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국사가 입증한 생명수 백운산 고로쇠
규장각 목판본에 도선국사의 비문이 전해 내려오는데 이 자료에 의하면 광양 백운산에 머물며 수도했던 도선국사가 지금으로부터 1108년 전인 898년에 72세 나이로 입적했다고 전한다.
참선으로 도를 깨달은 후 전국 산천을 떠돌며 또 다른 도를 깨닫는다는 운수행각을 위해 37세에 광양을 찾은 도선국사는 백운산의 줄기인 백계산 자락에 옥룡사를 짓고 제자를 가르치며 참선과 수도로 35년을 보냈다.
도선국사가 머물렀던 백운산은 전라남도에서 가장 높은 명산으로 일찍이 여우와 봉황, 돼지라는 3가지 동물의 영험한 정기를 잉태하고 있다고 전해 온다.
특히 동곡계곡과 성불계곡, 어치계곡, 금천계곡 등 깨끗하고 풍부한 수량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4대 계곡을 갖고 있어 예로부터 광양 발전의 모태 역할을 해왔다.
이 신령스러운 백운산에서 나오는 고로쇠와 도선국사를 결부시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처음으로 백운산 고로쇠의 효능을 입증한 사람이 바로 도선국사라는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는 것.
어느 날 수개월간 가부좌상을 하며 도를 닦던 도선국사가 참선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한참을 씨름하던 도선은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붙들고 일어서려 했으나 나뭇가지마저 부러지고 말았다. 심한 갈증을 느낀 도선은 때 마침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수액을 마시게 됐고, 수액의 기운이 몸으로 퍼지면서 굳었던 다리가 펴졌다고 한다.
이 때부터 이 수액을 '뼈에 이로운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水)'로 불려졌으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오늘날 이름인 '고로쇠'로 변했다.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에 속하는 고로쇠나무는 밤 기온이 영하 3~4℃ 이하, 낮 기온이 영상 10~15℃ 이상으로 일교차가 클 때 줄기에 있는 도관부 세포의 수축과 팽창 차로 생기는 수간압에 의해 많은 수액을 만들어 낸다.
고로쇠의 원조 광양 백운산 고로쇠는 그 효능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물과학대학의 연구보고서 제21호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는 백운산 고로쇠에는 천연 당성분과 나트륨, 마그네슘, 칼륨, 칼슘, 철 등 무기성분과 비타민이 고루 들어 있어 관절염과 위장병, 고혈압, 비뇨기 계통의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단국대학교 미생물학과(조순익)에서 발표한 '고로쇠 수액이 복강암세포를 이식한 Balbe/c마우스의 NK(자연살상)세포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1995'이라는 논문에 의하면 백운산 고로쇠 약수를 쥐에 3주간 투여한 후 NK세포 활성도를 조사한 결과 활성도가 수액을 투여하지 않은 쥐에 비해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백운산 고로쇠가 맛과 질, 약효에서 단연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데는 백운산의 토질이 고로쇠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알맞은 습기,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바다 바람, 깊은 계곡의 높은 일교차 등 최적의 생육환경 때문이다.
경칩을 전후로 채취되는 고로쇠 약수는 예로부터 찬(冷) 성질을 보완하기 위해 뜨끈뜨끈한 방에서 대체로 일시에 많은 양을 마셔야 체내의 독성을 빼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광양 지역에는 고로쇠 약수를 한우와 토종 닭, 염소 등을 숯불에 구워낸 숯불구이와 함께 먹는 전통 음식문화가 전해오고 있는데,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숯 연기 속에서 숯불고기를 곁들어 마시는 고로쇠는 먹어 본 사람만이 아는 별미로 알려져 있다.
매년 2, 3월이 되면 백운산 계곡 산장과 광양 시내 식당가에는 이 색다른 맛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올해 광양 지역 농가들은 이미 지난 2월 1일부터 이미 고로쇠 약수 채취를 시작했으며 오는 3월 말까지 2달 동안 360만ℓ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판매 가격은 18ℓ는 한 통에 5만원, 9ℓ는 2만5천원이고, 고로쇠정보화마을 홈페이지(http://gorosoe.invill.org)에 접속해 인터넷으로 주문할 경우는 배송료를 포함해 각각 5만5천원과 3만원이다.
광양시는 1999년 9월 29일, 신비의 생명수인 '백운산고로쇠'를 특허청에 특허상표로 등록한 데 이어(제0455563호) 현재 약수통 시험성적서와 생산자표시를 부착해 판매토록 하는 등 다른 지역의 고로쇠와 차별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 1981년부터 매년 경칩 때 지역 발전과 고로쇠의 풍성함을 기원하는 백운산고로쇠 약수 축제를 열어오고 있다.
올해로 스물여섯 번째를 맞은 백운산고로쇠 약수 축제는 오는 3월 6일, 옥룡면 동곡리에 있는 약수제단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우선 솟대와 상징기, 취타대, 칠선녀, 제관, 약수 물동이, 도선국사 행렬, 풍물단이 줄을 지어 제단으로 향하는 의식행렬이 식전행사로 펼쳐진다.
이어서 고로쇠의 구전을 재현하는 '도선국사 단막극', 약수 제례의식이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광양 출신으로 신작 소설 '도선'을 출간한 박혜강 작가와 함께 도선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와의 만남'이 열리고 신명나는 풍물놀이 한마당이 흥을 돋우면서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약수제단 주변에는 먹을거리와 볼거리도 다양하다. 고로쇠 민박 농가들은 하루 종일 마을 가득 숯불구이 냄새를 품어낸다. 뿐만 아니라 농부들이 신비한 약수를 채취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자연미를 그대로 간직한 백운산(1218m)을 등반할 수도 있다.
인근에 광양시가 조성한 백운산자연휴양림으로 발길을 돌려 1.3km에 달하는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하늘을 찌르는 소나무 숲에서 즐기는 산림욕, 그리고 양산전통테마마을에 들러 여러 가지 농촌문화를 체험하는 맛도 그만이다.
특히 도선국사가 35년 동안 머물렀다는 옥룡사지는 천여 년 동안 스민 불심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아직도 도선과 그의 제자인 경보스님의 도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옥룡사지를 둘러싼 7천여 그루의 동백나무는 도선국사가 조성한 숲으로서 기운이 약한 지형을 나무를 심거나 건물을 세워 기를 보충했다는 도선의 비보사상을 잘 말해 준다.
초목에 새 기운이 돋고,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가까웠다. 산천에 생명이 움트는 이 춘삼월에 광양에 가면 하늘이 내린 신비한 약수, 도선국사가 입증한 생명수인 고로쇠 약수와 함께 천년 고승 도선국사의 숨결을 가슴에 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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