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참사로 여야 양당이 6.4지방선거 출마 예비후보자들에게 선거운동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예비후보(전 안전행정부 장관)가 최근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일부 언론에 따르면 유정복 후보는 지난 23일 인천 부평구의 한 구의원 예비후보 사무실에서 구청장 및 시-구의원 후보 등 10여명과 만나 “여기 계신 분들을 다 절대적으로 믿는다”면서 “우리 모두를 위해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유정복 후보는 “선거 때 열심히 해서 열 표, 백 표 얻는 것보다 한 목에 천 표, 만 표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며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우리가 전체적으로 밀고 가지 않으면 이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특히, 이 자리에서 “이번에 불행하게도 세월호 사건이 있어서 지금 국민들이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로우키로 가는데, 어쨌든 선거 국면에 있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경쟁력으로 저쪽을 완전히 제압시켜야 한다”고 세월호 사태를 선거와 연결 지어 발언하기까지 했다.
덧붙여 “적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 방법은 뭐냐, 전략적 부분. 압도적 새누리당 전체 힘을 몰아붙여야 한다”며 “그러면 다 당선될 수 있다. 그건 내가 후보 되고 나면 말씀드리겠다”고 야당을 ‘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유정복 후보의 선거운동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무리 선거운동이 급하다고 한들 간절한 마음으로 어린 자식의 생환을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을 생각할 때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25일, 이와 관련한 논평에서 “생존자의 귀환을 바라며 사고 수습 때까지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자당의 방침에 위배하고 기초선거 출마자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한 유정복 전 장관의 발언은 심각하다”며 이 같이 비난했다.
금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선 무엇보다도 불과 얼마 전까지 재난 대응 시스템을 책임지는 안전행정부 장관의 자리에 있었던 분이 자성하기는커녕,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을 단순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소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야당을 ‘적’으로 표현하면서 ‘적을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부분도 정치와 정쟁을 혼동하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어 비판했다.
금 대변인은 이에,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떠나 더 이상 세월호 피해자의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상처주는 언행을 삼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여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