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아’, 실체 드러났다
‘해피아’, 실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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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하기 바쁜데…’ 해경-언딘 커넥션 의혹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갈수록 ‘인재’임이 명확해지면서 관료주의와 이로 인한 민관유착이 대형재난의 원인의 한 축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피아(해수부+마피아)’의 실체가 급격히 드러나면서 성토하는 목소리가 드높아진 상황이다. 한편, 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를 담당한 해경과 재난구조업체 언딘 사이에 수상쩍은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해피아’ 의혹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해피아를 포함한 관피아 개선을 천명하고 나섰다.

▲ 해경과 언딘, 그리고 그 사이의 고리로 해양구조협회가 지목되면서 ‘수상쩍은 커넥션’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 커넥션 때문에 한시 바삐 진행되어야 할 구조 작업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뉴시스

해피아란 해양수산 출신 관료들의 집단을 일컫는 신조어다. 재정금융 관료들을 의미하는 모피아,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들을 일컫는 ‘산(産)피아’에 빗대 나온 용어다. 해피아들은 해양수산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관 최고경영자 자리를 독점했고, 그 결과 정부의 선박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무력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체 드러난 ‘해피아’
대표적인 민간기관이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한국선급, 해운조합 등이다. 특히 부원찬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은 이 중에서도 해피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여수지방해양항만청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부 이사장은 지난 30일 “이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소속 안전관리 기관의 일원으로서 송구스러움과 함께 침통한 심정”이라며 “이번의 큰 슬픔을 계기로 앞으로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또 다른 ‘해피아 논란’의 축인 한국선급은 세월호를 검사한 결과 조타시설과 구명정에 문제가 없다는 인증을 해준 곳으로, 사고 이후 허술한 점검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대한 안전 검사에서 구명정 46개 중 44개가 정상이라고 진단했지만 세월호의 구명정은 단 한 개만 펴졌다. 역대 회장(이사장 포함) 11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 출신인 ‘낙하산’ 논란으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전영기 한국선급회장은 지난 25일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에게 크나큰 상실감과 슬픔을 준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밝히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해운조합 역시 마찬가지다. 2100여개 선사를 대표하는 해운 단체로 해수부로부터 위탁받아 ▲화물적재 상태 점검 ▲구명장비·소화설비 점검 ▲여객선 운항관리규정 확인 등 선박 안전운항 관리·감독을 해왔다. 즉 세월호 출항 때 여객선에 몇 명이나 탔는지, 화물 적재는 적재량 내에서 이뤄진 것인지, 적재된 화물 고정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감리·감독하는 기관인 것이다.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전직 관료출신이어서 한국선급 등과 함께 ‘해수부 마피아’의 본거지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해운조합 이사장을 맡아 온 주성호 이사장 역시 지난 26일 사임했다.

이들이 줄줄이 사임을 표명한 것은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선급, 해운조합 등이 관료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자리였다는 논란과 함께 검찰의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더 이상 정상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직 관료들이 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안전검사 부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해운조합이 명절 때마다 해수부와 해경 간부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를 잡고 해운조합 본사와 인천지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해수부 산하 및 유관기관 14곳 중 11개 기관장(선박안전공단·한국선급·해운조합 포함)이 해수부 출신이다. 기관장과 상임이사 등 임원 34명 중 21명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출신 관료 혹은 해양경찰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명성기구 김거성 회장은 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3년 전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 대신에 해양안전전문기관을 설립해 안전관리를 맡기는 방안이 추진됐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 여당이 이를 반대해 입법이 무산됐는데, 해운조합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국토부 출신”이라며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안전관리와 감독권을 행사하는 위치만 생각했지 그 역할을 생각해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은 시간차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권위나 지휘를 사적인 이익에 쓴 사람들로 지능적이고 간접적인 형태의 부패”라고 지적했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4월 23일 <JTBC>와의 통화에서 해피아 대해 “해피아는 정부 창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희생자의 자료가 완비되어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세월호 참사가 ‘인재’임이 명확해지면서 관료주의와 이로 인한 민관유착이 대형재난의 원인의 한 축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피아(해수부+마피아)’의 실체가 급격히 드러나면서 성토하는 목소리가 드높아진 상황이다. ⓒ뉴시스

◆해경-협회-언딘 커넥션 존재?
이 같은 가운데,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의 지휘권을 갖고 있는 해양경찰이 청해진해운과 민간 인양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간의 계약체결을 주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언딘과 해경을 연결하는 고리로 비영리 민간단체 한국해양구조협회가 지목된 가운데, 협회가 잘 운영돼야 해경 퇴직 후 뒷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딘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참사 다음 날인 17일 사고 수습을 위해 계약한 민간 구난업체다. 이 업체는 현장 구조 활동을 독점하고 있다. 사고 초반 해경은 언딘에 대해 단지 ‘민간 잠수사’라고만 표현했다. 그러다 수색 활동 참여가 배제된 다른 민간 잠수사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자 4월19일 고명석 대책본부 대변인(해경 장비기술국장)은 언딘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당시 고 대변인은 “언딘은 경찰이나 군보다 뛰어난 잠수업체로 심해 잠수 전문 구난업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딘과 계약을 맺은 곳이 청해진해운이라는 사실과 언딘의 김윤상 대표이사가 최상환 해경정비안전국장, 김용환 전 남해지방해경청장 등 전·현직 해경 간부와 함께 언딘이 회원사로 있는 해양구조협회 부총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의혹의 눈초리가 깊어지고 있다.

5월 1일 한 인양업체 관계자는 CBS <허근찬의 아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해양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접수하는 곳은 해경일 테고 그러면 정보가 협회로 간다. 협회는 자기들 하고 커넥션이 잘 돼있는 언딘이나 그런 회사로 간다”며 “그러면 해경의 약간의 비호아래 이뤄지는 추악한 이면이 있다”고 말했다.

해경도 협회가 잘 운영돼야 퇴직 후 뒷자리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 해경 관계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퇴직한 해경 간부들이 채용된 것으로 알고 있고 협회를 만들 때부터 해경에서 대놓고 회원 모집을 도와 줬다”고 밝혔다.

언딘의 ‘특혜’가 가져온 피해는 무엇일까. 당초 해경이 잠수사 750여 명을 투입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언딘 소속 전문 인력은 13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 72시간 내,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골든 타임’에는 구조 작업 총 지휘를 맡고 있는 해양경찰청이 언딘에게만 잠수를 허용하기도 했다. 당시 해경은 언딘이 국내 유일의 ISU 회원사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ISU에 독점적 권한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경은 언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해군의 최정예 잠수요원인 특수전전단(SSU) 대원 과 해난구조대(UDT) 대원의 잠수를 불허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지난 29일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세월호 침몰 다음 날인 17일 사고 해역 물살이 가장 느린 ‘정조 시간’에 해군의 최정예 잠수요원인 SSU 대원 9명과 UDT 대원 10명의 잠수 준비를 마치고 대기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해경은 언딘의 우선 잠수를 위해 현장 접근을 통제했고, 이 때문에 해군 잠수요원들은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답변서에 “군은 상호 간섭 배제를 위해 해경의 통제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사고 해역 탐색을 맡았던 해경은 언딘의 ‘우선 잠수’를 위해 현장 접근을 통제했다”며 “이 때문에 해군 잠수요원들은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지선도 언딘이 가져온 리베로호만 현장에 투입했다. 부산에서 60시간에 걸쳐 이동해 사고 해역에 4월22일 도착한 대형 바지선 현대보령호는 수색에 참여하려고 사고 지점 10㎞ 밖에 대기하고 있었지만 해경은 ‘필요 없다’며 돌려보냈다.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가 현장에 가져온 ‘다이빙벨’에 대해서도 해경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허해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가 가져온 다이빙벨은 안 된다고 하더니 언딘 측이 뒤늦게 강릉의 한 대학에서 빌려온 다이빙벨은 묵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거센 비난이 일자 4월24일 김석균 해경청장은 목포로 철수한 이종인 대표에게 다시 다이빙벨을 가지고 들어와 수색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즉, 세월호가 시시각각 침몰하고 있는 가운데 해경과 언딘의 수상쩍은 커넥션으로 인하여 구조 작업에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 해경-협회-언딘 간의 커넥션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저변엔 ‘해피아’로 눌러 앉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편, 이 같은 의혹에 언딘 김윤상 대표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표직 사퇴할것”이라며 “명백히 잘못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공식홈페이지에 “28일 JTBC 저녁뉴스의 일부 무책임한 보도로 저희 구조현장 직원들의 정신적인 붕괴는 최고조에 달했고, 이로 인해 구조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썼다.

아울러 “JTBC 보도가 사실이라면 회사의 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반대로 어제 JTBC 보도가 허위사실로 밝혀질 경우 선정적인 일부 언론은 상처받은 유족들과 구조직원들에게 어떻게 사죄할 건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언딘 대표는 “JTBC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내용이며, 당사는 허위 사항에 대한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및 유포·전파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취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혹시라도 언딘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어떠한 책임이라도 달게 받겠다. 결코 피하지 않겠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면 일체의 의혹없이 소상하게 내용을 정리해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 모두의 염원을 모아 마지막 한 사람의 실종자까지 구조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며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으로 차디찬 바다에 남겨진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남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지난 28일 JTBC는 언딘 측이 세월호 침몰사고 시신을 처음 발견한 민간 잠수사의 성과를 가로챘다는 등의 의혹을 다룬 바 있다. 언딘 대표 반박글에 앞서 언딘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법적대응으로 맞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朴대통령, 척결 의지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피아’ 관행을 끊겠다고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해운사와 선장 등의 무책임한 태도가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긴 하지만 들여다보면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고질적으로 뿌리내려온 고착화된 비정상적인 관행과 봐주기식 행정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잘못된 문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난해 원전비리와 숭례문 복원의 문제점이 드러나며 카르텔 구조가 밝혀진 데 이어 해운업계도 유관기관의 퇴직공직자들이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부와 업계의 유착관계가 형성돼 불법성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운업계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업계와 유착관계가 형성돼 불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폐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유관기관에 퇴직공직자들이 못 가도록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인맥의 독과점과 유착은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문제”라며 “공직사회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참사 발생 14일 만에 공식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한국투명성기구 김거성 회장은 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정부에서 관료개혁을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전망한다”며 “어떤 집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봐주고, 어떤 집단을 이번 기회에 손본다, 이런 분위기로 관료개혁이 성공할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관료들의 반발을 이겨내려면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와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여러 형태의 비리, 부패 이런 것들을 떨쳐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한다”며 “부디 성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피아는 비단 해피아뿐만이 아니다. 기재부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출신이 퇴직이후 금융업권 협회 등에 재취업하는 관행 등을 비판하는 용어인 모피아( 옛 재무부(MOF)+마피아), 원자력발전소 비리와 관련해 '원전 마피아' 논란이 일었으며,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교피아(교육부), 국피아(국토교통부) 등과 세정당국인 국세청과 관세청의 '세(稅)피아' 등 정부 부처마다 전관예우 재취업 관행이 여전한 상황이다. 관피아 관행을 끊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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