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재계 총수] 8400억 환원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법정에 선 재계 총수] 8400억 환원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금 아닌 글로비스·이노션 지분 재단에 환원…‘꼼수’ 비판

세계 최고 자동차 메이커 반열에 오른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에서도 삼성에 이어 자산규모 2위에 오른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북미와 유럽은 물론 중국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인기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기불황 속에서도 선전하는 모양새다.

이렇게 국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성장세 뒤에는 정몽구 회장의 뚝심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품질에서도 뒤지지 않는 명차를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에 설립된 주요 공장을 돌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정 회장의 이런 저돌적인 측면 이면에는 회삿돈을 횡령하고, 손실을 입힌 장본인이라는 어두운 측면도 존재한다. 이런 문제로 인해 2008년 그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 정 회장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84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 후 8년이 지난 오늘, 정 회장이 약속을 잘 지켰는지, 사회공헌을 위해 얼마만큼의 돈이 쓰였는지 살펴본다.

▲ 지난 2007년 3월 27일 서울 고등법원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현대·기아자동차는 2013년 매출액 87조3076억 원, 영업이익 8조3155억 원, 경상이익 11조6967억 원, 당기순이익 8조9935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은 전년 84조4697억 원 대비 3.4%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가 줄었으며, 당기순이익 또한 0.7% 감소했다.

치열한 시장 상황을 놓고 보면 현대·기아차의 실적은 결코 실망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더욱이 해외공장에서 생산·판매한 수량은 249만9098대로 전년 291만2221대보다 16.5% 늘었다. 그만큼 해외에서 인기가 좋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아자동차도 현대자동차에 비해 적은 수치이긴 하지만 국내외를 통해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기아차는 2013년 총 271만9500대를 판매했다. 매출액은 47조2429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3조5223억 원, 당기순이익은 3조8647억 원이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8%, 1.2% 역성장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올해 출시될 신차를 디딤돌 삼아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톱클래스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정몽구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함께 현지화를 실현하며 현지 고객들에 맞는 자동차를 생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최근까지도 해외 공장을 돌며 품질과 디자인을 강조하며 프리미엄 시장에 내놓을 ‘최고의 차’ 생산을 독려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이런 모습 뒤에는 회삿돈을 횡령하고 회사에 피해를 입힌 장본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정 회장,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73일 만에 ‘광복절 특사’

정 회장은 지난 2008년 693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 900억 원대의 회삿돈 횡령하고 계열사에 손해를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점과 비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거의 사용하지 않은 점을 들어 검찰이 구형한 6년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여론은 아무리 사적인 용도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비자금을 조성한 건 중대 잘못이라며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더욱이 재벌 총수들이 법정에 설 때마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공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에 대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아냥거림이 이어졌다.

정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가 수감된 지 73일 만에 8·15 광복절 특별사면과 함께 복권시켰다.

당시 정 회장은 8400억 원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후 정 회장은 이노션 지분 전량을 ‘현대차 정몽구재단’에 기부했다.

정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회삿돈 횡령 재판이 이어지면서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편법 승계’로 불씨가 옮겨 붙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과정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현대기아차, 글로비스, 현대 오토넷과 함께 위아, 본텍, 카스코 등 계열사 3곳을 인수하는 과정에 개입했던 CNC캐피탈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업체들이 현대차 계열사의 인수합병과 지분변동 과정에 관여하면서 현대차 계열사와 부당한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봤다. 이렇게 해서 마련한 비자금은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와 계열사들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글로비스 주식 439만여 주를 정몽구재단에 환원했다. 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 물류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뉴시스

정 회장 출연 8400억 어디에 쓰였나

정 회장은 지난해까지 약속했던 84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대부분 현대차 정몽구재단을 통해서다.

정몽구재단은 2012년 360명의 대학생에게 17억6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 밖에 인재양성을 위해 △문화예술 전공 중·고·대학생 7억4300만 원 △소년소녀 가정 자녀 5억1700만 원 △교통사고 피해 가정 자녀 11억5900만 원 △연평도 피해 가정 자녀 700만 원 △북한 이탈 대학생 4000만 원 △순직·공상 경찰관 자녀 2억2600만 원 △천안함 순직 가정 자녀 1200만 원 △온드림스쿨 예술교실 6억2700만 원 △온드림스쿨(학습·체육·비전·환경교실) 13억6100만 원 △다빈치교실 7300만 원 △대학생 학자금 대출 1억700만 원 등 총 63억7500만 원을 지원했다.

사회복지와 관련해서는 △H-온드림 펠로 육성 14억9400만 원 △환아질환 치료 4억5000만 원 △심장질환 치료 2억 원 △소외층 진료 2억5000만 원 △북한이탈 주민 지원 2억4900만 원 △다문화가정 지원 7억7800만 원 등 총 34억1700만 원을 사용했다.

문화·예술과 관련해서는 문화사랑바우처로 7500만 원을 지원했으며, 기획사업인 △이웃사랑희망나눔 54억8600만 원 △해외사업 1억 원 △교육재능기부 지원 4900만 원을 사용했다.

정몽구재단이 2012년 각 부문별로 사용한 금액은 총 157억 원에 달한다.

지원 액수로 보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정 회장이 출연한 금액 8400억 원에 비하면 2%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하지만 정몽구재단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이 같은 궁금증이 해소된다. 정몽구재단의 자산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바로 매도가능증권이다. 2013년 12월 31일 현재 정몽구재단이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의 가치는 931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대부분 정 회장이 재단에 환원한 글로비스와 이노션 주식가치가 대부분이다.

정 회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글로비스와 이노션 주식을 재단에 환원했다. 현재 정몽구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지분율은 각각 4.46%와 10%이다. 정몽구재단은 지난해 7월 증여받은 이노션 주식의 절반을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다.

이는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한 정몽구재단이 각종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는 비용이 정 회장이 환원한 금액 대비 너무 적다는 비판을 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대부분 주식이기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 보유 주식 환원하며 ‘일감몰아주기’ 비판서 벗어나
중소기업 일감 개방 올해는 얼마나?…“올해도 하긴 할 것”

정몽구재단이 정 회장이 환원한 이노션 지분을 매각한 것을 두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일감몰아주기’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의심 어린 눈길은 여전하다.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약 44%이다. 이노션의 지분율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각각 40%이며, 정몽구재단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최근 정의선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이노션 주식은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정의선 부회장이 주식을 모두 매각할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40%로 줄어들게 된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과징금을 받게 되는 공정거래법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정 부회장은 이노션 주식 매각 대금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주식을 매입,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견해다.

글로비스 또한 정 회장 부자의 지분율이 43.39%여서 13.39%를 매각하거나 정몽구재단에 환원할 경우 일감몰아주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현대차와 정몽구재단이 보유한 지분율이 9.34%에 달해 경영권 유지에도 별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자신이 보유한 현금이 아닌 주식을 환원한 것은 결국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은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 회장과 정몽구재단이 진정한 사회에 대한 사과와 사회공헌을 하고자 한다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해 더 많은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이 말로만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재벌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6000억 원 규모의 물류, 광고 일감을 중소기업에 개방했다. 이 결과 소규모 광고회사가 현대자동차 광고를 수주하는 일이 벌어졌고, 물류 부문에서도 중소기업이 혜택을 보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감을 중소기업에 개방해 상생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측은 현재도 일감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의 일감을 개방하는지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규모가 축소된 것이 아니냐며, 처음에만 생색을 낸 것일 수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