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에 따른 폐해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는 대선공약까지 철회하는 모험을 걸면서 그 대안으로 ‘상향식 공천’을 도입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하는데 따른 수많은 문제점들이 예상되는 바, ‘상향식 공천’이 정치발전을 위한 본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상향식 공천’은 현재까지 가장 민주적인 공천제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당 지도부나 당협위원장 등 소수 권력층이 공천권을 틀어쥐고 측근 인사들을 등용시키는 기존의 공천 관행과 달리, 국민과 당원 등 바닥민심을 반영한 공천 시스템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뿐 아니라 그동안 가장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라 자처해온 야당들도 인정해 왔다. 이 때문에 한동안 정치권에서는 각 정당마다 경쟁적으로 상향식 공천 비율을 높이기도 했었다. 상향식 공천 비율을 높일수록 민주적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향식 공천제도에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6.4지방선거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당심과 민심이 공천에 반영되다 보니 경선판에 각종 유언비어가 활개를 치게 된 것은 물론이고, 후보들 상호간 자극적인 네거티브 공격들도 난무하게 된 문제가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흑백선전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의 한 기초자치단체장 경선에 나선 한 예비후보는 상대 후보 측의 마타도어로 선관위 고발까지 됐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선관위가 아직 조사 중으로,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이를 기사화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야당 후보 측으로부터 마타도어를 당한 것이 아닌, 시쳇말로 ‘팀킬’을 당한 셈이었다.
특히, 이 같은 경선 과정은 되도록 짧을수록 좋은 것이 사실이다. 경선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경선 후보자들 간에 이전투구와 자중지란은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당 소속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적’이라는 뿌리 깊은 불신과 상처만 남게 되는 것이다. 최종 후보로 선출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상태로는 진짜 본선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번 6.4지방선거 정당 공천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인해 그 어떤 선거 때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경선 과정은 더 길어졌고, 후보자들의 상처는 더 깊어지게 됐다. 서울시장 후보로 최종 선출된 정몽준 후보를 보더라도 그렇다.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김황식 후보와 진흙탕 경선을 펼쳤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상호 고소고발이 난무하기까지 했다. 정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눈 부릅뜨고 찾아낸 것도 상대 후보 측이었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야당은 옳거니 하면서 손 안대고 코푸는 행태를 보였다.
최종 후보 선출을 마치고 모두가 다시 화합하자고 손을 모았지만, 여전히 그림이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혜훈 후보까지 세 사람은 손을 잡았을지 몰라도, 각각의 후보 지지자들까지 쉽게 상처를 완전히 묻고 다시 한 가족으로 웃으며 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거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집토끼를 잘 지켜내며 산토끼를 얼마나 더 끌어올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집토끼들 간에 사이좋게 지내며 산토끼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선거가 이제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누리당 경선 후보자들은 지금 무엇을 위해 경선을 치르고 있는 것인지, 경선 승리에만 최종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성찰해야할 때인 것 같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