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4월 임시국회가 개회했지만 여야간 진통이 예상된다. 시작부터 기초선거 정당 공천을 두고 여야가 크게 부딪히고 있고, 기초연금법은 새누리당이 제출한 원안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3월 타결에 실패한 원자력방호방재법은 방송법 개정안에 연계돼 처리가 불투명하다. 또 새누리당의 복지3법, 새정치민주연합의 세모녀법 등 여야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엔 뜻을 같이 하고 있지만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새정치연합 출범 후 첫 국회…팽팽한 신경전 예상
여야, 시작부터 ‘기초공천 폐지’ 놓고 거세게 충돌
기초연금법, 원자력법 전망 ‘흐림’…세모녀법 ‘맑음’
1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4월 임시국회가 한 달 일정의 회기에 돌입했다. 이번 임시국회는 6.4지방선거 일정 등으로 인해 19대 국회 전반기에 열리는 마지막 국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한 후 처음 맞는 국회인 만큼 현안을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여야, ‘기초공천 폐지’ 두고 시작부터 맞붙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회 첫날부터 ‘기초선거 정당 공천’ 이슈를 두고 맞붙었다. 최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무공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기초공천을 폐지하겠다 약속드렸다. 국민과의 약속은 천금과도 같은 것인데 이 약속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하게 됐다”면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원내대표는 ‘상향식 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당은 선거 때 후보를 내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존재 이유 중 하나”라며 “이 책임을 회피하고, 수많은 후보들이 난립해 선거를 혼탁하게 하고, 지역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밝혔다.
이어 “정당은 후보 선출과정에서 후보자의 기본적인 자질을 검증하기 때문에 공천은 지방선거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우리 새누리당은 더 큰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기초선거 공천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상향식 공천으로 국민께 공천권을 돌려드리기로 결정했다. 공천에서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돈공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경선과정에서 금품수수 등의 부정이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그 후보는 영구히 당직이나 새누리당의 공직선거 후보로 나서지 못하도록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즉각 반박했다. 2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득권 내려놓기의 상징이었던, 기초공천 폐지 공약은 어떻게 되었나”면서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대신 사과하시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실시하면서, 빨리 입법화를 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언젠가 박대통령께서도 당내 공천문제로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그렇다면 이번 경우에 국민을 속인 사람은 누구냐”고 되물었다.
안 대표는 “저는 대통령께 현안을 포함해 회동을 제안 드렸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는 결자해지가 맞다. 회동 형식은 구애받지 않겠다”고 회동을 제안했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달 30일과 31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회동을 제안한 바 있다.
또 같은 날 옛 민주당 혁신모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기초공천 폐지 입법 관철은 4월 국회에서 제1의 과제다.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며 “집권 여당이 정치실정(失政)과 신뢰파괴 행보를 계속한다면 국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일 새정치연합 신경민·우원식·양승조 최고위원은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자”며 서울광장에서 무기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20명 역시 국회에서 기초공천 폐지 입법 관철을 위한 농성을 펴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서울역으로 나서 기초공천 폐지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한길 대표는 “하늘이 무너져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거나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말했다”라면서 “그 많은 약속 중 정치개혁 대표 공약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들께 그렇게도 굳게 거듭거듭 약속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믿음을 전혀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시작부터 여야간 신경전이 격화되자 일각에서는 양 당이 기싸움에 정신이 팔려 정작 민생법안은 뒷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초연금법, 처리 가능?
새누리당은 기초연금법 등 복지3법, 원자력방호방재법, 한미 방위비분담협정 비준동의안, 북한인권법, 단말기유통법, 개인정보보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입법화를 비롯해 기초연금법, 방송법개정안, 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등의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 중 4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쟁점은 기초연금법 등 이른바 복지3법의 처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정부여당은 기초연금 지급액 산정기준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는 안을 고수하고 있고, 야당은 이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새누리당 유재중·안종범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김용익 의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여야정 협의체는 기초연금 지급액 산정 기준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여당은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월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원안을 고수했다. 다만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제시하며 야당이 정부 여당의 기초연금안에 동의할 경우 이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연계 방침’을 제안했다.
야당은 기초연금 지급액 산정기준을 국민연금 가입기간 대신 소득과 연계하는 안을 새롭게 들고 나왔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유지하면서 기존의 ‘월 20만원 일괄 지급’ 요구에서 ‘차등 지급’으로 한 발짝 양보한 것. 야당은 그간 기초연금법을 제정하는 대신 기존의 기초노령연금법을 개정해 소득 하위 70%에 월 20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방안을 고수해왔었다.
이처럼 기초연금법을 두고 여야간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최 원내대표는 2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은 기초연금법을 포함한 복지 3법의 통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바란다”며 “어르신들께 오는 7월부터 기초연금을 드리려면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기초연금법을 포함한 ‘복지 3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정부·여당의 안을 70% 넘는 국민이 동의하고, 하위 70%에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에도 80%가 넘는 국민이 찬성했다”면서 “이는 정부·여당의 기초연금 안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야당 주장대로 하면 2020년까지 정부안보다 7조4천억 원, 2040년까지 143조 원의 세금을 더 써야 한다”면서 “이는 젊은 세대가 떠안을 세금 폭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기초연금법 합의를 지연시키는 것은 새누리당이라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원내대표는 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말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기초연금 실시를 하자고 하면서 여야정 협의에 매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같은당 김성주 의원도 “어제 기초연금 여·야·정 협의체 모임이 다시 열렸지만 우리 기대와 달리 정부는 빈손으로 왔다”며 “여당은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 얘기 하지만 실제는 발목만 내밀고 손목을 내밀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는 7월 예정된 기초연금 지급이 늦춰질 경우 여야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법안 처리를 더 미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모녀법·원자력법 처리 여부도 관심
또 다른 복지 법안인 ‘세모녀 법’의 처리 여부도 관심사다. 새정치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신당 창당의 1호 법안으로 기초생활 보장법 등 관련 개정안 3건을 발의한 상태다. 새누리당도 유재중 의원의 법안을 발의했다.

양당의 ‘세모녀 법’은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것은 같지만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새정치연합의 법안들은 부양의무자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 공동대표는 부양의무자의 범위에서 직계혈족의 배우자를 제외하고,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를 법률에 명확히 하도록 했다. 소득인정액 기준은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김 공동대표는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을 통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세 모녀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가정을 발굴하도록 했다. 지자체 단체장에게 긴급지원대상자 선정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유 의원의 법안은 수급 대상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현행대로 유지화되, 소득기준을 단계적으로 현실화 해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부양의무자 완화와 급여 확대 부분이 쟁점일 뿐, 두 당 모두 복지 사각지대 해소엔 뜻을 같이하고 있어 논의가 잘 진행된다면 충분히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월 임시국회 통과가 결국 무산됐던 원자력방호방재법의 처리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달 24일 여야는 원자력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두고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도록 노력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관 112개 법안과 일괄처리를 해야한다고 맞서고 있어 타결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초 여야는 미방위 112개 법안을 패키지딜 방식으로 합의했으나, 뒤늦게 방송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불거지면서 새누리당은 원자력법에 대한 우선 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기존 합의를 이유로 새누리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현재까지 112개 법안 일괄처리 방침을 고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