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가운데 정쟁을 자제해오던 여야 정치권이 기초연금법 처리 문제를 두고 다시 갈등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기초연금법 절충안을 놓고 논의를 펼쳤지만,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사실상 4월 국회 내 처리가 무산된데 따른 것이다.
앞서 여야 양당 원내지도부는 소득 하위 70% 이상 노인들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되, 국민연금 수령액이 월 30만원 이하인 수급자에게는 가입기간과 상관없이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이 같은 절충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많았던 것.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절충안이 사실상 정부안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열린 의총에서도 의견 개진을 한 25명 의원 가운데, 5명만이 기초연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의 당론을 고수해야 한다. 우리 당의 안이 분명하게 옳기 때문에 6.4지방선거까지라도 시간을 가지고 더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 축을 이루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 “반면, ‘우리의 주장이 분명히 옳은 것은 맞지만 어르신들께서 새누리당의 안이 차등지급 불효연금이라는 점과 젊은 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국민연금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잘못된 내용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상황에서 7월부터 기초연금을 받기를 원하시는 의견이 많은 것도 현실이므로 가급적 빨리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라는 발언들도 이어졌다”고 덧붙여 전했다.
이 같이 의견이 갈리자, 전병헌 원내대표는 정리발언을 통해 “130명 전 의원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김한길 대표가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에게 일반 국민의 여론조사도 세밀하게 해 볼 것을 지시한 바, 다음 의원총회에서 이들 결과를 보고하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처럼 의원총회를 통해 기초연금법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새누리당은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기초연금법이 처리되기만을 염원하는 어르신들을 또다시 실망시키는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새누리당 강은희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관련 브리핑을 통해 “오늘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총에서 기초연금법에 대한 당론 도출을 실패했다고 한다”며 이 같이 비난했다.
강 대변인은 “어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4월 국회에서 민생법안을 비롯한 국민안전법안이 조속히 처리 될 수 있도록 여야가 협심하여 국회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이라고 덧붙여 비난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 시간끌기만을 일삼으며 두루누리 사업이 기초연금과 연관성이 없다고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께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거듭 “처음 약속대로 100% 다 드릴 수는 없음을 대통령께서도 여러 차례 사과하시고 어르신들께도 양해를 구한 상황”이라며 “손자세대에 부담을 덜 주고 나라 재정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절박한 제안을 새민련은 더 이상 무책임함과 왜곡으로 어르신들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강은희 대변인의 이 같은 브리핑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연금에 대한 당론 합의에 실패했다는 것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며 “상대방에 대해 말할 때는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말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기초연금 브리핑이 세월호 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나 보려고 하는 의도적인 정쟁의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국민들께서 이것을 결코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경고한다”며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한 것을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연금을 드리면서도 미래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건강한 기초연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분명하게 드린다”면서 “의견 수렴과정이 실패로 끝난 것이 아니라 더욱 심도 있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야당을 자극하고 정쟁을 유발함으로써 새정치민주연합의 발목잡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드릴 수 없게 됐다는 선거용 프레임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 받을만한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