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자의 사건분석] 고급주택가 노인 피살사건은 청부 연쇄살인일 가능성 크다
[남기자의 사건분석] 고급주택가 노인 피살사건은 청부 연쇄살인일 가능성 크다
  • 남은영
  • 승인 2003.11.18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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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고 냉정한 프로 살인청부업자 누가 고용했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노교수 부부 피살사건을 시작으로 2주 뒤 종로구 구기동 일가족 피살사건, 다시 일주 뒤 강남구 삼성동 노파 살인사건까지 20여일 동안 서울 부유층 노인들을 상대로 잇달아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재력가인 피살자들 주변의 원한관계에 초점을 맞춰 단서를 찾고 있지만 이 사건들은 대담하고 냉정한 살인자에 의한 청부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크다. □ 범죄발생 2003년 9월 24일 밤 10시경 강남구 신사동 2층 단독주택 안방에서 이모(73)씨와 부인 이모(68)부부가 안방에서 둔기로 머리를 수 차례 가격 당해 숨져 있는 것을 아들 이모(32)씨가 발견. 2003년 10월 9일 오후 6시40분경 종로구 구기동 주차관리원 고모씨(61)의 2층 단독주택 거실과 화장실, 2층 계단에서 어머니 강모씨(85)와 부인 이모씨(60), 아들(35) 등 일가족 3명이 모두 둔기에 머리를 얻어 맞아 숨져 있는 것을 고씨가 발견. 2003년 10월 16일 낮 1시 20분경 강남구 삼성동 최모(71)씨의 2층 단독주택 안방 화장실에서 최씨의 부인 유모(69)씨가 머리를 둔기에 맞아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것을 유씨의 둘째아들 최모(37)씨가 발견. □ 유사점 이들 사건현장은 1980년대 초반에 고급 주택가에 지어진 70∼140평에 이르는 2층 단독주택이고 CCTV 등 무인경비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또, 성인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1.5m 안팎의 낮은 담장과 마당이 있다는 점도 닮아 있다. 집 앞에 중대형 교회가 위치해 있고, 신사동과 삼성동의 경우는 교회, 상가건물과 신축된 고급빌라, 아파트 등으로 둘러싸인 형태고, 현재도 주변에서 아파트와 건물신축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 건 모두 교통량이 많은 대로까지 도보로 1분에서 5분 이내에 위치해 있고 구기동은 현장 앞길이 북한산을 오르는 등산로로 연결되고, 신사동과 삼성동은 교회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소통량 많은 넓은 이면도로에 위치해 있다. 범행대상과 수법도 비슷하다. 피해자들은 안방 또는 욕실에서 둔기로 머리를 수 차례 잔혹하게 맞아 숨졌다. 구기동 사건의 일가족 중 아들 1명을 제외하면 피살자들은 60대에서 80대까지 고령자다. 이들은 수십억원대의 부동산과 동산을 가진 재력가이고, 주위에 원한을 살만한 일은 특별히 없고 원만한 가정생활을 유지했다. 현금과 귀금속 등 도난 당한 물품이 없다. □ 사건분석 피살자들이 노인들로 무인경비나 별도의 방범장치가 없는 오래된 넓은 평수의 2층 단독주택에서 살해당했고, 부동산 등 수십억원대의 재력를 가졌다는 점에서 부유층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을 가진 사회불만자의 증오범죄로 보는 시각. 머리를 무참히 가격한 잔혹한 살해방법으로 보아 금전이나 재산관련 다툼이나 치정 등 개인적 원한관계에 의한 원한범죄로 보는 시각. 강도목적으로 침입했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도주했다는 시각 등 세 사건이 공히 단서가 되는 증거나 목격자를 확보하지 못하여 갖가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현장상황을 살펴보면, <신사동 사건> 범인은 경찰의 사망추정 시각으로 보아, 23일 화요일 오후 8시에서 10시 사이에 취침을 준비하던 부부의 안방 침실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으려던 이교수에게 미리 준비해온 둔기를 휘둘렀지만 교수는 왼팔을 들어 방어하며 반항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범인이 재차 휘두른 흉기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뒤 범인의 무릎으로 복부를 제압 당한 채 다시 몇 차례 머리를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범인은 겁에 질려 주저앉아 떨고 있던 부인의 머리채를 잡고 역시 수 차례 흉기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것으로 생각된다. 범인은 장롱과 서랍 등을 열고 강도사건으로 현장을 위장했지만, 현금과 투명 상자에 담겨있는 귀금속에는 손대지 않고 도주했다. <2주 뒤 구기동 사건> 범인은 사망추정 시각으로 보아, 10월 9일 목요일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집안으로 들어와 고씨의 어머니와 부인을 1층 거실과 화장실에서 손으로 밀쳐 넘어뜨리고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역시 미리 준비해온 둔기로 머리와 얼굴을 내리쳐 순식간에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1층의 소란을 확인하기 위해 2층에 있던 아들 고씨가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발견한 범인은 주저하지 않고 고씨의 정수리를 내리쳐 단번에 살해한 것으로 생각된다. 자폐증을 앓고 있던 고씨는 대항 한번 못하고 힘없이 쓰러졌을 것이다. 범인은 거실에 260㎜의 남성용 단화 족적을 남겼지만 역시 금품에는 손대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 <다시 1주 뒤 삼성동 사건> 발견당시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10월 16일 목요일 낮 12시경에 담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온 범인은 안방 화장실에서 유씨의 머리를 역시 미리 준비해온 둔기로 수 차례 가격했다. 전의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범인은 운동화 족적을 남겼지만 금품은 훔치지 않고 도주했다. 세 사건 모두 현관의 출입문은 모두 안으로 잠겨 있어 발견당시 외부에서 열고서야 현장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서는 족적 몇 개밖에 없었고,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범인은 현관이나 담을 통해 집안에 들어왔다. 그 중 두 건은 대담하게도 대낮에 담을 넘었다. 범인은 미리 준비해온 흉기로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밀쳐 쓰러뜨리고 정면과 후면에 상관없이 머리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내리쳐 살인을 실행했다. 이것은 절도나 강도범의 행태와는 확연히 다르다. 또, 한 명을 제외하고는 흉기로 얼굴부분에 직접적인 가격을 하지는 않았다. 사체는 이동시키지 않았고, 범행의 증거를 없애려 노력하지도 않았으며, 사체에 대한 강간이나 모욕행위도 없었다. 현장이나 언론에 자기과시를 위한 메시지를 나타내지도 않았으며, 쉽게 획득 가능한 현금에도 손대지 않고 사용한 흉기를 챙겨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 이것은 대체로 분노나 원한에 의한 범죄나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죄에서 나타나는 범인의 행동과도 차이가 있다. 여섯 명은 모두 두개골이 함몰될 정도의 압도적인 힘을 사용하여 유사한 방법으로 가격한 범인에게 피살되었고,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으로 범인이 단독범임을 알 수 있다. 세 사건의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크기가 다를 뿐 형태는 거의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제압한 상태에서의 가격 가능범위로 볼 때 30㎝정도 길이의, 예리한 날이 아닌 뭉뚝하지만 타격의 중심부위가 있는 둔기로 생각된다. 아울러 지문이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장갑도 준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현장상황으로 보면 범인은 원한이나 자기현시, 사회불만을 가진 정신이상자의 소행보다는 목적이 뚜렷한 냉정한 프로 살인청부업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첩한 침입과 주저 없이 행한 살인행위는 과거에 폭력이상의 범죄경력이 있음을 나타내고, 미리 준비한 준비한 날이 없는 흉기와 머리부분만을 가격한 살해방법은 범인에게 가장 적은 양의 피를 묻혔을 것이다. 범행현장은 대로까지 1분에서 5분이내에 도보로도 이동가능하다. 따라서 범행에 반드시 차를 이용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범죄경력 있는 자가 눈에 보이는 현금에 손대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범인은 뚜렷한 범행목적이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범행을 끝낸 뒤, 사용한 흉기를 챙겨 바로 도주하고 특별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 기민한 모습은 범인이 직업적 냉정함을 유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분석을 요약하면, 세 사건은 범죄경력이 있고 260㎜ 신발을 신는 평균정도 키의 민첩하고 대담하며 냉정함을 갖춘 30대 남자를 고용한 목적 있는 '청부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찰은 별도로 마련된 두 건의 수사본부가 공조하여 피살자들의 공통점을 찾는 수사가 필요하다. 남은영 기자 crimeki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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