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이자 도시경관 전문기업 누리플랜이 최근 심각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 심한 분쟁을 겪다가 최근에는 신주인수권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는 등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누리플랜 최근 ‘경영권 분쟁’ 때문에 심각한 몸살 앓아
신주인수권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제출 등 상황은 복잡
장병수 대표 “현재 우호지분을 180만주가량 확보했다”

누리플랜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경관조명 전문기업이다. 누리플랜은 국회의사당·남산서울타워·세종문화회관·서울역사박물관·반포대교 등 그동안 전국 각 자치단체의 랜드마크 관련 프로젝트를 약 700여 곳이나 수행했다. 이렇게 누리플랜은 해당 업계의 절대강자로 꼽히며 지난 201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한 지붕 두 CEO’ 초유의 상황 맞이해
그런데 이렇게 탄탄한 기업인 고 있다. 누리플랜이 업계의 관심사로 급격히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 3월 26일이다. 이른바 ‘진짜 CEO·가짜 CEO’라는 그동안 재계에서 실로 보기 드물던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을 둘러싼 분쟁이 본격적으로 격화되기 시작했다.업계에 따르면 누리플랜은 같은 날 두 군데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 뒤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대표이사를 각각 선출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우선 기존의 누리플랜은 지난 3월 24일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정헌덕 누리플랜 상무·이규홍 누리플랜 상무 등을 포함한 네 명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고 이강우 누리플랜 전무는 이사진으로 재선임 했다. 이후 누리플랜 측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정기주총 결과를 공시했다. 이 공시대로라면 누리플랜의 이사진은 이상우 회장을 포함한 총 여섯 명이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누리플랜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공시된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즉 누리플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장병수 대표가 누리플랜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실로 희한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 뿐만 아니다. 이날 사내이사로 김영삼·전재석·김원태·정낙환 씨 등이 등재되었으며 다음 날인 3월 25일에는 정기옥 씨가 감사 자리에 올랐다. 장병수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등기부등본에 기재한 것이다. 장병수 대표는 누리플랜의 지난 2010년 5월 누리플랜이 계열사로 포함한 누리서울타워(옛 누리플랜시스템)의 대표이사로 지난 2013년 4월에 취임했다. 우리에게는 남산타워로 친숙한 누리서울타워는 현재 장병수 대표 측이 91%, 누리플랜이 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은 누리플랜과 누리서울타워, 즉 본사와 계열사 사이에 벌어지는 대결로 부각되는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다른 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장병수 대표 측의 행동에 대해 기존의 이상우 회장 측은 몹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월 26일 누리플랜 기존 경영진은 이 같은 소동을 해명하기 위해 서울 방배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누리플랜 측은 “지난 3월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해 이상우 회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하고 이를 공시한 뒤 관할법원에 등기를 하려고 했는데 장병수 대표 측이 가짜 주총의사록으로 변경해 등기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라고 맹비난했다.
누리플랜 측 손 들어준 법원
누리플랜 측은 “장병수 대표는 누리플랜이 매출에 어려움을 겪던 작년 2월 인수합병을 제안한 인물”이라며 “가짜로 만들어진 변경 등기부등본 내용을 근거로 삼아 용역까지 동원하여 이상우 회장의 출근을 막는 등 업무방해는 물론 무자본 기업사냥꾼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누리플랜 측은 “가짜 주주총회'로 회사와 투자자를 속인 장병수 대표에 대해 공정증서 원본불실기재·업무방해죄로 서울 방배경찰서에 형사고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에 장병수 대표를 비롯한 새로운 이사진의 집무정지 가처분 신청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리고도 했다.

이렇게 이상우 회장 측은 “불순한 의도를 품고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선 장병수 대표 측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주총과 법원 등기에 나섰다”며 “장병수 대표 측의 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한다.이상우 회장 측은 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로 “무엇보다 장병수 대표 측이 개최한 주주총회는 대표이사는 물론 이사 선임에 대한 내용이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공시된 내용과 완전히 다르다”는 내용을 거론했다. 또한 이상우 회장 측은 “장병수 대표 측이 신규 인감을 날인해 사실상 법인인감을 위조했다”고도 했다. 이와 아울러 “공증 변호사로부터 ‘기존 주주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증을 해주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장병수 대표 측의 등기는 완전 무효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병수 대표 측은 “어디까지나 엄연히 정상적으로 주주총회를 개최해 경영진이 새롭게 선발됐다”며 “아울러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사 변경 관련 서류 등기도 마무리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장병수 대표가 이렇게 자칫 ‘무리수’로 비추어 질 수도 있는 행동을 불사하게 된 데에 “양쪽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보는 편이다. 지난 2013년 3월 장병수 대표는 이상우 회장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누리플랜 전체 지분 가운데 50%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우 회장의 지분과 경영권을 장병수 대표 측이 매입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즉 장병수 대표는 어떤 이유 때문인지 계약을 체결한 뒤 잔금은 물론 계약금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계약은 일단 자동 파기됐다.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병수 대표 측 입장에서는 계약이 아직 유효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주주총회를 밀어붙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렇게 격하게 시작된 누리플랜과 누리서울타워 사이의 경영권 분쟁 ‘1라운드’의 승리는 일단 누리플랜 이상우 회장 쪽으로 돌아갔다. 지난 4월 18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점 제1민사부(재판장 이환승 외 2명)는 이상우 회장 측이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또는 무효)' 확인 소송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한 장병수 대표와 이사진들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판결을 내렸다.
‘제2 라운드’ 기미 보여
재판부는 “본안 판결을 확정할 때까지 채무자 장병수는 누리플랜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서의, 채무자 김영삼·전재석·정낙환은 사내이사로서의, 채무자 김원태는 감사로서의 각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아울러 재판부는 직무집행정지 기간 중 누리플랜의 이사 및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할 자로 이규홍 현 누리플랜 상무를, 이사 직무대행자로는 김영재·정헌덕·오진탁 씨를 각각 선임했다.
또한 재판부는 장병수 대표 측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기간 중인 4월 14일 대표이사 및 이사 감사직을 사임했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도 “이 사건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부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으로 판시했다.하지만 이 같은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누리서울타워 측은 “어디까지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주주총회를 진행했다”고 강변하며 “아직 본안 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누리플랜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통해 등기 내용과 상관없이 일단 회사의 모든 권한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이른바 ‘2라운드’가 남아있어 앞날을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 가짜 주주총회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이른바 ‘가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4월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누리플랜은 누리서울타워가 지난 4월 14일 행사한 84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중 52억 원어치에 해당되는 74만여 주(13.5%)의 신주인수권부사채 권리에 대해 신주인수권(워런트)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누리서울타워는 지난 4월 14일 누리플랜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했다. 이때 누리서울타워가 행사를 청구한 주식 수는 총 120만7,937주로 누리플랜의 발행주식 총수 가운데 26.61%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행사청구 금액은 주당 6,954원으로 총 84억 원이다.
한편 이러한 누리플랜 측의 소송 제기 때문에 총 120만여 주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행사해 21.93%의 지분을 확보하려고 했던 누리서울타워의 계획은 당분간 접을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누리플랜 측이 가처분 소송까지 불사하며 신주인수권부사채 지분에 대해 각별한 신경을 쓰는 이유는 자칫 향후 경영권 분쟁의 중대 분수령을 맞이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상우 회장 등 누리플랜 측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누리플랜 지분은 201만4,060주(44.36%)다. 그런데 앞으로 장병수 대표 측이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한 권리를 전부 인정받을 경우 보유 지분은 21.93%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장병수 대표 측이 우호지분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자칫 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다. 실제로 장병수 대표 측은 “현재 우호지분을 180만주가량 확보했다”며 “이것가지 모두 합치면 누리플랜 측 지분율을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한 양측의 표 대결로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무척 높아지고 있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