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호남 물갈이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 소속 일부 현역 국회의원들이 ‘새정치, 새인물’을 내세우며 특정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 무엇보다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당내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이 지지 선언한 예비후보가 안철수 공동대표 측근 인사라는 점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안 대표에 대해 “측근 챙기기 하는 것이 새정치냐”는 거센 성토가 쏟아지고 있는 이유기도하다.
한 가지 더 중요한 문제는 그동안 안 대표와 우호적 관계에 있던 손학규 상임고문도 이번 일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와 가까운 이용섭 의원이 얽혀 있는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공정한 경선을 준비 중에 있던 이용섭 의원은 국회의원들의 특정 후보 지지선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안철수 대표와 손학규 고문의 결별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이 6.4지방선거 광주시장 당내 경선에서 안철수 공동대표 측근 인사인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지지선언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윤장현 전략공천 수순?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동철, 강기정, 장병완(정책위의장), 박혜자(최고위원), 임내현(광주시당위원장) 의원 등 5명은 광주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장현 전 위원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통합정신을 살릴 수 있는 인물로 판단했다”며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윤 전 위원장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공개 지지선언을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윤장현 위원장에 대해 “이번 광주시장 선거에서 명망이나 경력이 화려하지 않지만, 지역 주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분”이라며 “새정치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윤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언제나 대한민국의 변화와 개혁의 중심이었던 광주에서부터 새로운 정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모아내고 확산시켜야 한다”며 “광주에서 시작된 거대한 새정치의 바람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반드시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교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의 기자회견 과정에서는 일부 당원들의 거센 반발과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모두 현역 국회의원인 것은 물론, 이 중에는 당 지도부와 광주시당위원장까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불공정 경선 논란이 확산됐고, 당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광주시장 후보를 사실상 전략공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경선을 준비해온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용섭 의원은 이와 관련해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도부와 전혀 교감이 없이 국회의원들이 이런 기자회견을 했을까 하는 의문들이 이곳저곳에서 많이 있다”며 “특히 조간신문을 보면 안철수 대표가 모 의원에게 전화를 해서 윤장현 후보 지지선언을 부탁했다는 기사도 있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이어, “일부에서는 이게 전략공천의 수순 밟기나 낙하산 공천의 전 단계라고 얘기한다”며 “만약 광주시민들의 뜻을 완전 무시하고 통합신당이 특정후보를 공천하게 되면 광주시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혹시라도 당에서 윤장현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할 경우와 관련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탈당을 포함해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초강수를 뒀다.
이용섭 의원은 전날(13일)에도 광주시의회에서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었고, 같은 곳에서 강운태 현 광주시장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국회의원들의 특정후보 지지는 새정치 역주행”이라고 맹성토를 쏟아냈다.
강운태 시장은 “그동안 시민과 당원들이 밑에서부터 뽑도록 하는 상향식 공천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며 “개혁공천이나 전략공천은 그야말로 밀실정치-낙하산식 공천”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강 시장 역시 무소속 출마 여부에 대해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도 “그런 상황이 오면 그때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손학규, 작심 비판
당 안팎에서도 이들 5명 국회의원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이용섭 의원과 가까운 손학규 상임고문은 13일 곡성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개혁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줄세우기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며 “개혁공천은 낙하산 공천이 아니다”고 날 세워 비난했다. ‘개혁공천’은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면에 내걸고 있는 것으로, 손 고문의 이 같은 비난은 고스란히 안 대표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손 고문은 그러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밖으로는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의 불통과 독선, 안으로는 우리 스스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가벼이 여기고 무시하는 구태정치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고문은 이어, “새정치는 줄 세우기가 아니고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의 찍어 내리기 공천이 아니다”면서 “그런데 개혁공천이라는 미명하게 자기 사람 세우기, 자기편 세 불리기가 횡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그리고 약칭 당명에서 ‘민주’가 빠졌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단결과 화합의 명분으로 민의와 당원의 뜻을 억누를 수는 없다. 진정한 새로운 정치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높이 받드는 민주정치”라고 안철수 대표를 겨냥했다.
손 고문은 앞선 12일에도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국민이 바라는 게 새정치는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득권을 만들지 않는 정치”라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새정치’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안 대표를 향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실제, <조선일보>에 따르면 손 고문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측근들에게 “오늘은 내가 안 대표에게 마음먹고 훈수를 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에 대해 손 고문이 연이어 쓴소리를 가한 것이다.
이 같은 비판적 목소리는 손학규 고문만이 아니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조 최고위원은 14일 오전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새아침>과 인터뷰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줄 세우기가 아니고 이번에는 줄 서기의 지지선언을 하셨다”며 “이 부분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고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조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특정후보를 지지선언 하는 것은, 특히 국회의원들이 엄정한 중립성을 지금은 지켜야 한다”며 “왜냐하면 아직까지 경선룰도 정해지지 않았고 시기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른 경쟁후보들이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특정후보를 먼저 지지선언 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조 최고위원은 특히, “광주경선 부분은 기본적 원칙인 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고 경선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략공천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호남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뿌리”라면서 “호남으로 승리할 수 없고 호남을 빼고도 안 된다. 물갈이 공천은 어느 지역이나 당연하지만 특별히 호남 물갈이 요구는 자존심 문제”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호남도 물갈이 개혁공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호남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봉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 여론수렴 방침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안 대표께서는 이제 새정치를 넘어 큰 정치인으로 한 발 내딛었다”고 높이 평가했던 정청래 의원도 다시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 언론 기사제목 “광주의원 5명의 윤장현 지지에 ‘지도부 개입설’ 술렁”을 인용하며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광주시당위원장이 다 나서서 이처럼 노골적으로 安사람(안철수 대표 측근) 챙기는 것이 새정치? 앞뒤전후 다 살펴봐도 매우 부적절”이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안철수 사람심기가 새정치냐”
당 밖에서도 같은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무소속으로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의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려다 수도권 등 전체 국면의 민심이반을 가져올 수 있는 반민주, 반개혁적인 구시대적 행태의 특정후보 지지를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실장은 이어, “이번 지지선언은 심판들이 경기장에 뛰어든 격으로 과정의 정당성과 합법성, 민주성이 담보되지 않고는 절대 결과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의 대구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야권의 심장에서 다시 일어나 부끄럽고 슬프다”고 꼬집었다.
최경환 전 김대중대통령 비서관 역시 “한마디로 새정치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광주시민을 핫바지로 세우는 일에 지역 국회의원들이 동참한 폭거”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최 전 비서관은 “시민들의 권리를 지켜줄 호민관이어야 할 국회의원들이 시민들의 권리를 찬탈하려한다. 오만하기 짝이 없다”며 “시민의 참여가 배제되고 시민들이 무시된 그런 정치행위가 어떻게 개혁적이고 전략적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새정치 개혁공천이라는 명분으로 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누군가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한 일이라면 더욱 비정상적이고 반개혁적”이라고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 비난을 쏟아냈다.
새누리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1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보다 공정한 입장에서 선거에 임해야할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국민들께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은 내팽개치고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편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의 심장과도 같은 광주에서 이런 모습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당원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고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새정치연합이 표방하는 개혁공천이 국민을 위한 개혁인지 아니면 당 지도부를 위한 개혁인지 묻고 싶다”며 “계파 챙기기와 당리당략에 눈먼 모습이 아닌,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일갈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어느 선거에서도 국회의원 몇 명이 마치 공천권을 가진 양 사람을 찍어서 공개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며 “역대 선거사상 처음 보는 ‘의원공천단’이 아닌가 싶다. 국민공천배심원단을 통해 개혁공천을 한다고 한 말은 국민을 들러리로 만드는 거짓말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덧붙여 “새민연은 국회의원 기득권 포기가 개혁공천의 가장 핵심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정작 국회의원들 자신들이 의도한대로 광주시민을 몰고 가려는 정략적이고 모순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이켜 보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혹시라도 안철수 대표의 사람 심기를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닌지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계신다”고 경고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