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한화갑... "노 대통령도 수사해야"
"盧 정권은 동교동계 종자까지 죽이려하나...?"
정치역정의 최대 위기를 맞은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열어 정권에 대한 울분을 격렬하게 토로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전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한 대표는 "분명하게 말하지만 내 사건은 정치적 사건"이라며 "동교동 사람으로서 이 정권에 들어서면서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며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대통령 경선자금 문제가 조사돼 대법원에 갈 때까지 내 사건도 대법원에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한 대표가 처한 상황은 심상치 않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는데,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우리당과의 통합, 고건 전 총리 영입 등에 '걸림돌'이었던 한 대표의 퇴진으로 민주당의 정치적 활로를 새롭게 모색하고 당내 헤게모니도 재편해보려는 움직임이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대표 재판결과가 당 이미지에 큰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평소 온화한 이미지의 한화갑 대표가 9일 오전 국회기자실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분노한 모습을 보였다. 의원직 상실위기에 처한 데다 당내 2선 퇴진론까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SK그룹으로부터 4억원 등 10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8일 서울고법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10억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이같은 형을 확정하면 한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되며 피선거권도 5년간 박탈당한다. 이 판결을 기회로 한 대표 반대파가 당사를 점거하기도 했다. 8일 오후 60여명의 민주당 관계자들이 한 대표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당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이 때문에 당사에서 열려던 신년기자회견도 국회기자실로 옮겨야 했다.
◆"내 문제, 노 대통령 문제와 함께 대법원까지..."
한 대표는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에 대해 "정치적으로 시작해 정치적으로 끝낸 판결"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한 대표는 "불공정한 기소와 형평성에 어긋난 것에 대해 제 입장을 안밝힐 수 없다. 2003년 10월과 2004년 초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와 관련된 경선자금을 (청와대가)확인했으며, 이미 청와대 사람들이 '한화갑 구속한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스스로 고백까지 한 노 대통령은 놔두고 민주당이 소수정당으로 몰락하니까 기소했다"며 "대명천지에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대표는 이어 "검찰이 기소 발표하면서 노 대통령과 정동영 전 장관을 함께 조사해서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저만 기소하고 재판했다"며"말만 해놓고 수사에 착수를 안한 것은 검찰이나를 정치적으로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문제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자기 입으로 실토한 것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고 대법원에 갈 때까지 놔두라"며 "그때까지 국회의원직에 연연하지 않고 민주당 키우기에만 전념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대표는 또한 "사법부의 입장이 있겠지만 경선자금에 대해 정치자금법을 가지고 다스릴 수 없는 것"이라며 "법을 다루는 재판관들이 실정법만 가지고 한다면 도덕적 법의 기준은 어떻게 따져야 하는가"라고, 사법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민주당 실체 있어야 통합도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나오는 민주당 통합론과 관련해 한 대표는 "때가 되면 공개토론도 할 것이다"며 "통합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자기 존재에 힘쓰고 독자성과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 대표는 "내가 주장하는 창조적 공존이 그런 통합이야기"라며 "우리가 수권정당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이 믿냐. 정당도 기업처럼 M&A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함께 정책적 아이디어나 정치를 추진할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는 "호남 민심은 한나라당과 거리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정당정치가 아니라 국가 정치다. 한나라당이 국가 이익을 위해 정책 등을 제안하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 대표는" 한나라당내에도 아는 의원들이 많고, 영남에도 지인들이 많다"며 "영호남의 연대는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또 "어제 밤에 제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전화를 해서 따뜻한 말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당내에서 농성을 벌였던 사건과 관련해 한 대표는 "대표가 중심이 된 당에서 결정한 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욕심 때문"이라며 "나는 지난해 2월3일 전당대회에서 83.1% 지지를 받은 사람"이라며 "민주당을 살리는 적임자가 한화갑이라고 해서 찍은 것인데 당사에 들어온 사람들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한화갑을 놔두서는 민주당과 통합할 수 없다". "한화갑을 죽여야 민주당을 다룰 수 있다"는 말이 떠도는 판에 일부 당원도 아닌 사람들이 당내에 와서 농성하고 있는 것을 당원의 생각이라고 볼 수 없다. 당원도 아닌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나를 음해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어 한 대표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심정으로 대의원들에게 위임받은 책무에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수긍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민간 자율복지로 양극화 해소”
한 대표는 이날 신년기자 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창조적 공존'을 제창하면서, 이를 위해 개헌을 포험한 정치개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성장과 분배, 감세와 증세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작은 정부, 큰 시장, 따뜻한 사회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증세와 감세 주장을 모두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민간자율의 복지제도를 통해 공공복지제도를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민간복지시장 같은 것을 만들자는 것이다.
복지단체들이 일정한 심사를 거쳐 복지시장에 등록하고, 이 시장은 정부가 감시하고 전문기관이 평가하고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은 원하는 단체에 기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기부금에 대해서는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에게는 각종 혜택을 주자는 제안이다.
한 대표는 이와 함께, 넓은 세원 낮은세율을 목표로 하는 세제개혁을 추진해야 하고, 긴축재정으로 정부 예산의 10% 이상을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아울러 "국민통합 중도실용 개혁세력이 정치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더불어 국민통합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밖에 한 대표는 "남북이 동시에 군축을 진행해 잉여 인력과 물자를 모두 북한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자"며 한국과 북한 정부를 향해 지난해 제안한 '남북통일사업단' 구상에 대한 논의와 실천을 재차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신 상임고문, 이낙연 원내대표, 신중식 부대표, 김효석 정책위의장, 손봉숙·이승희 의원 등이 배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