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與 권력구도 재편되나?
6.4지방선거, 與 권력구도 재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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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친박’ vs 득세하는 ‘비박’

 6.4지방선거에서 비박계 후보들의 ‘인물론’이 친박계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줄을 이으면서, 지방선거 이후 여권 권력구도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방에선 홍준표, 남경필 의원 등 ‘중진’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정몽준 의원이 김황식 전 총리를 앞서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만약 지방선거에서 친이계 후보들이 연이어 승리할 경우 당내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친박’들이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6.4지방선거에서 ‘비박계’ 후보들이 ‘친박계’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를 치른 후 새누리당 내 권력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친박을 등에 업은 김황식 전 총리가 비박계 정몽준 의원에게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뉴시스

경기지사 ‘친박’ 전멸…경남·부산 경선서도 ‘불안’
좀처럼 뜨지 않는 김황식, 흐릿해진 역전 자신감
비주류·비박계 차기 당권 잡나…靑과 관계 ‘관심’

남경필 의원이 1강, 정병국·원유철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이 3약으로 구성되어 있던 경기지사 예비후보가 남경필-정병국의 양자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3약’ 후보들이 지난 3일 경기지사 예비후보를 2배수로 압축해줄 것을 당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모두 친박계파가 아니다. 남 의원은 비박, 정 의원은 친이로 분류된다. 친박 주류인 김 전 의원이 2배수 압축 과정에서 떨어지면서, 경기지사 경선에 ‘친박’은 전멸한 것이다.

지방선거, 흔들리는 ‘친박’

경남지사 선거를 들여다보면, 비박인 홍준표 경남지사와 친박인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박 전 시장은 지난 6일 ‘박심이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려운 길을 선택할 때는 제 자신의 의지가 있지만 위에 교감과 충분한 메시지를 가지고 나왔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박심’을 앞에 내세우는 등 친박인 점을 강조하고 있는 후보다. 이 자리에서 “경남의 친박 국회의원들이 저를 많이 지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후보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로를 경찰에 고발할 정도로 격하게 맞붙고 있다. 박 전 시장 측은 홍 지사를 직권남용과 지방공무원법상 정치운동 금지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홍 지사의 경선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홍 지사 측은 “3월 27일 박 후보가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 2%p 앞섰다’고 말했다”며 이는 허위사실 유포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홍 지사 측은 박 후보의 ‘박심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역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는 홍 지사가 결국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3월 29일~30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남지사 적합도 조사에서 홍 지사는 31.9%의 지지를 얻어 박 전 시장의 지지도 18.7%를 크게 따돌렸다. 권역별 조사에서도 제1권역 중 구창원시를 제외한 전 권역에서 홍 지사가 박 전 시장을 눌렀다. 이번 조사는 만 19세 이상 경남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5.3%였다.

부산시장 경선에서도 친박 서병수 의원과 비박인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맞붙고 있다. 서 의원은 올 초 “대통령 취임식 며칠 후 ‘부산시장직에 도전하겠습니다’라고 하니 박 대통령이 ‘부산은 중요한 곳이니 하셔야지요’라고 말했다”고 밝히면서 ‘박심’ 마케팅을 펼쳤다. 서 의원은 지난 2월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에 대통령 특사로 파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선 권 전 대사가 서 의원을 앞지르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31일 양일간 부산MBC와 한길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는 권철현(32.3%) 서병수(23.3%) 박민식(12.7%)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오차범위 ±3.1%p, 응답률 3.5%였다.

여권 지지가 강한 대구시장 선거는 ‘컷오프’를 통과한 4명의 후보가 모두 친박계지만 지지율은 ‘도토리 키재기’다. “당 지도부 권유”를 내세우며 뒤늦게 출마한 서상기 의원도 선두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고만고만한 약체라는 평가가 ‘김부겸 열풍’의 한 배경이란 분석도 있다.

이처럼 지방선거에서 친박계파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일각에서는 인물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박심’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친박 후보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비박계 후보들에 비해 ‘인물’이 떨어지기 때문이란 것이다. 1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 당직자는 “친박 후보들이 ‘박심’을 팔아도 후보는 박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들”이라며 “박 대통령이 즐겨 찾는 식당이라고 붙여놓아도 맛이 없으면 손님들이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친박 김황식, ‘역전 안타’ 언제 터질까?

‘친박 지원설’을 등에 업고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김황식 전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의 뜻을 밝힐 당시 “지금부터 열심히 해서 야구로 말하자면 역전 안타를 치는 노력을 하겠다”고 자신했다. 나흘 뒤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런저런 문제에 관해 상의한 적이 있다”며 ‘박심’을 활용했다. 이튿날에는 다시 “김 실장과 우리 집안은 그야말로 친밀한 사이”라고 이어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친이계인 정몽준 의원에 밀려 역전의 발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내일신문이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와 함께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수도권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정 의원이 37.5%, 김 전 총리 17.9%, 이혜훈 최고위원 6.3%로 정 의원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60.1%, 김황식 16.3%, 이혜훈 6.5%로 정몽준 의원이 더 큰 격차로 앞섰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일~6일 서울·인천·경기지역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1300명(서울 413명, 인천 413명, 경기 47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완료 후 표본 1300명을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를 적용해 보정했으며 보정 이후 표본수는 서울537명, 인천 148명, 경기 616명이다. 전화면접조사(유선 770명, 무선 530명)로 진행됐으며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은 2.7%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0.7%이다.

앞서 다수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김 전 총리는 대부분 정 의원에 밀린 2등에 머물렀다. 경선 과정에서 ‘일정 보이콧’, ‘빅딜설·금권선거 의혹 제기’ 등 연이은 공세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론조사 추이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총리는 ‘친박’으로 계속해서 엮이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9일 여의도 MBC에서 열린 첫 TV토론에 참석해 코너로 마련되어 있던 OX퀴즈에서 ‘나는 친박이다’라는 질문에 ‘△’ 표, 즉 중립이라 대답했다.

김 전 총리는 “두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러가지 활약을 했으니 명백히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저는 박 대통령과 개인적인 특별한 친분이 없고, 정치적으로 친박이라고 할 근거도 없다”며 “다만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원활히 해 성공했으면 좋겠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중요한 역할이지만 친박을 내세울 건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전 총리는 지난 9일 이명박 정부 장차관급 인사들로 구성된 정기 모임인 ‘이슬회’에 참석해 “즐겁게 일했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립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이를 두고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례적으로 친이계 모임을 공개하면서 ‘박심 논란’을 털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이 최고위원은 10일 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여태까지의 박심을 그렇게 팔고 반 년 동안 박심 마케팅을 하신 분이 돌연 박심 마케팅을 너무 한다고 비난을 많이 받으셔서 커밍아웃을 하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대표적인 ‘비박’인 정 의원은 적극 ‘박심’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정 의원은 9일 TV토론에서도 ‘친박이냐’는 질문에 ‘○’ 팻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저는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 동창이고 지난 대선 때 제가 선대위원장을 했고 열심히 했다”며 “여야가 갈라져 있지만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친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또 지난 2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영입했다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말이 엇갈리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몽준 캠프는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가 최 전 대표가 부인하자 고문직을 맡기로 했다고 정정 발표했다. 그러나 최 전 대표는 이마저도 부인하면서 결국 영입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 의원이 박심을 품으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친박 원로의 선대위원장 수락이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 최 전 대표가 발을 뺀 게 아니냐고 해석했다.

즉 서울시장 경선에서조차 ‘친박’ 김황식 전 총리가 ‘비박’ 정몽준 의원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후보의 시간 끌기, 전략 결여, 캠프 구성 문제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인물 경쟁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권력구조 재편 신호탄?

▲ 6.4지방선거 이후 있을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비주류 핵심인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지방선거 경선전에서 ‘비박’들이 강세를 보이는 기류가 본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경우, 무게추가 김 의원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장 경선을 포함한 각종 지방선거 경선전에서 ‘비박’들이 강세를 보이는 기류가 본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경우, 여권 권력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비박계가 득세하면서, 친박계가 동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지나 6.4지방선거를 거친 후, 7월 14일에는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 전당대회에선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비주류 핵심인 김무성 의원이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6.4지방선거에서 비박계 의원들이 신승을 거두고, 여세를 몰아 김 의원으로 무게추가 기울게 되면 당 지도부에서 친박이 물러나고 비박이 전면에 서게 되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당을 대표하는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4명의 최고위원 등 5명의 선출직 지도부를 뽑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물갈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당대회를 거친 후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도 관심사다. 지금껏 여당은 청와대와 적극 협조하는 공조 체계를 꾸려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비박계 의원들로 바뀌게 되면,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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