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후폭풍, 靑-내각 전면쇄신 예고
세월호 후폭풍, 靑-내각 전면쇄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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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인사 쇄신 불가피, 與도 野도 “이대론 안 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신임 국무총리 지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같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총리→청와대→내각 순으로 인사 쇄신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야 정치권 역시 한 목소리로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나서 ‘칼바람’은 예정된 수순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1박3일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협력 등을 위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19일 오후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한 직후 UAE 방문길에 나섰다. 이후 20일에는 한국형 원전1호기 원자로 설치 행사에 참석해 관련자를 격려하고 UAE 측과 원전인력교류 협력 관련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UAE 실력자인 모하메드 왕세제와 회담을 한 후 현지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을 만나 격려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후임 총리 인선, 개각 등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적쇄신의 폭과 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박 대통령, 후임 총리 ‘옥석 고르기’

박 대통령 귀국과 동시에 내각과 청와대 조직개편 현안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6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만나 “개각을 비롯해 후속조치들을 면밀하게 세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번 주까지는 별다른 공식 일정 없이 후임 총리 인선과 개각,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 인적쇄신의 폭과 방향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21일 귀국 이후 22일과 23일 모두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인사개편의 수순은 후임 총리 지명이 가장 우선시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7일 청와대는 정홍원 총리의 사퇴와 관련, 사고 수습 후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수습으로, 이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 이후에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세월호 사고 수습까지의 시한부 직책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로 악화된 민심수습을 위한 조치로 대국민담화를 한데 이어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자를 내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박 대통령이 그간 인적쇄신을 놓고 숙고를 거듭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임 총리로 어떤 인물이 지목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후임 총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운영의 방향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하는 인물이란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서 총리를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총리는 개혁적이고, 전문성도 있어야 되고, 참신하고 또 화합과 통합도 해야 될 것”이라며 “책임감이 강하고, 열정도 있어야 되고 그리고 청문회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 분이 그런 인물인지를 찾아서 정말로 이제는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대통령을 보좌해서 책임 있게 국정을 이끌어가고 내각을 통괄하는 총리를 모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19일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서 “개혁적 인사로서 내각을 완전히 장악하고,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논하면서 ‘이것은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소신 있는 총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변화와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란 점에서 대통령 측근이나 캠프 출신, 야당 비판이 집중될 만한 인물은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우선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인사청문회 뒤 곧바로 개각 등 신속한 후속 인사에 나서야 한다는 점,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자질과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게 되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강도 높은 공직개혁을 예고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렴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나 조순형 전 의원, 조무제·김능환 전 대법관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등의 이름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 출신의 ‘정무형 총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장관급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를 산하에 두고 권한이 커진 총리실을 이끌며 책임총리제를 구현하는 동시에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밝힌 정부조직개편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인물로는 김무성·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이 누가 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가안전처 신설 등으로 권한이 커진 만큼, 조건 역시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정무형 인재가 국무총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 총리의 예처럼 ‘깜짝 인선’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뉴시스
내각, 총사퇴 할까?

이 같은 상황에 ‘내각 총사퇴’에 대한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뿐 아니라 새누리당에서도 내각 총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은 20일 국회 긴급 현안질문에서 “어제(19일) 담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정부의 잘못을 국민 앞에 인정한 것으로, 내각은 국민 앞에 모두 사표를 내고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백지상태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세월호 이전 대한민국과 이후 대한민국을 전혀 다른 나라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맹세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도 “총체적 국가기강 해이, 총체적 재난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각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장, 안보실장, 국정원장을 비롯한 직할 보좌진의 총사퇴 등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각 총사퇴에 대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일 새누리당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지난번에 총리께서 사의를 표명하시지 않았느냐. 국무위원들은 총리가 제청하지 않느냐”며 “이번 사태에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선 저는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내각 총사퇴를 해서)대통령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경질될 사람은 경질시키고 또다시 일할 분들은 다시 일할 수 있게 그런 기회를 폭넓게 드리는 것이 순리”라고 덧붙였다.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그동안 내각이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했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백지에서 개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개각 시점 자체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87조 1항은 국무위원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총리의 제청을 받아 개각을 단행할 수도 있지만 ‘시한부 총리’로부터 제청을 받았다는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점이 부담이다. 즉, 개각 이전에 신임 총리가 자리에 앉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총리 후보자 등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도록 정하고 있다. 새 총리 후보자 내정에서 정식 임명까지 적어도 25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내용은 전면 개각, 형식과 절차는 순차(단계적) 개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선 김기춘 비서실장의 생존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꼽힌다. 국정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빗겨날 수 없는 처지면서도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뉴시스

청와대, 김기춘 살아남나?

개각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청와대 참모진 교체가 우선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최종책임을 통감하며 사과한 만큼 이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사청문회가 필요치 않고, 개각 전 인적쇄신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개편 범위가 중폭에서 그칠 것인지, 그 이상이 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나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청와대 비서진 일괄사표 등 인적쇄신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현재 후임 총리에 대해 숙고 중이고, 오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있었지만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서는 청와대 개편이 대폭으로 이뤄질 경우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교체 폭이 적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개편 요구와 관련해 “그건 너무 멀리 나가는 얘기 같다”며 “지금은 그렇게 돼서는 안 되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개편을 단행할 경우, 초점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생존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국정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빗겨날 수 없는 처지다. 일각에선 김기춘 실장을 제외한 청와대 개편은 쇄신 효과를 거의 보여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리와 비서실장 둘 다 교체하면 국정운영 공백이 너무 크다는 점 등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고려해 청와대 참모진의 유임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규제개혁, 통일준비위원회 등 국정운영 등에서 현 청와대 수석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좋은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세월호’ 수습 이후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유임 여부도 관심사다. 김 국가안보실장은 세월호 참사 후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거듭해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남재준 원장 역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이 없지 않아 남 원장 해임론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0일 국회 세월호 참사 긴급현안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정원이) 전화에 의해서 (세월호) 사고보고를 받았다고 돼있고, 그 보고는 세월호에서 선원이 보고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를 오전 9시 10분 전후에 보고 받았다는 국무총리의 증언에 따라 국정원이 세월호 침몰 초기에 어떤 대응을 했는지에 초점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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