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사업 재편 바람이 불고 있다. 재정과 경영상의 문제로 구조조정을 벌여 계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에 익숙한 일반적인 기업의 재편과는 온도가 다른 바람이다.
잘나가는 삼성그룹이 재편을 칼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준비하려는 바탕이 깔려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막강한 재계기업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1위 기업 삼성의 ‘사업재편’ 저변에 숨겨진 삼성家 승계구도 방향을 살펴보자.
작년부터 불어온 삼성 그룹의 ‘사업 재편’ 바람
저변에 숨겨진 삼성家 승계구도 방향은 어디로
3세대 경영을 앞두고 있는 삼성그룹 ‘도약’모색
지난달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깜짝’ 합병이 있었다. 삼성그룹의 입장은 삼성SDI의 2차전지 부문과 제일모직의 소재부문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위한 합병이라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오로지 그 이유만은 아니라는 평이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거대 계열사 탄생
삼성 SDI와 제일모직이 전격 합병함에 따라 삼성 SDI는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으로 인해 자산 15조원을 지난 거대 계열사로 재탄생했으며 제일모직은 6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삼성은 이번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의 소재사업 전문역량을 활용해 삼성 SDI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은 지난 2일 “양사 합병을 통해 삼성SDI가 보유한 2차 전지 및 디스플레이 사업과 제일모직이 보유한 소재사업의 전문역량을 상호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 밝히며 “전자재료 및 화학 등 다양한 소재부터 부품·시스템까지 사업을 확대하여 전자, 자동차, 전력 등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합병비율은 삼성SDI 주식 1주당 제일모직 주식 0.4425482주로 정해졌으며 합병 기일은 7월 1일로 알려졌다.
‘글로벌 소재 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재탄생한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단순히 양사의 자산과 매출을 더할 경우 자산 15조원에 매출 9조5000억 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되었다.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하며 소재경쟁력 또한 높아진 것이다. 삼성SDI는 1970년에 설립돼 흑백브라운관으로 사업을 시작한 뒤 2002년부터는 배터리부문도 추가해 2010년에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는 위엄을 보였다.

한편 삼성의 모태기업인 제일모직은 합병으로 60년 만에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제일모직이란 상호는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에버랜드측이 ‘제일모직’상표 사용을 검토 중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부분을 넘겨받아 상표뿐 아니라 상호도 이관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해부터 불던 ‘재편’ 바람
삼성의 재편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인수했으며 10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3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코닝에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3%넘기는 대신 코닝의 지분은 7.4%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업 연관성이 낮은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을 분할해 삼성 웰스토리라는 신설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구도 굳히기로 삼성 SDS와 삼성SNS의 합병을 점치고 있다. 1995년 이 부회장이 비 상장사였던 삼성엔지니어링과 에스원, 제일기획이 상장되면서 보유지분을 팔아 막대한 상장차익을 남겼듯이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후 전처를 밟아 비상장 주식을 싸게 사들여 상장 직후 비싸게 되파는 방식을 이용할 경우 이부회장의 자산도 크게 늘릴 수 있고 동시에 지배력 또한 얻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처럼 계열사 재편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소식을 전한지 이틀 만에 석유화학부문의 양대 계열사를 합평한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삼성그룹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은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삼성종합화학이 흡수 합병하여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 태어난다는 취지이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비율은 1대 2.1441363이다. 이로써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합병 법인의 6대 주주가 되었다. 이 사장은 삼성석유화학의 지분 33.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삼성종합화학 지분은 전무했지만 새 법인에서는 4.9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다. 사명은 삼성종합화학으로 정했으며 18일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6월초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삼성석유화학은 1974년 설립돼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인 고순도 텔레프탈산(PTA) 제품(연산 200만t)을 생산·판매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전방제품의 수요 위축,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 증가 등으로 수년째 적자를 기록해 합병으로 재편을 하게 되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토탈(에너지 제품군까지 일괄 생산체제를 갖춘 종합 에너지 석유화학회사) 지분 50%를 지닌 종합석유화학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손석원 삼성종합화학 사장은 합병에 관해 지난 2일 “종합화학과 석유화학 양사의 일치된 성장전략의 하나로 합병을 추진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으며 정유성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합병에 관해 “석유화학이 40년간 축적해 온 기술 역량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종합화학과의 사업시너지를 통해 미래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이러한 계열사 재편은 단순한 1차원적 사업 정돈의 개념이 아니다. 이를 ‘승계’의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삼성의 승계 구도 방향은?
삼성의 연이은 합병에는 삼성을 분야별로 나눠 세 자녀에게 승계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점이 업계에 지배적이다. 전자부문은 장남 이재용 부회장에게 화학부분은 이부진 사장, 패션분야는 이서현 사장의 몫이란 견해다. 이런 예상에 부합하듯 이번 피합병 대상인 삼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되었다.
합병이 마무리 되면 이 사장은 삼성종합화학에서 개인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합병 시 법인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이 36.99% 지분으로 차지하며 삼성테크원은 22.56%로 뒤를 잇는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석유화학의 지분 33.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삼성종합화학 지분은 전혀 없었다. 이번 흡수 합병으로 삼성종합화학 지분 4.91%를 취득해 개인 최대 주주자리에 올랐다.
이번 합병으로 관련업계의 시나리오로 존재하던 삼성의 분할 경영권 승계가 유력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에 삼성 측은 그룹 후계구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삼성그룹에서 CJ를 분리하기까지 10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편으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사장의 승계 작업은 본 궤도에 오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부진 사장이 화학분야에서 입지가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소재부분 경우는 전자와 화학의 성격을 동시에 띠기에 향방이 미지수이다. 그리고 분리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로 점쳐지는 삼성 SDI와 삼성물산의 종착지는 어디일지도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부는 승계관련 내용에 대해 삼성토탈 홍보팀 관계자는 10일 <시사신문>과의 통화에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 석유화학 흡수 합병에 대해 공식적으로 ‘승계’와 관련 있다고는 말을 못 한다”고 전하며 “이번 합병은 경영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화학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이뤄진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그룹의 재편은 계속 이어져 제계에서 관측하는 다음 행보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흡수 합병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의 지분 4.1%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삼성물산을 인적분할 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과 상사부분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건설부분과 화학계열 지분은 이부진 회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차녀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몫은 무엇일까. 이서현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8.37%와 삼성 SDS지분 3.9%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패션부문을 독립시키며 패션부분 지분을 얻는 방법이 유력할 전망이다. 또한 삼성에버랜드 내 패션부분을 떼어내어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을 되살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서현 사장의 시댁인 동아일보 쪽과 연계되어 제일 기획이 그녀의 몫이 되리란 재계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을 맡고 이부진 사장은 호텔, 건설, 중화학분야를 이서현 사장은 패션, 미디어 등을 맡아 장기적으로 삼성의 계열을 분리 독립시켜 나갈 것 이란 제계의 전망은 오래전부터 흘러나온 관측이다. 삼성그룹이 3세 승계 구도를 짜기 위한 과정에서 지분을 조정하기도 하며 유사 업종을 묶는 등 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준비하는 삼성그룹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업재편 또한 구계구도의 연상선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순수한 사업 재편이란 시선도 존재
일각에서는 삼성의 재편을 후계구도가 아닌 순수한 사업 재편이란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이번 재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구축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조정 작업이란 분석이다. 또한 사업 조정 된 삼성의 지배구조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가 특별히 강화됐다고 보기도 힘들어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견해다.
또한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일가가 지배구조 고리의 정점에 있는 삼성생명과 에버랜드를 지배하고 다시 삼성전가와 삼성생명이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는 지분 25.10%를 가진 이재용 부회장으로 삼성家 보유지분은 46.06%이다. 결국 이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후계구도 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을 잘 물려받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이번 개편과는 관계성이 없다는 평이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