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환율이 심술을 부리면서 낮은 포복으로 기습적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바람에 우리 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의 낙폭이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무척 긴장하고 있다. 전에는 10달러짜리 상품을 외국에다 갖다 팔면 1만2000원을 챙겼는데 이제는 1만원 남짓에 그치니 여간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게 된 셈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글로벌 개방경제체제에 편입되면서 환율 변수가 우리 기업 경영에 갈수록 주요 인자(factor)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환율이 우리나라 돈 가치가 높아지면서, 즉 원화강세에 따라 하락하게 되면 수출해서 먹고 사는 업체가 많은 우리 경제 구조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30원 선 밑으로 붕괴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030.3원)보다 7.8원 내린 1022.5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볼 때 대미환율이 102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8월 8일(종가기준 1027.9원)이후 5년 9개월만이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개입이 없다면 이 같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환율이 어디까지 떨어지느냐' 보다 '얼마나 빠르게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과는 달리 개인들 입장에서는 환율하락을 투자기회로 삼고 외화예금, 달러보험 등에 가입하며 환(換)테크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는 현재의 환율 수준이 바닥 근처라고 판단하고 향후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것을 겨냥해서 달러 가치가 떨어졌을 때 달러를 미리 사두려는 이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원화의 대미환율 하락이 커다란 도전이다. 무역과 통상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발빠른 대응태세를 갖추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산업부는 지난 14일 수출 중소기업, 종합상사, 업종별 유관단체 회원사, 수출 지원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출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는 최근의 급격한 환율하락 등으로 우리 수출에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동향을 점검하고 수출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이날 회의에서 무역협회가 발표한 ‘최근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기업 영향’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환율하락에 따라서 수출기업들이 체감하고 있는 수출 감소영향은 제한적이긴 하나 채산성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 수출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045원으로 조사되었으며, 수출로 인하여 적정 이윤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1073원 수준의 환율이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작금의 환율 수준이 1020원 대에 머물고 있는 만큼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방어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닌 상태인 것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수출 위축 가능성과 채산성 악화에 우려감을 표시하면서 “우리기업과 정부가 합심해서 우리산업의 근본적인 체질을 강화시키기 위한 부단한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환관리와 관련해서 정부에서도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노력을 다 할 예정이며, 중소기업 스스로도 환위험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당부하였다.
사실 기업들도 환율이 한번 심술을 부리면 도산위기로까지 몰린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환리스크 방어를 위해 보험도 들고 외화예금도 들고 하지만 역시 헤지(hedge)에는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다.
가장 확실한 것은 환율이란 외풍이 강하게 불어 닥칠 때 이를 흡수해 낼 수 있는 원가절감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가 핵심이다. 수출채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출가격 인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조 코스트를 줄이면서도 품질경쟁력을 유지 또는 향상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해외시장에서 버티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도 환율 심술에 특히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딜링룸 내에 직통전화(핫 라인)를 설치해 중소기업과의 실시간 상담 체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은행은 15일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라 환율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관리 및 지원을 위해 '환율 SOS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환율이란 외생변수는 참 다루기 힘든 경영요인이다. 그래서 정부도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막무가내 변덕을 부리는 환율 동요에 고삐를 채워보지만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환율 심술에 잘 대응해 나가면서 이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성(耐性)을 기르기 위해서는 역시 각 기업마다 합리적인 경영과 기술개발, 그리고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원가절감 노력 등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야만 해외시장에서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게 돼 판로가 유지되고, 나아가 위기를 극복한 뒤에는 더 큰 포션의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호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