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행정에 멍드는 학생들
졸속 행정에 멍드는 학생들
  • 이금연
  • 승인 2006.02.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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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모른 척에 상처 입는다
올해 고려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김 모(24)씨는 아찔한 소식을 들었다. 1월 20일쯤 합격자 발표를 하겠다는 학교 측이 갑자기 이틀 앞당긴 18일 발표를 했다.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입학금과 등록금 420여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대출 신청을 하려던 차에 학자금 대출 신청기간이 1월 19일-20일로 이미 신청 기간이 끝나 버린 것을 알았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해서 학교만 들어가면 과외다 아르바이트다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려고 마음을 먹고 학자금 대출 신청을 하려고 학교 측에 문의를 해보았지만 이미 1차는 마감됐고 2차는 2월 13일-24일까지 추가 대출신청을 할 수 있다고만 했다. 당장 2월 6~7일 날 들어갈 학자금 420만원을 마련하는 것은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의 아들로서는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가까운 친척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등록은 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학자금 대출 문제는 비단 대학생만의 문제도 아니다. 정부에 학자금 대출신청을 해 놓고도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대학원생들 또한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학자금 대출이 학부생에 집중돼 있는 데다 정부와 대학간 업무협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학부생들에 대한 정부의 자금 대출은 지난 2일 1차 집행이 시작됐지만 대학원생들에 대한 지원은 8일부터 시작된다. 교육부는 올 1학기에 대출을 신청한 대학원생 1만 7898명에 대해 이날 대출승인 결정을 내리고, 새달 17일까지 돈을 내줄 계획이다. 문제는 대학원 신입생 등록이 교육부 대출보다 먼저 마감된다는 것이다. 많은 대학이 지난달 이미 등록접수를 끝냈다. 올 1학기 2000여명을 신입생으로 받은 연세대 대학원은 지난달 26일 일찌감치 신입생 등록을 마쳤다. 연세대 관계자는 “정부 학자금 대출을 신청한 일부 학생들이 등록 기간에 대해 물어왔지만 정부 측에서 무리하게 시행하는 행정에 대학의 일정을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875명을 모집한 고려대 대학원도 지난달 27일 추가 등록을 마감했다. 중앙대의 경우 올 1학기 대학원 신입생 700여 명 중 150여명이 정부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다. 4년차 간호사 박모(27·여)씨도 병원 행정을 좀더 공부하기 위해 중앙대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470여만 원의 등록금 마련이 빠듯해 정부자금 대출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역시 대출일과 등록기간의 엇박자 탓에 마음에 멍만 들었다. 박씨는 “어쩔 수 없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면서 “8만원의 전형료에다 등록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32만원의 선불 예치금까지 받아둔 학교가 뭐가 아쉬워서 추가 등록을 못하게 하는지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자금 대출의 운용은 국가에서 하기 때문에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수방관이다. 교육부 학자금 대출팀 관계자는 “시행 초기이다 보니 올해까지는 학부생들에게만 맞도록 제도를 갖추는 데도 힘이 들어 대학원생들에겐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면서 “등록기간은 각 대학의 고유 권한이라 강제하기도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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