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단계 업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불법적인 다단계 판매업과 관련된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다단계 업체 증가 실태와 피해 예방에 대해 알아본다.
홈페이지·블로그 통한 마케팅 활동, 많은 이들을 현혹해
다단계, 사법기관의 형량 선고 예전 달리 높아지는 추세
일반 건강기능식품, 줄기세포 치료제로 속여 광고하기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어가고 있다. 더욱이 경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비례해 다단계 판매업체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물론 다단계 업체가 모두 ‘불법’ 상행위를 저지른다고 볼 수는 없다.
공정위 “각별한 주의 필요”
그렇지만 유독 다단계 판매를 둘러싸고 불법적인 피해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등록금 마련 등으로 고민이 많은 대학 초년생과 사리분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년층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당국의 불법 다단계 판매 근절 의지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다단계 판매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아울러 최근 사법기관의 형량 선고도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1/4분기 다단계 판매업자 변경현황’에 따르면 정식으로 등록된 다단계 판매업체는 지난 3개월 전보다 다섯 곳이나 늘어난 117곳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다단계 판매업 등록업체 수는 2012년 1/4분기 71개사에서 8분기 연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 1/4분기에 새롭게 등록한 다단계 판매업체는 모두 아홉 곳으로, TJSI·JRC코리아·미슬토·웰컴홀·탄탄코리아·프리덤CNG·베리·MSA코리아·골드파인 등이다. 물론 이들 업체는 조합에 가입하는 등 정식적인 절차를 밟았다.
이 신규 등록 업체 가운데 JRC씨코리아는 소비자 피해 보상 계약을 위해 직접판매공제조합에 가입했으며 미슬토·골드파인 등 나머지 8개사는 특수판매공제조합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및 판매원은 청약 철회 및 환불 거부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공제조합으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반면 같은 기간에 폐업한 사업자 네 곳은 TSGI·휴먼리빙·DP라이프·웰글로벌 등이다. 또한 ‘비즈인터내셔날 코리아(유)’의 경우 지난 1/4분기 중 공제조합과의 계약 해지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됐으며 조만간 폐업하거나 등록취소 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이에 따라 본 업체와 거래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단계 판매업체 중 주소나 전화번호 변경이 유난히 잦은 곳은 청약 철회나 환불 거부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이들 업체와 거래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6년부터 다단계 판매 관련 소비자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예방 시책을 전개하기 위해 매년 분기마다 다단계 판매업자의 주요정보 변경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다단계 판매업체와 관련된 변경 정보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나 ‘스마트 컨슈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위·과장 광고로 피해자 울리는 불법 다단계 판매업자 많아
이처럼 당국의 지속적인 시책에도 불구하고, 다단계 판매업체가 불법적으로 연루된 사건이 상당히 자주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지난 4월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단계 판매업체인 (주)스템텍코리아 총괄 관리자 가모(43)씨 등 다섯 명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 업체는 비타민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을 줄기세포 생성 촉진 기능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광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 씨 등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2월 21일까지 건강기능식품인 ‘에스이투비타민C’·‘에스티5마이그라스템'·’스템플로‘ 등 세 개 제품을 “줄기세포 생성 촉진제”라고 허위로 광고했다. 이들 일당은 해당 제품이 “골수에서 줄기세포 방출을 촉진시켜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킨다”며 “하루에 2~3캡슐만 섭취해도 한 달에 1억2,000만개의 세포가 생성된다”고 허위 광고했다. 그동안 이들은 이 같은 허위 광고를 통해 총 3만2,809병, 시가 16억5,000만 원 상당을 팔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가 씨 등 일당은 제품설명회는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블로그 등을 통해 마케팅 활동에 역점을 두어 많은 이를 현혹시켰다. 아울러 이들은 질병치료 체험기를 불법적으로 광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가짜’ 체험기 내용 중에는 중풍이나 하반신 마비 환자가 자사 제품을 먹고 정상적으로 걸어 다니거나 걸음걸이가 향상되는 동영상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또한 자궁경부암·뇌경색·당뇨·건선, 악성 무좀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았다는 내용의 체험기도 다수 게재되어 있었다.
심지어 이들 일당은 시각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해 “제품을 일 년 동안 복용한 다음 90% 시신경이 회복됐다”고 거리낌 없이 증언한 동영상도 버젓이 포스팅 해 충격을 주고 있다.가 씨 등은 이렇게 맹렬하게 마케팅을 전개하며 “자사 제품에는 AFA(Aphanizomenon flos-aquae, 아파니조메논플로스아쿠아)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줄기세포 생성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사기도 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분석한 결과 “해당 물질은 전혀 함유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건강기능식품 가운데 줄기세포 생성 기능성을 인정한 사례는 일체 없다"며 ”최근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상황을 악용해 건강기능식품을 줄기세포 치료제인 것처럼 속이고 광고하는 사례가 많다. 여기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와 비슷한 불법 다단계 판매 사례는 또 있다. 지난 4월 4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다단계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주부 회원을 속인 다음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성기구 자판기 다단계 임대 업체 대표이사 김모(49)씨를 전격 구속했다. 아울러 경찰은 공범인 자금 담당 박모(48·여)씨도 구속하고 자판기 제조업체 사장 김모(52)씨에 대해서는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일당은 “투자금의 두 배를 지급한다”며 주부들을 속인 뒤 수백억 원을 뜯어내고 달아났다. 이들은 범행을 저지른 지 무려 8년 만에 경찰에 붙잡혀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단계 업체 감독 공무원에게 사법 경찰권 부여 방안 추진
김 씨 등은 지난 2005년 2월 성기구 자판기를 판매하는 다단계 업체를 설립하고 주부 회원을 모집해 이들에게서 672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 등 일당은 “자판기 판매액의 10%를 수당으로 지급하고 1년 4개월 뒤 첫 투자금의 두 배를 지급한다”고 주부 회원을 속였다. 김 씨 일당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이 다단계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한 주부는 모두 1,670명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들 피해자는 자판기를 사들이며 최소 400만원부터 많게는 4억8,000만 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로부터 일 년이 지난 2006년 김 씨 등은 투자금을 가지고 잠적한 뒤 8년 동안 도망 다니다가 지난 3월 25일 경찰에 붙잡혔다. 먼저 자판기 제조업체 사장 김 씨가 붙잡힌 뒤 대표이사 김 씨와 박 씨도 경기도 동탄의 한 아파트에서 몰래 숨어있다 경찰에 일망타진됐다. 이렇게 끈질긴 추적 끝에 이들 일당은 붙잡혔지만, 경찰에 따르면 “안타깝지만 범행 후 시간이 워낙 오래 흘러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을 돌려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같은 사례에서도 보듯 다단계 판매 사업이 불법적인 양상을 띠게 되는 경우, 법원의 판결은 법질서 유지를 위해 더욱 엄정하게 내려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노인층을 상대로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다단계 업체 회장과 간부에게 원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된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4월 21일 부산지법에 따르면 형사항소4부(김형태 부장판사)는 “건강식품 투자 등으로 고수익을 올려 주겠다”고 속인 뒤 수백 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다단계 업체 회장 신모(50)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 벌금 1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년·벌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또한 본부장 남모(48)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신 씨 등 일당은 지난 2010년 8월 다단계 회사를 설립한 뒤 전국 14개 지점에서 주로 60세 이상 노인을 상대로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며 “연 100% 이익금을 지급한다”고 속여 건강기능 식품과 화장품을 판매해 총 887명으로부터 184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인 피해 변상에는 아무런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형사책임의 감경에만 혈안이 되어있어 엄벌을 내릴 필요성이 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다단계 판매를 보다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감독 공무원에게 사법 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법경찰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대부업과 다단계 판매업을 관리·감독하는 공무원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노웅래 의원은 “불법 다단계판매 영업으로 인해 대학생 등 청년층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노 의원은 “그동안 불법 다단계 판매를 관리·감독하는 공무원에게 행정조치를 내릴 권한은 있었으나 수사권이 없어 각종 범죄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조사 및 증거수집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속 실효성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