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러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당권 교체론이 탄력을 받지 않겠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굵직하게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두 공동대표가 독단적으로 주도해 창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전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통합신당 창당 선언 이후 끊임없이 하락해 지금은 20%대 지지율조차 유지하는 게 버거워 보인다. 둘째, 지방선거 공천 문제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전략공천 문제는 당 안팎에 거센 반발을 부르며 안철수 공동대표의 구태정치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지방선거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안 대표의 ‘새정치’가 부서지면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먼저 살펴볼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율 추이다. 신생 정당이 창당되거나, 정당과 정당이 통합 또는 합당하게 될 경우 보통은 반짝 컨벤션효과라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같은 컨벤션효과조차 나타나지 않고 창당 선언과 동시에 끊임없이 하락의 길만 걷고 있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새누리당 지지도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반사이익 하나 얻지 못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은 당 지지율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주간정례조사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통합선언 직후인 3월 첫째 주 지지율이 38.3%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직전 조사(2월 넷째 주)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독자 창당될 경우를 가상했을 때 19.0%를 얻었고, 민주당은 13.3%를 얻었었다. 즉, 통합선언으로 양당의 합보다 6%p정도 더 높은 지지를 얻게 된 것이었다.
당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측의 반응은 크게 고무적이었다. 통합신당이 창당된 것도 아니었는데, 통합하겠다는 선언만으로도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민주당 이윤석 대변인은 “신당 창당 선언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합신당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며 “통합 선언 후 불과 하루 만에 일어난 지지율 변화는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의 결단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크게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이 고무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로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끝 모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38.3% → 37.2% → 34.8% → 33.3% → 33.4% → 28.5% → 26.9% → 28.1% → 23.9% → 25.6%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즉, 정확히 2개월 만에 12.7%p가 하락한 것이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부 무능 심판론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했다. 사고 무능 수습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깊어가며 무당층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에 비춰본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으로서 존재감 자체에 위기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서는 분노할 가치조차 없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는 더 참담하다. 지난 9일 발표한 5월 첫째 주(7~8일) 주간집계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10%대에 근접한 23%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갤럽> 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3월 첫째 주 통합신당 창당선언 이후 9주 연속 단 한 번도 상승한 적 없이 추락만 계속하고 있다. 31% → 30% → 28% → 28% → 27% → 26% → 25% → 24% → 23%로, 가랑비에 옷 젖듯 지지율은 계속 빠져만 가고 있다.
그렇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이 특별히 악재를 가지고 있거나, 국민적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끝 모를 지지율 하락은 미스터리한 일이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초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개인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배 본부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기존 민주당의 지지율과 안철수 공동대표 개인지지율의 합”으로 풀이하며 “기존 민주당의 지지율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가운데 통합과정의 저항감이 안철수 대표 개인 지지율에 부담을 주면서 전체 지지율이 내려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배 본부장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 “30~40대 수도권 화이트칼라 중도성향 지지층의 이탈이 뼈아픈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본인이 선거에 후보자로 나서지 않으면서 개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컨벤션 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요구까지 포용해야하는 국면으로 전환된 상황”이라며 “선거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윙보터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 본부장은 “통합 전의 ‘안철수 브랜드’에 호감을 표시했던 중도성향, 40대, 수도권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안 대표 개인 지지율이 5~7% 하락했고, 부동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즉,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 하락이 새정치민주연합 정당 지지율 하락의 숨은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이 와중에 측근 챙기기
정당 지지율이 이처럼 끝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대표의 측근 챙기기 논란도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6.4지방선거 광주광역시장 후보에 측근인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광주는 특히 구 민주당의 심장부와 같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더 뜨겁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광주시장에 전략공천을 할 수 있냐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직전날인 지난 2일, 그것도 밤 11시가 다 된 늦은 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열린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광주광역시 광역단체장 선거구를 전략선거구로 선정하고, 후보자로 윤장현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은 기초연금법 처리 문제 때문에도 여야 정치권이 밤늦게까지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경선을 준비해오던 예비후보자들 측에서는 이 같이 논란이 불가피한 발표를, 후폭풍을 최소화시키고자 황금연휴 직전 날 늦은 밤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리고 결국, 경선을 준비해온 강운태 광주광역시장과 이용섭 의원은 탈당까지 감행했다. 강운태-이용섭 두 후보는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에 대해 ‘구태정치’라며 거센 비난을 쏟아내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단일화를 이루기로 합의했다.
전남도당 위원장이자 당 수석부대변인을 맡고 있던 이윤석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는 당을 떠나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역시 공천문제였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이윤석 의원이 전남 공천 이야기를 예로 들며 당을 나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윤석 의원은 그리고 이튿날인 13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발언은 전남도당위원장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와 미련은 없다”며 당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김영환 의원도 이날 안산시장 후보 전략공천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당이 전략공천 하기 전에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한 사람도 듣지 않은 것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납득할 수 없다”며 “제가 어떻게 새정치민주연합의 4선 국회의원으로 의총장에 앉아서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격하게 반발했다.
특히, 김 의원은 “안산시장 전략공천으로 안산 지역이 갈등과 분란에 휩싸여 있다”며 “장례를 치러야 할 시장이 탈당하고 수천 명의 당원이 당을 떠나게 됐다. 이것은 세월호 참사로 비통에 빠진 안산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정말 당으로부터 저의 제명을 요청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며 “당 지도부는 이쯤에서 새정치가 무엇인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러자, 의총장에서 다수 의원들이 김 의원에게 큰 박수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의총에 앞서 이목희 의원은 안철수 의원측 한 당직자에게 “당 해산하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고,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다른 의원들에게 “우리는 다 끝났다. 원성이 자자하다”고 말했던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앞서, 이른바 ‘안철수 저격수’로 불리는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참을 만큼 참았다. 안철수의 공천만행을 규탄한다”며 “민주의 성지 광주에서 정략낙하산공천을 하더니...”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시도당 공심위에서 자기 사람 무조건 내리꽂기에 희생당한 동지들을 위해 각 지역위원회에서 안철수 규탄의 깃발을 들 때”라며 “제가 선봉에 서겠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김대중은 젊은피를 수열해 고름을 짜냈고 안철수는 생살을 찢고 피멍들게 한다”며 “김대중은 자기 팔을 잘라 당을 살렸고 안철수는 남의 팔다리를 잘라 당을 죽이고 있다. 김대중은 본선승리가 목적이었고 안철수는 공천승리가 목표”라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또, 이날 의총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서울지역 국회의원 20명이 모였고, 내가 당대표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이야기할 때 말렸던 의원들이 이제는 동참하겠다고 한다”며 “당내 이런 헌정정치독재연합의 횡포에 침묵한다면 그것은 정의와 민주의 이념으로 박근혜정부와 싸웠던 정청래의 모습이 아니고, 가치의 문제라 판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새정치를 실현하다보니 기득권에 가로막혔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세력들에 맞설 수 있겠지만, 이미 국민들도 안 대표의 정치가 새정치는 아닌 것을 알게 된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율이 끝 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를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