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에서 폭력 등 온갖 행패를 부리는 이른바 ‘주폭’이 경찰의 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발생한 주폭 범죄 관련 사건사고 현황과 이에 대한 방지책을 살펴본다. ‘주폭(酒暴)’이란 상습적으로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하거나 선량한 서민에게 폭행 협박을 가하는 등, 사회적으로 위해를 가하고 평온한 생활을 침해하는 범죄자를 일컫는 용어다.
일선 경찰서 ‘주폭 전담팀’ 만들어 근절에 ‘총력’
주폭 범죄, 상습적이고 지속적인 경우 비일비재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가벼운 처벌도 문제
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주폭이 사회에서 ‘공공의 적’으로 부각되는 이유로는 이들이 무엇보다 술에 취하기만 하면 언어적 폭력은 물론이고 폭행이나 업무방해, 심지어 극단적인 경우에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물의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속적 단속에도 상황 오히려 악화'
이렇게 상습적으로 술에 취해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주폭에 대해 언론 매체에서는 꾸준하게 문제 제기를 해왔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급기야 경찰은 지난 2012년 5월 ‘주폭과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선포했다. 당시 서울시 등 각 시·도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주폭 전담팀’까지 발족시키고 주폭을 근절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집중 단속으로 인해 상습적으로 무고한 서민을 괴롭히던 악성 주폭들이 대거 검거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범죄 관련 전문가들은 “‘주폭과의 전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근본적인 근절이 가능한데, 정권이 바뀌면서 경찰 공권력이 불량식품 등 ‘4대악 근절’이라는 다른 분야에 집중되다 보니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악성 주폭의 횡포에 의한 피해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히려 ‘주폭과의 전쟁’ 당시 구속된 주폭이 대거 출소하면서 보복성 행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이들 주폭이 당시 형량을 얼마나 받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다만 주폭은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 받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 출소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보복성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들어서도 ‘주폭’이 저지르는 행패와 만행은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경찰은 주폭 사건의 경우 대부분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청주 청남경찰서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내연녀와 그 가족·지인을 무려 2년 동안 괴롭힌 혐의(보복폭행 등)로 강모(50)씨를 구속했다. 강 씨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올해 4월 초까지 술만 마셨다하면 내연녀 B(49·여)씨의 집에 찾아가 “우리 관계를 가족과 회사에 알리겠다”고 협박을 일삼아 3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경찰 조사 결과 강 씨는 견디다 못한 B씨의 아들이 강 씨가 저지른 범행을 경찰에 신고하자 다시 한 번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는 등 모두 십여 차례에 걸쳐 B씨의 가족과 회사동료에게 행패를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무차별 협박으로 주민 공포에 떨게 해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술만 취하면 상습적으로 자신이 사는 집 주인과 근처 주민을 악질적으로 괴롭히던 주폭이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4월 9일 청주 흥덕경찰서는 상습적으로 주민을 괴롭힌 혐의(협박 등)로 장모(52)씨를 전격 구속했다. 장 씨는 지난 2월 23일 오후 4시 경 집주인이 여러 달 밀린 방세를 내라고 요구하자 청주시 사직동에 위치한 한 주택가 인근 도로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집주인을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전과 40범인 장씨는 2012년 4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31회에 걸쳐 사직동 일대의 음식점을 돌며 협박과 업무방해 등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장 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실수했다”며 본인의 범행을 인정했다. 또한 지난 4월 7일 인천남부경찰서는 택시기사와 언쟁을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때린 혐의(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등)로 A(46)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4일 오후 11시 경 인천시 남구 주안동에서 택시에 탑승해 가다가 택시기사 B(44)씨와 시비가 붙어 말다툼을 벌인 끝에 때리는 척하며 위협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A씨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주안역지구대 소속 경찰관의 목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며 “경찰관을 폭행하는 경우 폭행 정도의 경중에 전혀 관계없이 공무집행방해로 구속 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찰의 강력한 의지는 지난 3월 30일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영세상인 등에게 상습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며 협박을 일삼은 주폭 김모(58)씨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한 사례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김 씨는 지난 1월 청원군 오송읍에서 영세상인 한모(63)씨 등에게 다가가 “죽여버리겠다”거나 “LPG 가스통을 터뜨려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최근 두 달 동안 총 스물네 차례에 걸쳐 모욕·상습협박·영업방해·실화·침입절도 등 다수의 흉악한 범죄를 서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씨는 아무 이유 없이 무작정 상인들에게 ‘왜 나를 무시하느냐’고 소리를 지르며 위협과 행패를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무법자 노릇을 하던 김 씨가 경찰에 검거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보복이 무서워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던 피해자들이 결연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찰은 오송읍 주민 89명으로부터 탄원서를 받은 다음 주민·영세상인 등 13명에게서 구체적인 피해 진술을 확보한 뒤 마침내 김 씨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주폭 검거의 모범적 사례”라고 평했다.
“다수의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게 특징”
또한 주로 여성이 혼자 일하는 편의점만 노려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린 주폭이 결국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지난 4월 3일 수원 남부경찰서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여성 혼자 근무하는 편의점만 골라 들어가 행패를 부리고 영업방해를 저지른 혐의(상습공갈)로 정모(45)씨를 전격 구속했다.
정 씨는 지난 3월 31일 오후 2시 30분 경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으로 들어가 일하고 있던 김모(49·여)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이후 정 씨는 잠시 모습을 감추었다가 같은 날 오후 7시 경 이곳에서 약 2km 쯤 떨어진 또 다른 편의점에 들어가 들고 있던 벽돌로 종업원 박모(55·여)씨를 위협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는 수원시 일대에서 술을 마신 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주로 여성이 혼자 일하고 있는 편의점이 눈에 띠면 담배를 구입을 핑계로 들어간 뒤 마구 행패를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정 씨는 과거에도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범행을 저지를 때마다 술이 깬 뒤에는 범행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수법으로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4월 1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절도·폭행·강제추행 등 혐의를 저지른 노모(49·무직)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씨는 지난 2월 28일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 길가에서 폐지를 모으고 있던 A(73·여)씨의 멱살을 잡아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노 씨는 지난 3월 17일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것에 앙심을 품고 A씨에게 찾아가 “내 눈에 보이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 씨는 3월 14일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인근 지역보건소에 들어가 여직원 B(25)씨에게 “혈압 재는 방법을 알려 달라”며 어깨를 끌어안는가 하면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노 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인근 옥탑방에 침입하여 금반지 등 46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도 있으며, 아무 편의점이나 들어가 돈을 내지 않고 컵라면 등을 먹기도 했다.
노 씨는 그동안 절도 등 30여 차례나 되는 범죄 전력이 있다. 또한 무천취식·불안감 등의 혐의로 무려 20여 차례나 즉결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구속되기 전에도 노 씨는 같은 종류의 범행을 저질러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올해 1월 초순에 출소한 상황이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 3월 26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업무방해 및 폭행 절도 모욕 등의 혐의로 배모(57·무직)씨를 구속했다.
배 씨는 지난 3월 22일 낮 12시 10분 경 서울 양천구 목3동의 한 노상에서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던 A씨(39·여)에게 “사은품을 달라”며 행패 부렸다. 또한 이후 배 씨는 야쿠르트를 팔던 B씨(48·여)에게도 행패를 부려 세재 등 사은품을 훔쳤다. 또한 붕어빵을 팔던 C씨(45·여)에게 욕설을 반복적으로 퍼붓는 등 한 시간여 동안 만취 상태에서 난동에 가까운 횡포를 부렸다. 배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욕설을 퍼붓는 등 전혀 진정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경찰 조사 결과 배 씨는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17일에는 공항대로 근처 식당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업주 D씨(54·여)의 가슴을 만지는 등 파렴치 한 성추행 행위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배 씨는 지난해 2월에도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8월형을 선고 받아 복역한 뒤 출소하는 등, 무려 전과 42범의 상습폭력사범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습성이 인정되어 이번에 전격 구속된 배 씨는 그동안 심각한 알코올의존증을 극복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적도 있지만, 결국 주폭 범죄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하고 말았다.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