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제2롯데월드 논란에 '휘청'
롯데그룹, 제2롯데월드 논란에 '휘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1분기 실적 악화·신용등급 강등 돼

최근 롯데그룹의 안팎 분위기가 전례 없이 뒤숭숭하다. 무엇보다 제2롯데월드 건설의 안전을 둘러싼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되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1/4분기 실적은 적자를 기록했으며 2/4분기 전망도 부정적이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 ‘1/4분기 실적’ 크게 부진
제2롯데월드 건설안전성 둘러싼 우려 급속도 확산
실적부진, 중국시장 수요 둔화, 공격적인 증설여파

▲ 2016년 12월 준공될 롯데월드타워를 제외한 나머지 저층부는 완공되는 대로 서울시에 임시 사용 승인신청을 낼 계획이었으나 작년 무렵부터 여러 악재가 터져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뉴시스

현재 롯데그룹을 둘러싼 최대의 악재로는 ‘제2롯데월드’에 관한 우려가 단연 꼽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짓고 있는 제2롯데월드는 555m·123층 규모의 초대형 건물로, 롯데월드타워··백화점동·쇼핑몰동·엔터테인먼트동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그룹 전체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제2롯데월드
 

원래 롯데그룹 측은 오는 2016년 12월 준공될 롯데월드타워를 제외한 나머지 저층부는 완공되는 대로 서울시에 임시 사용 승인신청을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년 무렵부터 여러 악재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이 같은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한창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는 그룹 전체, 정확히 말하면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그동안 인·허가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제2롯데월드에 대한 롯데그룹의 애착과 집념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며 “특히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건축을 인·허가받는 과정에서 숱하게 발생했던 문제점은, 지금도 언제든지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잠재적 뇌관’ 노릇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CJ·롯데·효성 등 MB 정부 시절 호시절을 누렸던 기업들을 집중 조사했을 때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사안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재계에 돌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평론가는 “그렇지만 예상외로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싼 문제는 현재 유야무야 넘어간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문제의 소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 그만큼 롯데그룹 측 입장에서는 상당한 무리를 감수하고라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밖에도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올해 92세의 고령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이라 공사를 엄청나게 서둘러 진행시키고 있다”며 “심지어 공사를 24시간 풀가동 한다더라”는 소문도 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제2롯데월드는 무리한 공사 강행 등의 요인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인명 사망 등 안전사고가 유독 다른 공사의 경우에 비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8일에도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황모(38)씨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황 씨는 이날 오전 8시 18분 경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 동 12층 옥상에서 배관 작업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경찰 조사 결과 황 씨는 냉각수 배관 압력을 시험하던 상황에서 공기압으로 튕겨 나온 무게 16㎏·지름 30㎝·길이 30㎝의 철제 배관 뚜껑에 머리를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당시 12층 옥상에는 황 씨 외에도 세 명의 작업 인력이 더 있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 피해가 추가적으로 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제2롯데월드 공사에 서울시 ‘급제동’ 걸어

이처럼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6월에는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에서 거푸집 장비가 아래로 떨어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하고 다섯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화재 사고도 자주 일어나 초고층 건물의 화재 취약성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16일에는 자정 무렵에는 롯데월드타워 공사장 44층에 있던 컨테이너 박스에 불이 나 25분 만에 꺼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월에는 47층에서 용접기 보관함에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아울러 공사현장 주변의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 작업 중 쇠파이프가 50m 아래로 추락하는 바람에 지나가던 행인이 부상을 당하는 아찔한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2롯데월드 건물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도 단순한 괴담 수준을 뛰어넘어 상당한 설득력을 갖추고 언론매체 등에 비중 있게 소개되며 널리 퍼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망 사고는 처음이 아니라 지난해 6월에는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에서 거푸집 장비가 아래로 떨어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하고 다섯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뉴시스

즉 “인근 석촌호수의 물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반침하 및 이른바 ‘싱크홀’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제2롯데월드가 설령 완공된다하더라도 언젠가는 삼풍백화점의 경우처럼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공포가 인근 잠실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만연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우려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자 서울시가 나서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5월 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2롯데월드 신축 공사현장을 찾아 안전 문제를 점검했다.

박원순 시장은 제2롯데월드 시설과 안전대책을 점검한 뒤 최근 논란으로 떠오른 저층부의 조기 개장 여부를 의식한 듯 “요청이 들어온다면 소방·건축법의 준수, 교통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 안전을 위협하면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시장은 “서울시 전체에서 유례없이 높은 123층의 초고층 빌딩인 만큼 특별한 피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또한 유동인구도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소방서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상황을 정확하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시공사인 롯데건설을 대상으로 한 1차 점검에서 수 백 건의 안전 위협 사례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6월 경 최종적인 점검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라 만만치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실적도 악화

이러한 안팎의 분위기 때문에 현재 롯데그룹 측은 부득이하게 몸을 잔뜩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시행사인 롯데물산 측은 5월 중으로 저층부에 한해 조기 개장을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고가 잇따르는데다 서울시까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임시개장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다. 롯데그룹 측은 여론을 의식해 사용승인 요청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요 계열사의 1/4분기 실적이 크게 부진하며, 2/4분기 이후에도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견해가 많이 나오고 있어 그만큼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 5월 9일 롯데쇼핑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4년도 1/4분기 실적공시 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1/4분기 매출은 6조7,858억 원으로 전년 1/4분기에 비해 1.5%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450억 원에서 3,182억 원으로 7.8%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985억 원에서 1,278억 원으로 35.6%나 줄었다.

 이렇게 롯데쇼핑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경우는 지난 1997년 IMF 경제체제 이후 처음이라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4/4분기의 경우 매출은 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5% 줄었다. 특히 백화점 사업부문은 2006년 롯데쇼핑 상장 이후 처음으로 이익 감소를 보였다. 이렇게 롯데쇼핑의 올 1/4분기 실적이 악화된 이유로는 무엇보다 롯데마트가 주축으로 되어있는 할인점 부문이 부진했던 탓이다. 할인점 부문의 매출은 2조1,920억 원, 영업이익은 340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7.3%, 45.6% 줄어든 수치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강제휴무 확대 등의 악재로 국내 사업이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중국 등 해외법인 적자 규모가 지난해 150억 원에서 올 1/4분기 340억 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해외법인의 매출은 6,51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8.9% 줄어들었다. 더욱이 최근 롯데쇼핑은 계속되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부채 문제가 심각한 양상으로 불거지면서 해외 신용등급까지 강등된 상황이다. 지난 2월 무디스는 롯데쇼핑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Baa2’로 낮췄다.

▲ 지난 5월 9일 롯데쇼핑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4년도 1/4분기 실적공시 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1/4분기 매출은 6조7,858억 원으로 전년 1/4분기에 비해 1.5% 감소했다ⓒ뉴시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쇼핑은 2/4분기 영업실적이 1/4분기보다도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는 그만큼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증권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전자제품 전문점의 부진 지속과 백화점 부문의 실적 또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아울러 롯데쇼핑은 중국 내 마트 사업의 구조조정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라 2/4분기에 거둘 손실 규모는 지난 1/4분기보다도 훨씬 커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전자제품전문점 부문인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매출은 8,0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0억 원으로 전년과 대비해 34.6%나 줄어들었다. 롯데마트 전자사업부문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판매관리비가 급증하면서 영업이익 악화를 야기했다.

또한 그룹 내에서 롯데쇼핑 다음으로 덩치가 큰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1/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3조783억 원을 기록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683억 원, 당기손익은 4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58% 급감했다. 롯데케미칼이 이렇게 올 1/4분기 이익이 부진한 이유로는 무엇보다 중국시장의 수요 둔화와 공격적인 증설의 여파 때문이다. 특히 파라자일렌과 PTA·PET 등 아로마틱 계열 제품의 영업 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적자로 전환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로 인해 공급과잉이 지속되었으며 여기에 전방 산업인 화학섬유 체인의 가동률이 하락되어 수익성 약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경우 화학 업종 전체 매출의 50% 가까이를 중국 시장에 의존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 화학회사의 실적도 함께 나빠진다는 의미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