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대표 실형은 민주당 죽이기"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및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빠졌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용균 부장판사)는 8일 오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화갑 대표에 대한 항소심에서 의원직이 박탈되는 징역10월에 집행유예2년, 추징금 1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집권여당 당직을 맡기 위해 정치자금을 수수한 행위는 정치 발전을 저해하고 정경유착 부패 구조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단호히 대처해야 하며 유사범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징역형에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 대표 측이 주장한 '법 제도와 정치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항변이 안 된다"며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처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 동안 한 대표 측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전 장관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선고유예 처분을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자금으로 받은 혐의와, 박문수 하이테크파우징 회장으로부터 6억원을 같은 해 민주당 대표 경선 비용 명목으로 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날 판결 결과에 대해 한 대표는 즉각 항고할 뜻을 밝혔다. 한 대표 측 한 관계자는 "1심과 달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라며 "한 대표의 행보에 많은 짐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이게 노무현식 정의냐"강력 반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대표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민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고등법원에는 중앙당 당직자들과 전남 광주 지역에서 한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당 당원 1천명 여명이 집결해 재판부 판결에 항의했다. 선고재판이 끝난 이후 민주당 당원들은 재판부 선고에 불만을 보이며 한 대표에 대한 유죄선고가 정치재판이라고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당원들은 유죄판결에 대비해 사법부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여를 만들고 장례식에서 사용되는 수십개의 만장을 만들어 재판 후 항의시위를 가졌다.
한 대표는 재판 이후 민주당원들의 시위현장에서 자신은 정치자금과 관련 누구보다도 깨끗한 정치를 했다면서 재판부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지만 이번 일로 당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이 100억원이상되는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지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특히 한화갑 대표와 비슷하게 김근태 정동영 후보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당내 경선에 참여했음에도 이들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지 않고 유독 한 대표에게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뿐 아니라 명백한 표적 수사이자 민주당 죽이기라고 성토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전 장관은 16개 시도를 완주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한 대표는 4개시도 경선에만 참여하고 중도에 포기했다며"권력 있는 사람은 봐주고 야당은 탄압하는게 노무현 정권의 정의냐"고 울분을 토하다시피 했다.
한편 한 대표에 대한 실형선고에 반대하는 민주당원 500여명은 이 시각 현재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시위가 끝나는 대로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무기한 성을 벌일 계획이다. 한 대표는 9일 예정된 신년 기자 회견은 예정대로 열고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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