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간의 이른바 ‘우루사 효능 논란‘이 발발한 지 6개월여 만에 봉합됐다. 일단 쌍방 중재 양상으로 마무리됐지만 사실상 대웅제약이 대한약사회의 막강한 힘 때문에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번 논란으로 대웅제약은 자사 간판 제품인 우루사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향후 매출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라 시름이 깊다.
약사회, “우루사는 피로회복제 아닌 사실상 소화제” 주장
대웅제약 측 “인터뷰 사실과 달라 기업이미지 실추 당해”
대웅제약 사장,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과 회동 전격합의
피로회복제 우루사는 모르는 이가 드물 정도로 유명한 약이다. 우루사는 간 기능을 개선시켜 피로를 풀어주는 약품으로 각인되어 있으며, 일과 삶에 지친 사회인의 건강을 달래는 데 만만치 않은 역할을 오랜 기간 담당해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루사는 박카스•아로나민•훼스탈•활명수•겔포스 등과 함께 ‘국민 약품’이라는 친숙하지만 영예롭고 막강한 위치에 올라있다.
‘우루사는 사실 소화제’ 논란
그런데 최근 이른바 ‘우루사 효능 논란’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여 국민 약품이라는 명성에 다소 금이 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우루사를 생산하는 대웅제약 또한 이 같은 타격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루사를 둘러싼 트러블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게 된 계기는 지난달 대웅제약이 “우루사는 소화제에 가깝다”며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신형근 회장과 이 단체에 소속된 리병도 약사•관련 서적을 출간한 출판사 대표 정모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3월 19일 무렵 제약업계와 언론에 알려지면서부터다.
대웅제약이 법원에 제출한 손해배상 청구가액은 약 5,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이 이렇게 법적 대응을 불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13년 9월 MBC 뉴스데스크에 ‘간 때문이야~ 우루사, 소화제에 가깝다?’라는 제목의 보도가 방영되면서다.
당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소속인 리병도 약사는 이 보도 중간에 마련된 인터뷰 영상에 직접 출연해 “병원에서는 확실히 (‘일반의약품 우루사’) 25mg•50mg은 소화제 쪽으로 분류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이 이번에 법적대응을 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 대해 어느 정도 벼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뉴스데스크 방영 이전부터도 우루사 효능 논란 제기의 핵심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지난 2013년 1월 출간된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약사도 잘 모르는 약 이야기’이라는 책을 통해 “우루사는 사실상 소화제”라고 전격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이른바 우루사 효능 논란의 불씨를 던진 것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이 책을 통해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로 유명한 우루사는 간 기능을 개선하는 피로회복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소화제에 가깝다”고 과감하게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한 근거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우루사의 주요 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린산(UDCA)은 사실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약제”라고 밝혔다. 이 책은 큰 화제가 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3년 우수 교양도서’라는 영예까지 안았다.
약사회 측 반응 없자 ‘칼’ 빼든 대웅제약
지난해 이 책이 언론 및 독자의 주목을 받자 대웅제약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 공개 사과는 물론 이 책의 출판 및 배포를 중지하고 시중에 나온 책을 전부 회수할 것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9월 MBC 뉴스데스크에 우루사 효능을 의심하는 뉘앙스의 보도가 다시 한 번 방영되기에 이르렀다. 이때도 대웅제약 측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사과와 합의를 또 다시 요청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로부터의 해명과 답변을 5개월이나 기다리던 대웅제약 측은 드디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칼을 빼들었다. 대웅제약 측은 전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인터뷰까지 한 리병도 약사가 현 시점까지 아무 답변이 없어 법적 절차를 불가피하게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측은 “당시 인터뷰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본사의 대외적인 신뢰도는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됐다”며 “이와 더불어 간판 제품인 우루사의 매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대웅제약 측은 “특히 ‘일반의약품’ 우루사의 매출은 예전에 비해 약 40% 가량이나 떨어졌으며 현재까지도 여전히 이전 수준으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게 대웅제약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데 대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측은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대웅제약은 본사가 내놓은 과장 광고에 대한 잘못을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반성하기는 고사하고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당하게 비판했던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탄압하려고 한다”며 “이 같은 대웅제약의 무책임한 태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의약품에 대한 효능•효과 논쟁은 과학에 기반을 둔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주요 선진국에서 발간된 논문을 찾아봐도 우루사의 주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린산은 담즙 분비 개선 기능과 관련된 내용이 대다수이지 피로 회복 효과에 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대웅제약 측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비판에 대해 “일반의약품 우루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국내 의약품 최고 전문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효능•효과를 승인받았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은 “건전한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명백히 허위인 사실을 인터뷰해 소비자에게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건전한 비판이 아닌 허위사실에 대해 정정 의사를 보인다면 원만한 합의를 통해 조속히 해결할 수 있다. 더는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웅제약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업계에서는 법정 공방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 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 지 약 일주일 뒤인 지난 3월 26일, 결국 대웅제약은 대한약사회가 제시한 중재안에 합의하고 말았다.
결국 ‘갑’인 약사 파워에 굴복?
이날 오전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은 서울 방배동 대한약사회에서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과 회동해 전격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한갑현 대한약사회 사무총장의 중재로 정종근 대웅제약 부사장과 리병도 약사가 참석해 간담회를 갖고 우루사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조율했다.
특히 우루사 효능 논란의 핵심 당사자가 된 리병도 약사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본인의 기존 입장을 일정 부분 양보하는 선에서 원만한 합의를 끌어냈다. 아 자리에서 리병도 약사는 “원래 뉴스데스크 인터뷰에서 우루소데옥시콜린산성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일반의약품’ 우루사가 소화제로 인식되는 오해가 발생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리병도 약사는 “대웅제약의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그동안 수행했던 의약품 감시활동을 더욱 책임 있는 자세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간담회에 참석한 당사자들은 ‘우루사 효능 논란’ 사안에 대해 더 이상 상호간의 소모적인 논쟁은 삼가 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동에 앞서 대웅제약은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며 화해 의향 및 제의를 먼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웅제약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에 우루사 관련 소송을 제기했던 의미는 금전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주된 목적이 아니라 잘못된 MBC 인터뷰 보도 내용을 정정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대웅제약은 “앞으로 국민건강 증진과 제약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대웅제약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간에 벌어졌던 우루사 효능 논란은 약 반 년 만에 일단락됐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겉보기에 중재 쪽으로 상황이 흘러갔지만 사실상 대웅제약 측의 대한약사회의 힘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 지 고작 일주일만의 번복하고 만 게 예사롭지 않다”며 “대웅제약이 소송을 제기할 때만 해도 ‘선(先)사과 후(後) 소송 취하’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는데 어떻게 일주일 만에 뒤바꿀 수 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대웅제약이 여러 피치 못할 이유로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소송을 취하한 배경으로 대한약사회와 일정 부분 ‘딜’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제약회사가 의약품 전문가이자 주요 거래처인 약사와 약사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은 과잉 논쟁을 유발해 오히려 회사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확률이 높은데도 대웅제약은 이를 감행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대웅제약 측은 우루사가 주력 상품인 만큼 효능 논란이 나오자 본사의 자존심을 걸고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며 브랜드 가치와 명예를 되찾겠다는 마음가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그런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측이 오히려 더욱 강경한 자세로 나오는데다 여러 약사단체들도 동조하는 내용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불매운동 불사 등의 움직임까지 보이자 여기에 대웅제약은 부담을 느끼고 ‘경영’이라는 장기적인 차원을 고려해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