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 대진표가 확정됐다. 특히 서울시장·경기도지사는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의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난타전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12일 정몽준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재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로써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몽준 의원 vs 박원순 시장 간의 사실상 양자 대결로 이루어지게 됐다.
◆본격 행보 나선 박원순
박원순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시민청 시민발언대에서 6·4 지방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은 “사람이 안전한 서울, 사람이 따뜻한 서울, 사람이 꿈꾸고 창조하는 서울, 사람과 도시가 함께 숨 쉬는 서울, 반듯하고 품격 있는 서울로 나아가도록 하겠다”며 “시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다시 4년의 기회를 주신다면 지난 2년 6개월 동안 미처 실현하지 못했던 그 일들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박원순 시장은 “새로운 서울은 사람과 생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서울이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발전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성장의 크기만큼 행복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적극 강조했다.
박 시장은 “새로운 서울은 무분별한 파괴가 아닌 창조적으로 살려가는 서울이어야 한다"며 “여전히 개발은 필요하지만 지속가능해야 하고, 시민 삶의 질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박원순 시장은 “설령 상대방이 네거티브를 하더라도 저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며 “결국 네거티브는 본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간다”고 전격 선언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재선 출마를 선언한 다음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와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잇달아 참배하며 선거 행보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한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경선 라이벌 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이혜훈 최고위원을 제치고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실시한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을 크게 압도하고 있는 결과가 나와 정계 안팎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강남 3구에서도 박원순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일보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끝난 직후인 5월 13~14일 이틀 동안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일보는 그 결과를 지난 5월 15일에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그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무려 52.9%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는 32.5%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두 후보 간의 차이는 무려 20.4%포인트나 벌어졌다. 서울지역 유권자 70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오차범위는 95%신뢰수준에 ±3.7%p포인트, 응답률은 서울 16.0%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몽준 타격
정가에서는 이렇게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크게 제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세월호 참사를 꼽고 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 3월 23~24일 <한국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조사해 3월 26일 발표한 가상대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48.9%, 정몽준 후보가 47.2%로 초접전 양상이었다. (706명 대상, RDD 방식,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7%포인트)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몽준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지르는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 이상 상승했으며, 이에 비해 정몽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무려 14%포인트 이상 급속히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 전 지역에서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서도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표 이탈’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우선 그만큼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부·여당의 후속 대처가 크게 미흡했다는 방증”이라며 “여기에 정몽준 후보 막내아들의 이른바 ‘국민 미개’ 발언의 여파가 지금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더욱이 얼마 전 정몽준 후보 부인이 막내아들의 발언을 다소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는 바람에, 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어느 지역보다도 강한 서울에서 정 후보는 당분간 이 직격탄의 후유증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지방선거 날짜가 남은 만큼, 박원순 후보의 압승을 쉽게 낙관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대폭적인 개각 단행 등으로 ‘정면 돌파’를 단행한다면 양상은 또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박원순 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고조되고 있는 ‘정권 심판론’을 선거 당일까지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즉 결국 두 후보 중에 누가 위협 요인 관리와 대응을 잘하느냐가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정가에서는 “정몽준 후보가 향후 선거 유세 과정에서 최근 발생한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를 비롯해 박 시장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경우, 세월호 참사 악몽과 맞물려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또한 일각에선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했던 시절 그 위상에 어울리는 뚜렷한 성과가 눈에 잘 띠지 않는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는다.

◆경기지사선거 초박빙 접전 예고
한편 서울시장과 더불어 6·4지방선거 또 하나의 ‘꽃’으로 꼽히는 경기도지사의 경우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의 양자 대결이 확정됐다. 지난 15일 남경필 후보는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쇄신과 통합의 혁신도지사가 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이 자리에서 남경필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은 시대사적 전환점에 서있다”며 “온 국민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남긴 세월호 참사는 ‘우리 대한민국이 어디쯤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할지’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뼈대부터 다시 세운다는 각오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면밀히 살피고 다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후보는 “경기도지사는 8년 전부터 제 가슴 속에 품어왔던 소중한 꿈이었다. 많은 준비를 해왔다”며 “경기도에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를 복원하고 일자리와 복지를 그 속에서 찾아내겠다. 그래야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인 14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진표 의원도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며 “오만하고 무책임한 박근혜 정권 심판을 바로 경기도에서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진표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의 장점으로 풍부한 경제 정책 분야 경험을 내세웠다. 김 의원은 “경기도의 1인당 지역경제 성장률이 전국에서 꼴찌다. 김문수 지사의 도정 기간 중 일자리 증가세도 크게 줄었으며 재정도 파탄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진표 후보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IMF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경기도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의 주요 특징은 여당의 ‘혁신론’과 야당의 '경험론'의 대결로 치닫는 상황을 꼽을 수 있다. 묘하게도 그동안 선거에서 통용되던 여당과 야당의 캐츠프레이즈가 이번에는 서로 뒤바뀐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혁신 도지사’를 강조하는 반면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오랜 기간 동안 지낸 경제관료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경험’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경기도지사 선거판 또한 세월호 참사가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학생들이 가장 많은 희생을 당했기 때문에 경기도지사 선거는 세월호에 대한 국민 여론 심판의 바로 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여기에 김진표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확정되면서 본인이 지니고 있는 안정적인 경륜의 이미지가 소속 당에 상관없이 경기도 지역 유권자에게 크게 부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새누리당 측 후보인 남경필 후보는 물론 5선의 중진 의원이기는 하지만 ‘연륜’이나 ‘안정감’ 면에서 김진표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다소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특히 세월호 참사로 받은 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경기도 유권자들이 안정감이냐 개혁성이냐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김진표 후보의 약진이 눈에 띠게 두드러지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진행됐던 경기도지사 여론조사를 보면 남경필 후보를 위시한 새누리당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김진표 후보가 확정되면서 판도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경기도 유권자 53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남경필 후보는 40.2%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진표 후보는 39.4%를 얻어, 양자 간 격차는 사실상 딱 붙어 있는 0.8%p에 불과했다. (RDD 방식의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2%p, 응답률 12.7%)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정가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고 있어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초접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들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