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악재로 골머리 앓는 하나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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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실적 부진·외환카드 통합 문제 ‘삼중고’

최근 하나은행의 1/4분기 수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여러 악재가 작용한 탓이지만, 최근 통합 작업을 추진 중인 외환은행의 경우 1/4분기 실적이 크게 증가해 극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에 나타나고 있는 ‘희비쌍곡선’의 의미와 여파를 분석해본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에 나타나고 있는 ‘희비쌍곡선’
‘저금리 기조’ 때문에 하나은행 만만치 않은 피해 입어
외화은행, 당기순이익이 458억 원이나 상승 호조 상황

▲ 최근 하나은행의 1/4분기 수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뉴시스

얼마 전까지 KT ENS 사기 여파에 크게 시달린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이 올해 1/4분기에도 상당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를 놓고 사퇴를 압박하는 금융감독원과 크게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올해 1/4분기 실적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어 가뜩이나 뒤숭숭한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은행-외환은행 간 엇갈리는 ‘희비쌍곡선’

지난 4월 25일 하나금융그룹 측은 “올해 1/4분기 당기순이익은 1,92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이익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하면 무려 33.1%나 급감한 수치라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금융그룹이 눈에 띨 정도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저신용층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출자한 국민행복기금의 감액손실 650억 원 ▲KT ENS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추가 충당금 655억 원 ▲STX조선해양 관련 손실 190억 원 ▲외환은행 비화폐성 손실 128억 원 등, 각종 일회성 손실 요인이 다른 은행에 비해 유독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그만큼 하나금융그룹이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여러 치명적인 악재를 겪었다는 방증”이라며 “올해 1/4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와 대비해 보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을 사실이지만, 바로 전 분기인 작년 4/4분기와 비교하면 약 237.3%나 실적이 증가한 수치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한편 하나금융그룹의 올해 1/4분기 총자산은 383조2,000억 원이다. 이를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하면 7.8%, 전분기와 대비하면 4.0%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순이자마진(NIM)의 경우는 전분기와 대비해 약 0.01%포인트 줄어든 수치인 1.91%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 내 주요 계열사별로 실적을 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경우 올 1/4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을 2,002억 원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와 대비하면 약 1,205억 원이 늘어난 수치이지만, 전년 같은 분기와 대비하면 약 272억 원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하나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전분기와 대비해 0.02%포인트 떨어진 1.47%를 기록했다. 전분기가 하나금융그룹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그동안 이어져 온 저금리 기조 때문에 하나은행이 만만치 않은 피해를 보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비해, 현재 하나금융그룹이 통합을 추진 중인 외환은행이 올해 1/4분기에 거둔 실적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어라 모그룹과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바람에 금융가의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2/4분기부터 양호해질 것” 낙관론도 있어

올해 1/4분기 외환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764억 원. 전 분기와 대비해 무려 125억 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아도 당기순이익이 458억 원이나 상승한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처럼 외환은행이 고군분투한 주요한 원인에 대해 “판매 관리비 및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 등이 작용하여 외환은행의 실적이 눈에 띠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고 입을 모은다.

▲ 외환은행은 물론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도 올해 1/4분기에 예상보다 그리 나쁘지는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관련 사진은 외환은행 노조 시위모습 ⓒ뉴시스

외환은행은 물론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도 올해 1/4분기에 예상보다 그리 나쁘지는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올해 1/4분기 시현한 당기 순이익은 130억 원이다. 전 분기보다 32억 원이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하나캐피탈의 1/4분기 당기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52억 원 증가한 150억 원이다. 또한 하나생명과 하나저축은행은 각각 21억 원·2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하나자산신탁의 경우 당기순이익은 15억 원이다. 이를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약 9억 원의 개선된 실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이들 계열사 모두 비교적 양호한 시황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나대투증권의 경우는 전반적인 경기부진 및 금융시장 침체 속에서도 영업력 확대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올 1/4분기 상당히 괜찮은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평론가는 “또한 하나캐피탈의 경우 금융자산의 양호한 증가로 이익을 낼 수 있었으며 하나생명은 방카채널의 영업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사업비 효율성이 증대되어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하나SK카드의 경우 올해 1/4분기 당기순이익은 3억 원으로 다른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보다는 수익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작년과 올해 유독 혹독했던 신용카드사의 여건을 보면 선방한 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렇게 하나SK카드가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영업력을 집중적으로 확대해 수익력을 향상 시킨데다 여기에 판관비 등 비용을 절감한 경영 방식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대내·외적 부진이 워낙 커다란 양상이다 보니 다른 계열사가 거둔 선방이 다소 빛이 바래지는 점도 없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증권계에서는 대체로 “하나금융그룹의 2/4분기는 작년 4/4/분기나 올해 1/4분기만큼 ‘최악’의 국면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한 증권 관계자는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대출 자산의 높은 성장과 더불어 순이자마진도 개선되어 가고 있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1/4분기의 경우 실적의 숫자의 높고 낮음에 연연하기 보다는 하나금융그룹 펀더멘털 자체가 개선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2/4분기부터 하나금융그룹은 이자이익이 뚜렷한 증가세를 이루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동안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을 괴롭혔던 일회성 비용에 따른 실적 둔화의 부담이 이제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대손충당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 거취 문제로 갈등 고조

그렇지만 “하나금융그룹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김종준 하나은행 행장의 거취 사안을 두고 금융감독원과의 갈등 양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전면적으로 격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김종준 행장에 대한 징계 내용을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하기로 하는 등 거듭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주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1년 김종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하던 중 미래저축은행에 145억 원을 투자하도록 조치해 결국 총 59억5,000만원에 상당하는 손실을 입혔다”며 문책경고에 해당되는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 외환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764억 원. 전 분기와 대비해 무려 125억 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아도 당기순이익이 458억 원이나 상승한 것이다ⓒ뉴시스

하지만 그동안 금융가에서 이어져온 관례를 본다면, “이번에 금융감독원이 김종준 행장에게 내린 중징계는 사실상 사퇴 압력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금융감독원 입장에서는 “중징계를 받은 인사는 이미 금융기관의 최고 경영자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종준 행장은 지난 4월 20일 “내년 3월로 예정된 임기를 채우고 행장직을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힌 상황이라, 금융감독원과의 갈등의 골은 나날이 깊어가는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하나금융그룹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민간 금융사의 경영에 간섭하는 것 아니냐. 결국 구태의연한 관치금융 행태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반발 분위기를 의식하듯 금융감독원 측은 표면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금융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사퇴 압박설”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그룹에 대해 ‘서서히 조이는’ 식의 대책을 펼쳐나갈 예정이라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최근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에 대한) 종합검사와 제재 처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그냥 넘기기 힘든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의 방침이 비록 종합검사의 성격을 지니고는 있지만 5월로 예정된 제재 심의는 물론, KT ENS 건에 대해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하나금융에 대한 공세 수위를 대폭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더불어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사업부문(외환카드)의 통합이 예정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는 상황 역시 하나금융그룹 입장에서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무엇보다 “두 은행의 시너지 효과가 의외로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이에 따라 향후 외환카드 부분이 상당한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외환은행이 제출한 계획안을 바탕으로 예비 인허가 심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그런데 예전 다른 카드사의 분사 사례와는 달리 의외로 아직 준비가 덜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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