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군으로 가자"... "그래 우린 주파수 맞아"
김근태·고건 전격 회동... 지방선거 함께 하나?
열린우리당의 대선 예비주자로 2·18 전당대회 당의장 경선을 겨냥해 뛰고 있는 김근태 고문 이 마침내 승부수를 띄웠다.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와 우리당 당권주자인 김 고문이 전격 회동함에 따라 향후 정치구도 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이 가능한 판결을 받음에 따라 정치권이 태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두 사안 모두 정치권 재편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김근태-고건-민주당 등의 통합 및 연대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고문은 고 전 총리를 비롯해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 이른바‘양심 세력’과의 대연합론을 주장하고 있고,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고 전 총리는 진작부터 정계개편의 핵으로 지목받아 왔기 때문이다. 김 고문이 고 전 총리의 인천 강연장을 찾는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은“고 전 총리에게 지방선거를 위해 협력 또는 연대를 하자고 압력을 넣으러 왔다”고 자신의 의도를 밝혔지만, 고 전 총리는“통합론은 원론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참여 여부는 정치활동을 시작할 때 판단해야 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두 사람이 첫 만남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향후 정치일정에 대한 접근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건 "우린 코드가 아니라 주파수 같다"
김 고문은 이날 오전 인천에서 열린'새얼문화재단'주최 고 전 총리의 강연장에 찾아가 강연을 경청한 뒤"총리에게 직접 민주세력 대연합에 대해 제안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말했음에도 (고 전 총리가) 세 차례에 걸쳐 긍적적인 평가를 해주신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우리당과 고건 총리와 각계를 대표하는 양심세력대연합을 추진해야 한다. 관심 갖고 함께 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전당대회라는 계기 통해 범양심세력의 대연합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와 동의 얻는 과정이라 생각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며 고 전 총리에게 직접 제안없이 공개 제안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고문은"지자체 선거가 임박했는데 정치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지방권력이 변화하면 정권교체-정권재창출에 이은 한 단계 변화를 이룩할 것"이라며 고 전 총리의 지자체 선거 참여를 요구했다.
김 고문은 강연이 끝난 뒤 고 전 총리에게 "정치 참여의 태도를 밝혀달라고 압력을 가하기 위해 왔다"며"전당대회 뒤 실질적 대화와 협력을 위해 동맹군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고 적극 대쉬했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우리는 코드가 아니라 주파수가 맞는다.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이다. 나는 공개방송을 좋아한다" 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 전 총리는 주파수가 맞는다는 의미에 대해 "코드는 암호화 돼 있어 폐쇄된 느낌이지만 주파수는 개방적인 표현"이라며 "나는 늘 주파수를 열어놓고 있다는 뜻이다. 어디든, 누구한테든 주파수를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한나라당, 민주당, 정동영 고문에게도 열어놓는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렇다"고 답했다.
고 전 총리는 "우리 정치가 분열, 상극의 정치로 가고 있기 때문에 통합과 상생, 협력의 정치로 가기 위해 김 고문의 통합론에 대해 원론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며"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참여 여부는 지금 현재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즉각적인 답변을 피했다.
◆'범양심세력 대연합' 탄력 받을까?
김 고문은 이날 회동을 위해 전날 인천에 있는 한 호텔에서 묵었다고 한다. 공을 들인 대로 고 전 총리와의 회동을 성사시킴으로써 김 고문은 자신이 내세우는 이슈인 '범양심세력 대연합론'의 모양새를 가시화하는 성과를 얻었다.
김 고문 대변인 격인 우원식 의원은 "오늘 자리의 의미는 공개적으로 만나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연대의 필요성에 서로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공식적인 세리모니"라고 평가했다.
우 의원은 "고 전 총리는 전당대회 결과를 주목하는 것 같다"며 "김 고문이 당의장이 되면 공식적으로 지방선거 연대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향후 절차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결국 고 전 총리에 대한 김 고문의 적극적인 '구애'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나름의 카드를 당의장 경선장에 내 놓은 것이다. 김 고문 측은 "대의원들에게 '지지율 1위 회복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라는 정동영 고문의 슬로건보다 훨씬 체감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화갑 태풍' 어디까지?
한편 민주당 한 대표의 의원직 상실이 가능한 판결은 민주당을 축으로 고 전 총리와 국민중심당이 뭉치는 이른바'3자연대론'의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대표는 그간 민주당 독자생존론을 주장해 왔지만 의원직 상실에 따른 영향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핵심인사는"한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대표직 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당의 분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비주류를 축으로 당내 여론이 한 대표의 퇴진과 다른 당과의 연대 협상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당의 노력이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고 전 총리 등을 축으로 한 연대에 힘이 더욱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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