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어느덧 35일째, 해군‧해경‧민간 잠수사들의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도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잠수사는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을 마주하면 우리도 소름 끼칠 만큼 무섭다”며 “그래도 도와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 굳게 먹고 물에 뛰어든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민간 잠수사 허모(47)씨는 지난 20일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바지선에서 숙식하고 있는 잠수사가 10명이 넘는다”며 “강행군을 버티지 못한 동료들이 잠수병에 걸려 병원으로 실려 나가는 걸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낮에도 바닷물속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손으로 더듬거리며 수색 작업을 해야하는 그들은 심리적 부담감이 매우 크다. 한 잠수사는 “시신이 계속 꿈에 나와 잠을 잘 수가 없다”며 그들이 수색작업 중 마주해야하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에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구난본부장은 “시신이 바닷속에 오래 있다 보니 신체 여러 부분이 훼손돼 있고, 끌어당길 때 피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며 “시신을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게 하려고 품에 안고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훼손된 시신을 마주하는게 무서워 일하다 돌아간 잠수사도 여럿이고, 작업 도중 수면위로 다시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또 수색 작업의 장기화로 인해 세월호가 바닷물에 점차 부식돼 도면상의 벽이 허물어진 경우, 잠수사들은 크게 당황하기도 한다. 이에 한 민간 잠수사는 “육상에서는 당황해도 호흡에 큰 문제가 없지만 물속에서는 당황하면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수색 작업의 어려움을 전했다.
30년 경력의 한 민간잠수사는 “평소에는 잠수 마치고 올라오면 담배를 피우거나 삼겹살에 소주 먹으면서 농담도 하고 재충전을 했다”며 “지금은 300여명이 희생·실종된 상황이다 보니 웃을 수도 없고 휴식 시간에도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런 최악의 상황에도 두려움과 공포를 무릅쓰고 실종자를 찾기 위해 바닷물에 뛰어드는 것은 간절한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에 한 잠수사는 “(유가족이)처음에는 우리에게 적대적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같은 부모 입장으로 다 이해한다”며 실종자 수색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관계자는 “가족들이 원하는 곳, 붕괴됐더라도 실종자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곳은 어떻게든 들어가겠다”고 전했다.
잠수사들의 여러 고충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잠수사, 이 분들이 진짜 영웅이다. 충분히 쉬어가며 하세요”, “잠수부들 모두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과 의료비 100%지원 해줘야한다”, “잠수사분들, 식사는 제대로 하고 계시는지”, “잠수사들 정말 고생들 하십니다. 부디 몸조심하세요”, “잠수사들이 진정한 영웅”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24분경 여성 시신 한 구를 수습하면서, 실종자는 1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권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