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뒤숭숭하다. 구조조정·명예퇴직 단행을 앞두고 적지 않은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발주 취소를 이유로 KT에게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을 부과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장 점유율도 크게 떨어져 그만큼 KT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KT, 최대 규모 명예퇴직 단행…황창규식 조직 장악?
노조 “명예퇴직 강요” 반발…KT 점유율 30%선 붕괴
공정위, “부당 계약 취소” KT에 21억 과징금 부과해

지난 4월 23일 KT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특별명예퇴직 대상자를 확정했다. KT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신청한 8,320명에 4월 22일 추가로 신청한 사람을 30명을 더해 8,350여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신청한 인원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4월 30일에 퇴직한다.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 단행
그동안 KT는 희망퇴직 형식의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실시했지만 규모 면에서 보면 이번이 최대로 꼽힌다. 이번에 단행하는 명예퇴직으로 인해 KT 전직원수는 현 3만2,188명에서 2만3,868명으로 감소한다. 이와 아울러 임직원 평균 연령도 현 46.3세에서 44.5세로 낮아졌다. 이번에 KT가 단행하는 명예퇴직의 규모는 지난 2003년 5,497명·2009년 5,992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KT에 따르면 특별명퇴를 신청한 사람의 평균 나이는 51세, 평균 재직기간은 26년이며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69%, 40대도 31%나 됐다.
이에 대해 한 KT 관계자는 “이번 명예퇴직 때 비교적 젊은 40대 직원들도 상당수 신청한 것은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 폐지와 명예퇴직 프로그램 폐지·임금피크제 도입 등 복지 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KT가 이렇게 대규모 명예퇴직 신청을 단행한 배경에는 삼성그룹 출신의 황창규 신임 CEO가 민간기업 특유의 조직 장악력 및 압박을 KT에 도입한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에 명예퇴직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현재 KT가 사업합리화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새로운 부서나 자회사로 옮겨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명예퇴직 대상자도 기존의 20년 근무 이상에서 15년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복리후생도 줄어들어 직원이 많이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명예퇴직을 희망한 직원들은 근속기간 및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금을 지급받는다. 퇴직금 이외에 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평균적으로 퇴직 전 급여의 2년 치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한 개인 선택에 따라 추가로 가산금을 받을 수 있으며 KT M&S나 ITS 등 그룹 계열사에서 2년 간 근무할 수도 있다.
또한 명퇴신청자라고 하더라도 모두 회사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위성 제어 등 다른 인원이 대체하기 어렵거나 업무 인수인계가 꼭 필요한 경우 회사에 남아있게 되며 퇴임을 염두하고 장기 휴직인 직원 등은 명예퇴직 위로금을 받을 수 없다. KT 측은 “이번에 실시하는 명예퇴직으로 2/4분기 비용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해마다 약 7,000억 원의 인건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특히 기존 고비용·저효율의 인력구조를 효율화해 젊고 가벼운 조직으로 체질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퇴 둘러싸고 노사 갈등 ‘우려’
이렇게 명예퇴직 접수는 일단 마감했지만 KT와 KT새노조 간의 대립 양상은 지속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KT새노조 측은 명예퇴직을 강요한 황창규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KT새노조는 “전국적 규모로 명예퇴직을 강요했다”며 “이번 명예퇴직이 사실상 자발적 형식을 취한 해고”라고 비판했다. KT새노조 측은 “애당초 기업 구성원의 3분의 2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설정한다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KT새노조는 “희망 근무지 조사라는 형식을 통해 사실상 전 직원을 압박하는가 하면 아예 짐을 싸라고 박스를 나눠주는 지부도 있었다”며 “비연고지를 신청하라는 강요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박을 일삼는 등 명예퇴직과는 거리가 먼 비정상적인 상황이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KT새노조 측은 “이번 구조조정은 단기적인 비용절감일 뿐, 회사의 장기비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에 불과해 결국 정규직이 하던 일을 아웃소싱으로 비정규직에게 넘긴 게 전부”라며 “기업의 단기 수익을 올리겠다는 발상으로 국민기업이 추구할 혁신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KT새노조는 “이처럼 비정상적인 강요로 이루어진 명예퇴직이야 말로 KT와 황창규 회장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비극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황창규 회장은 KT를 국민기업답게 경영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대량 명예퇴직 강요 건에 대해 KT노동자 및 퇴직 노동자들에게 사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KT새노조 측은 “앞으로 명퇴 면담 과정에서 발생한 강요 행위를 엄격히 추적하여 그 책임자를 문책하도록 투쟁할 것이며, 향후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과정에 대해서도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KT의 시장점유율이 10여년 만에 최초로 30% 선이 무너진 것으로 드러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이는 일차적으로 영업정지의 후유증 탓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5대 3대 2’ 시장 분점 구조에 중대한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재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황창규 회장이 과연 영업정지에서 풀려난 후 어떠한 경영 비책으로 점유율을 다시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24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무선통신가입자를 집계한 결과 이동통신 3사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SK텔레콤 50.42% ▲KT 29.86% ▲LG유플러스 19.72%로 나타났다. 이렇게 KT의 시장점유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것은 거의 12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점유율 면에서 KT는 전달과 비교해 0.18%포인트 감소했으며 LG유플러스는 0.15%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이렇게 감소한 부분은 고스란히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연결됐다. 지난 3월 13일부터 4월 4일까지 단독으로 영업 활동을 한 SK텔레콤은 가입자 수가 2781만3,697명으로 25만여 명이나 늘어났다.
‘과징금 폭탄’도 만만치 않은 부담
4월 27일 부로 영업정지가 끝난 KT는 점유율 30%를 회복하기 위해 시장회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 이통사 간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KT는 그동안 낸 요금이 70만원을 넘어서면 남은 약정기간을 다 채우지 않아도 할부금과 위약금을 파격적으로 면제하는 이른바 ‘스펀지’ 플랜을 전격 발표하며 가입자 잡기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또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도 KT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난 4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KT가 중소업체 엔스퍼트에 태블릿PC 제조를 위탁했다가 부당하게 계약을 취소했다”며 약 21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 내렸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KT에 시정명령과 함께 20억8,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KT는 2010년 9월 애플 아이패드 도입이 지연되자 태블릿 시장 선점을 위해 통신·전자기기 제조 중소업체 엔스퍼트에 ‘K패드(E201K)’ 20만대 제조를 위탁했다. KT는 3만대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의외로 판매 부진을 겪었다. 이후 KT는 엔스퍼트에게 “제품에 하자가 있다”거나 “검수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등을 이유로 남은 17만대에 대한 전산 발주를 계속 미루었다. 결국 2011년 3월 KT는 제조위탁을 취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급사업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제조위탁을 마음대로 취소한 것이므로 부당한 발주 취소”라며 “엔스퍼트에게는 발주 취소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책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자는 상당 부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때문인 것으로 이후 문제가 해결됐는데도 KT는 검수조건을 계속 변경하고 절차 진행도 불명확하게 처리하는 등 고의적으로 검수 통과를 어렵게 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KT는 이 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엔스퍼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데도 KT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향후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입증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KT 측은 “엔스퍼트가 단말기의 치명적인 결함들을 해결하지 못해 당사 검수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E201K 제품의 경우 배터리 소모시간·위성항법장치(GPS)·동영상 재생·카메라 등 하드웨어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태블릿PC로는 유일하게 2011년 상반기 소비자집단분쟁조정이 신청됐다”고 주장했다. 설상가상으로 KT가 맞은 ‘과징금 폭탄’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KT 홈페이지 해킹에 따른 기술적·관리적 조치 여부와 이용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제3자 제공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고, 5월 중에 제재 방안을 결정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민관합동조사단이 KT 홈페이지 해킹을 통해 유출된 981만여 건의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기술적 관리적 조치 여부나 이용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월에 위원회를 열고 조사 결과에 따른 제재 방향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KT가 최대 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