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중진 의원이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 전반에 걸쳐 사사건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이른바 2인자로도 불렸던, 바로 비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이다. 사실 이재오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정치권에 대표적 앙숙관계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 의원은 민주화운동의 중심적 활동을 펼쳤었고, 이로 인해 수차례 옥고를 치르는 등 갖은 핍박을 받았던 전력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YS 민주계 계보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내 친이계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화당계보 흐름을 이어온 친박계와 좀처럼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박근혜 사과 요구하더니 돌연 원혜영 지지 시사
당내 초선까지 “어느 당 중진이냐” 돌직구 비판
이재오 정치행보 엇갈린 시선, 자유 vs 해당행위
박근혜 성공보다 안철수 안위 더 걱정? 비난세례
새누리당의 이 같은 계파 갈등이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이재오 의원의 행보나 발언을 보면 무언가 심상찮은 조짐이 포착된다. 단순한 소신 발언이라고만 하기엔 너무나 의미심장한 작심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당 합당 이후, 지난 20여년 넘게 봉합돼 있던 본질적 문제의식이 점차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목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 선언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통해 읽히기도 한다. 김 전 소장 또한, 이재오 의원 못지않게 박근혜 정권에 대해 날 세워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모두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인사들이다. 동교동계 일부는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품으로 들어갔지만, 반대로 새누리당 안팎의 민주계 인사들은 박 대통령과 각을 쌓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 사과하라”
이재오 의원은 종종 당 최고중진연석회의 공개석상에서 내부 비판발언을 쏟아내 관심을 모으기도 하지만, 주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활동이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 8일 이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당청 야당에 한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당내 친박계 주류의 반발을 다시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 글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폐지하겠습니다’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라며 “결과적으로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속을 중시하시는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에게 사과하셔야 한다”며 “함께 약속한 야당 또한 치밀하지 못한 협상력과 치열하지 못한 투쟁력으로 공약 실천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또, “새누리당은 눈앞에 이익을 택할 것인가, 선거 후 거센 정치적 혼란을 택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며 “선거는 공평하게 치러져야 한다. 여당은 공천하고 야당은 무공천하고 치러지는 선거는 그 결과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의원은 “피차 공약을 못 지키는 상황에서 야당의 회군은 불가피하다”며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말씀드린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의원의 이 같은 ‘대통령 사과 요구’ 발언을 놓고 당내 친박계 초선 의원이 공개 비판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홍지만 원내부대표가 총대를 멨다. 홍 부대표는 이튿날인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요즘 당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충정심으로 한 말씀 드린다”며 이재오 의원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홍 부대표는 “지난 1월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4번째다. 도대체 어느 당의 중진인지 모르겠다”며 “계속 이렇게 언제까지 SNS 정치만 하며 뒤에서 당의 전열을 흩트릴 것인가. 여당은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킬 책임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부대표는 그러면서 “여당 내부에서 그것도 책임 있는 중진이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정말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며 “다시 계파정치를 하겠다는 오해까지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원내대표가 사과를 한 마당에 정말 야당도 아니고 여당의 중진이 전열을 계속 흩트리려는 의도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홍 부대표는 이어, “이재오 의원은 야당 목소리만 들리고 상향식 공천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느냐”면서 “무공천은 선이고, 상향식 공천은 악인가. 선인지 악인지는 국민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방선거라는 전쟁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장수가 혼자 주목받기 위해 전열을 흩트리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책임 있는 중진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부대표는 거듭,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이재오 의원은 아직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친박의 수장으로 격하시키고 야당과 똑같은 주장만 계속 되풀이 할 것이냐”면서 “무공천을 상향식 공천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 옳은지 아닌지는 오직 국민만 심판할 자격이 있다”고 이 의원의 자중을 촉구했다.
덧붙여서는 “지방선거라는 전쟁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왜 자꾸 이런 문제를 거론하는지 의도가 궁금하다”며 의재오 의원의 ‘비판’ 목소리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통령 비판하고 야당 옹호하고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콩나물펀드를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선거 예비후보로 출마한 원혜영 의원에 대해 언급했다. 이 의원은 글을 통해 “한 정치인이 있다. 그는 일찍 자연식품회사를 창업해 많은 돈을 벌었다”며 “그는 유기능 콩나물로 시작해서 국내 최대자연식품 회사를 만들었다”고 원 의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4선 국회의원이다. 그런 그가 기부중독자가 되어 부모님장례조의금부터 자기 국민연금까지 기부했다”며 “그는 젊었을 때는 저와 민주화운동 동지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그런 그가 도지사에 출마했는데 자기 당내 경선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그는 지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개털이다. 그래서 콩나물펀드를 만들어놓고 개털인 나에게 당은 다르지만 ‘형님도 콩나물펀드에 들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가 후보가 되느냐, 도지사가 되느냐는 저의 관심이 아니다. 어차피 저하고는 당이 다르니까”라면서 “그러나 재산은 기부하고 콩나물펀드로 출마하겠다는 그에게 나는 한 구좌 3000원을 들기로 했다. 저는 그가 웃었으면 좋겠다”고 사실상 지지 의사나 다름없는 표현을 했다.
이에, 당내 친박계는 해당행위라며 분을 삯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내홍으로 비춰질까 겉으로 드러내 비난하는 데는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해당행위는 아니다”며 이 의원을 두둔했다.
이준석 전 위원은 10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최저 금액으로 3000원을 후원하면서 원혜영 의원과 둘이 공유하는 경험이랑 이런 걸 소개했는데, 넓게 보면 다른 당 후보의 선거를 돕는 것이라 해당행위로 보자는 이야기도 있다”며 “그러나 제 생각에 국회의원은 어차피 지역주민의 지지를 받아서 되는 분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자유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그러면서 “‘그가 웃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약간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당선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면 당적을 가진 국회의원으로서 해당행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될까’하는 생각이 들긴한다”고 이 조차 문제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전 위원은 “왜냐하면 3000원짜리 펀드를 드셨다. 크게 금전적으로 서포트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예의를 서로 지키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이 정도 해석이 되는 것 같다”며 “이런 것은 너무 비판하면 역풍이 불 것 같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 전 위원은 특히, 홍지만 부대표가 이재오 의원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과 관련해서는 “이재오 의원은 걸어 다니는 헌법기관으로서 소신 발언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피력하신 것인데, 홍 의원이 과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며 “어느 당 국회의원인지 모르겠다는 말은 아닌 것 같다. 확실히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것 같다”고 비꼬아 비판했다.
◆보수 일각, “이재오, 박근혜정부 암덩어리”
한편, 당 밖에서도 이재오 의원의 이 같은 정치행보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인터넷언론 <뉴스타운>은 9일 사설을 통해 “야당 역성을 들어주고 야당이 기초공천 문제로 허덕이게 된 책임이 마치 대통령에게 있는 것 같이 호도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이재오는 새누리당의 중진이지만 국가 중대 사안이 있을 때는 대부분 종북 좌파의 편이었다”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집권 때는 끽 소리도 안 하고 있다가 박근혜 집권이 가시화되자 돌연 분권형 내각제 개헌안을 들고 나와 분탕질을 쳤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의 종북세력이 박 대통령을 향해 귀태, 비행기 사고를 들먹이며 저주할 때는 조용히 있다가 최경환의 ‘너나 잘해’ 발언 때는 냉큼 내달아서 도리어 자당의 원내대표를 씹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오가 대선에 즈음해서 내각제를 들고 나온 이유 또한 종북척결 정책을 지향하는 박근혜의 집권이 두려워서이고 보안법을 저지한 박근혜가 원수 같아서였지만, 그 뒤로는 늘 종북세력과 궤를 같이 해 왔다”며 “박근혜 정부를 향해 1년 동안 한 게 뭐있냐고 공격한 것도 똑같고, 간첩 유가강 사건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달아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덧붙여 “집권여당의 중진으로 앉아 매사에 정부를 공격하고 종북세력의 대변인 행세로 일관하는가 하면, 이번 기초공천 문제에 있어서도 자당의 승리보다는 새민련의 처지를 더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성공보다 안철수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이재오는 분명 종북좌파의 대변자일 뿐,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과 박근혜 정부에게는 심복우환이자 암 덩어리”라면서 “당장은 빌어먹을 임기 때문에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차기 총선 때는 공천반대 시위라도 벌려서 필히 퇴출시켜야 할 인간 말종”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서슴없이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