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와중에 KBS 수신료 인상 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급부상했다. 새누리당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승인안을 상정한 것.
새누리당 소속 한선교 미방위위원장은 이날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텔레비전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비롯해 ‘2013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추천’ 등을 상정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해 회의장 입장을 거부하면서 인상안은 처리되지는 못하고 회의는 30여 분만에 정회됐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와중에 KBS 수신료 인상논의가 그리 급하냐”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과연 지금이 KBS 수신료 인상을 얘기할 때인지 묻고 싶다”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객관성과 공영성은커녕 편파적이고 정권홍보적인 방송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온 KBS는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는 지금도 과거의 모습에서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금 대변인은 “오죽하면 KBS 기자들이 ‘대통령의 첫 진도방문 리포트는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의 목소리를 모두 없앴다. 거친 목소리의 채널투는 사라지고 오로지 대통령의 목소리, 박수 받는 모습들만 나갔다’고 왜곡된 편집이 있었음을 고백하면서 반성문을 올리겠냐”며 “그런데도 현재 KBS가 안고 있는 크나큰 문제들을 단순히 재정난 탓으로 돌릴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자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기레기 중의 기레기였다’고 고백하면서 권력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얘기하는 KBS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과연 수신료 인상 논의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KBS가 제 모습을 찾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방송의 공정성 회복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일갈했다.
미방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유승희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이 여야 간사간 합의도 거치지 않고 ‘KBS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겠다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우리 국민에게 추가적인 직접부담금만 3천 6백억 원(수신료 60% 인상)을 발생시키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국민을 무시하고 힘으로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이어,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공영방송 KBS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워야 할 재난방송주관사 KBS는 오로지 정권 보호에 혈안이 되어 국민적 분노를 초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유 의원은 덧붙여 새누리당에 대해 “국가재난방송주관사 역할조차 제대로 못하여 국민을 더더욱 슬픔과 비탄에 빠지도록 한 KBS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보라”면서 “여야간 합의도 거치지 않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즉각 안건에서 철회하라. 부당하고 불법적인 ‘KBS 수신료 인상안’이 철회되지 않는 한 우리는 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방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도 이날 언론개혁시민연대 및 언론노조 등 관계자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는 사이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정권을 위한 방송의 배를 불리려는 것”이라며 “명분도 절차도 무시한 인상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야당의 이 같은 반발에 미방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국회법이 정한 50일 넘은 법안들을 자동 상정한 것”이라며 “의결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상임위에 올려 찬반토론을 하자는 것인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의결을 하려면 과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찬성하지 않으면 의결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럼에도 마치 야당은 여당이 날치기 처리를 시도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자동 상정된다는 것을 국민이 잘 모르기 때문에 선전-선동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