 “경선기간 개시 전 많은 TV토론이 성사된다면 누가 가장 준비된 후보이고 시정 능력을 가진 후보인지 시민들이 꼼꼼히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대변인은 지난 26일 서울시장 컷오프 2배수 가능성이 제기됐을 당시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당심과 TV토론 등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혜훈 후보를 억지로 빼려는 특정후보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TV토론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했을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자리수를 면치 못하는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즉 ‘몸값’을 올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 보트 쥔 이혜훈?

이 최고위원이 몸값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앞으로 이 최고위원의 행보에 따라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사이의 무게추가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 정몽준 의원은 ‘이혜훈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 의원은 컷오프 배수 논란 땐 적극 이 최고위원의 편을 들었고, 빅딜설 논란 때에도 이 최고위원 편에 서는 등 공동전선을 펼쳤다. 게다가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 사이에 공방이 잠잠하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현재의 경선 판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뉴시스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이 최고위원은 3위를 면치 못했다. 실제로 26일 CBS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포커스 컴퍼니와 지난 24~25일 만19세 이상 수도권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정 의원이 34.5%, 김 전 총리는 17.4%, 이 최고위원은 3.9%를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94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는 ±3.19%포인트, 응답률은 11.0%다. 지난달 25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세 후보의 지지율이 정 의원 40%, 김 전 총리 28%, 이 최고위원은 7%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최고위원이 중간에 경선 레이스에서 하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은 지난달 30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경선과정속에서 당 내부에서 당 지도세력들이 이혜훈 후보를 향해 상당 거중 조정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끝까지 마지막 경선과정까지 강하게 밀고 갈 것인가 아니면 중간조정해서 본인도 조금 당 전체의 어떤 변화의 모습을 볼 것인가 이런 변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망처럼 이 최고위원이 중간 하차한다면, 당장 득을 보게 되는 것은 김 전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전 총리는 친박 지원설이 돌았던 전력이 있고, 이혜훈 최고위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 인사다. 이에 따라 친박계의 표가 김황식-이혜훈으로 나뉘어 있고, 이 최고위원이 하차하면 그 표가 김 전 총리에게 흡수될 것이라는게 근거다.

이 때문인지, 김 전 총리는 컷 오프 논란때는 이 최고위원을 배제한 양자 경선을 주장했고 후보가 확정된 이후엔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언급한 적 있는 ‘정몽준-이혜훈 빅딜설’을 끌어와 공격에 열을 올렸다.

반면 정 의원은 ‘이혜훈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 의원은 연일 이 최고위원과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컷오프 논란 때는 적극적으로 이 최고위원의 편을 들었고, 빅딜설이 제기됐을 때는 이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반박하는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정 의원이 김 전 총리와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이 최고위원과의 사이는 비교적 잠잠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지금의 판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즉, 이 최고위원이 중간 하차하게 되면 김 전 총리에, 경선 완주를 하게 되면 정 의원에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가 된다.

한편, 김 전 총리와 이 최고위원, 정 의원은 8일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진행하는 토론회에서 정책 공약과 정치 현안을 놓고 첫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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