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는 서민들, 그의 공약에 귀가 솔깃
서울시장 선거를 향한 정재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경선을 위해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는 현재까지 모두 7명.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예비후보로는 사전 선거운동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일찌감치 의원직까지 사퇴하며 시장 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맹형규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더욱이 홍 의원의 경우에는 최근 아파트를 반값에 분양하겠다는 사전 공약까지 내걸며 서울시장을 향한 필승의 의지를 다지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송파구청장을 지낸 민주당 김성순 씨, 민주당 김경재 전 의원, 정재복 알즈너 강남대리점 이사, 김성부 녹색마을 대표, 백승원 평화기계 대표, 이태희 전 스카이랜드 대표이사 등의 6명도 서울시장직을 위해 나름대로 꼼꼼한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서울시장직을 위한 쟁쟁한 후발주자들도 눈에 띄는 인물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은 공직사퇴서를 제출하고 16일께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며, 안철수연구소 대표 안철수 씨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또한 최근 여론몰이를 통해 여당의 부활을 돕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도 출마 여부를 놓고 갈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잘은 모르지만, 낮출 수 있다
이처럼 후보들이 대거로 서울시장직을 위해 몰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근 깜짝 놀랄만한 선거 공약을 내세워 세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이 건물만 소유하고 부속 토지는 저렴한 지대로 임대하는 방식으로 분양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아파트를 반값에 분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이 같은 분양가 인하의 비결을 밝힌 홍 의원은 ‘아파트 반값공급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며 선관위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홍 의원의 이 같은 공약은 내 집 마련이 꿈인 서민들에게 있어서 귀를 솔깃하게 하는 발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아파트를 현재의 반값에 살 수 있을까?’하는 서민들의 심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될 수 있다면…’하는 기대감마저 들게 하였다. 홍 의원의 공약이 현실화가 된다면 서민들로서는 반가운 일이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에서이다.
“제가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 아파트를 지금의 반값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홍 의원은 공공기관이 땅을 임대해주고 건물만 지어서 공급하면 아파트 반값 공급은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 이럴 경우 땅값에서 35%, 시행과정에서 각종 인허가 비용을 15% 줄여 반값으로 분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또한, 홍 의원은 아파트 용적률을 높여서 개발비용의 대부분을 건물분양으로 환수한다면 토지 임대료를 10분의 1 정도로 낮출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 정책토론회를 열어 자신의 구상을 설명한 홍 의원은 실질적으로 토지 불로소득을 제거하자는 뜻임을 재차 강조했다.
◈제대로 알고 얘기하라
그러나 홍 의원의 이 같은 선거 공약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 특히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오래 전부터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에 부합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주장해온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안’에서 홍 의원이 아이디어를 따 온 것이라고 하며 절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공약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던 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홍 의원이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아이디어를 “오용하고 있다”고 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김 교수는 홍 의원이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용적률이 높은 토지는 지대가 당연히 오르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토지 임대료를 낮추려 한다면 입주자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자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택지는 모두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으로 공급한다는 정책이면 모르지만 국공유지가 거의 없는 서울 일부에서만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방식의 분양을 한다면 누가 그 주택을 사겠느냐”고 현실화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홍 의원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정략적 공약, 정중히 경고
홍 의원의 이 같은 사전 선거 공약에 반발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김 교수만이 아니다. 김 교수와 같은 시민단체 소속의 박창수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 또한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를 공공 임대하는 방안을 현실화시키는 공약이라는 점에서 홍 의원을 서울시장으로 지지하고는 싶다. 그러나 입주자에게 저렴한 임대료를 통해 불로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비판을 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하며 뜻은 가상하지만, 전문적이지 못한 홍 의원의 공약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박 위원은 안타까움에 더해 “홍 의원은 ‘토지 임대, 건물 분양’ 방식을 선거를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다른 반대론자인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이미 홍 의원과 같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 선언을 한 인물이어서 그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홍 의원의 아파트 반값공급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무책임한 주장입니다. 서민들이 전세금액 수준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환매조건부 분양’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것입니다”며, 홍 의원을 견제 의식한 부동산 정책을 덩달아 내놓기도 했다.
“공공기관이 싼값에 분양하고 되사는 제도가 현실적입니다”고 말하는 이 의원은 싱가포르 등 일부 외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집을 지어 실수요자에게 싼 값에 분양하게 하며, 분양받은 사람이 집을 팔고자 할 때는 공공기관에서 되사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현실적인 아파트 값 낮추기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오히려 홍 의원의 공약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며, 이 같은 방식이 도입된다면 서민들은 3분의 2 수준의 비용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하고, 매도할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과도한 양도차익을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민들, “생각해줘 고맙긴 하다”
홍 의원의 선거 공약이 이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고 타 후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이유는 그만큼 주택관련 정책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다는 뜻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싸움만 하고, 상호 비방만을 일삼는 정치에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겠다던 국민들도 서민들의 삶에 현실적인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오고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희망과 기대를 걸게 되었던 것이다.
서민들에게 있어서 이번 홍 의원의 공약은 꿈만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고, ‘어차피 말로만 끝날 선거공약’ 정도로 생각하여 기대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가 보여준 모습들은 서민들의 우려대로 되어버릴 가능성이 너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든 이번 홍 의원의 공약이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칭찬받아 마땅한 것으로 보여 진다. 정치권에서 이처럼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짚어 긁어준 적이 언제였던가. 부디 말로만 끝나지 않는 공약이 되어 정치권에서 더 심화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논의 도중 또 싸움으로 번져 끝도 없는 감정 논쟁으로 빠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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