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신호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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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매각·인원감축 고강도 구조조정 예고

올해 최대 10여개 대기업이 구조 조정에 착수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교보생명 등 여러 대기업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동부 ▲한진 ▲STX ▲성동조선 등을 포함하면 총 14개 기업이 올해 금융당국 및 채권단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을 맞이하게 되는 상황이다ⓒ뉴시스

재무구조 불량 14개 대기업,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내수 침체·경기회복 둔화·환율 하락 등 악재들 누적
인력 줄이는 구조조정, 노사갈등의 ‘불씨’ 당기기도

현재 금융권에 여신이 많은 42개 대기업 계열 가운데 총 14곳이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되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에 따라 좋은 일자리 수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재직 중인 대기업 종사자들의 미래에 대한 고용 불안도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기업 두 배 이상 늘어

지난 5월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권단은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42개 주채무계열(대출총액 1조2,251억 원 이상·지난해 30개 기업) 가운데 재무구조 상태가 좋지 않은 14개 대기업 그룹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성 ▲대우건설 ▲동국제강 ▲한라 ▲한진중공업 ▲현대그룹 ▲현대산업개발 ▲SPP조선 ▲STX조선해양 등 아홉 개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동부 ▲한진 ▲STX ▲성동조선 등을 포함하면 총 14개 기업이 올해 금융당국 및 채권단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을 맞이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금호아시아나는 현재 워크아웃 상태에 놓여있으며 나머지 STX·STX조선해양·성동조선 등의 다섯 개 기업은 채권단과 자율 협약을 맺고 있는 상황이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약정기업이 여섯 곳인데 비해 올해는 무려 두 배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여기서 선정된 기업의 업종을 살펴보면 ▲조선 관련 기업 5곳 ▲건설 관련 기업 4곳 ▲항공·해운 관련 기업 3곳 ▲철강 관련 기업 1곳 등이다.

이 가운데 최근 들어 급격하게 침체를 겪고 있는 건설 및 조선 관련 기업이 압도적으로 선정된 점이 예사롭지 않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및 상당수 금융권 전문가들은 “제조업 불황과 더불어 선정기준이 완화된 것”을 가장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업계 시황이 상당히 좋지 않은데다 구조조정 판단 기준까지 대폭 까다로워지는 바람에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이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에 대해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물론 불황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주 채무 계열 선정기준도 기존 금융권 신용 공여금액의 0.1%에서 최근 0.075%로 하향 조정 되는 바람에 이에 따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무평가방식이 개선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존에 지배구조 위험, 산업·재무항목 특수성 등 비재무 항목도 고려하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세부 지침이 없어 실무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관리대상 계열 포함된 효성그룹·이랜드그룹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수 침체·경기회복 둔화·환율 하락 등 누적되어 가고 있는 여러 위험 요소 때문에 현재 업계 시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며 “여기에 이자보상비율과 매출액증가율 등도 지난 2010년 이후 악화일로이며 차입금 의존도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워크아웃을 통해 구조조정 중인 그룹은 약정 체결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섯 곳을 뺀 아홉 개 계열 중 동부·한진·현대는 이미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대성·대우건설·동국제강·한라·한진중공업·현대산업개발 등 여섯 개 계열이 새롭게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게 되는 상황을 맞이해 재계의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 교보생명의 경우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방침을 정하고 세부적인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뉴시스

이와 아울러 주목해야 할 사항이 바로 새로 신설된 관리대상 계열이다. 관리대상 계열이란 약정체결 대상은 아니지만 부실우려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두 개사가 포함됐는데 바로 효성그룹과 이랜드그룹이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관리대상 계열이란 주채권은행과 정보제공 약정을 통해 정보 수집을 강화하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체결하여 기존 여신 대환 시 상호협의·독자 여신 회수 자제 등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에 관여하게 된다. 아울러 관리대상 계열에 3년 연속 해당되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STX 부도 등의 상황으로 거액의 대손충당을 떠안게 된 채권단은 올해에는 이들 대기업 계열에 대해 핵심 자산 매각과 인원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할 방침이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 당국 또한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진행해 동양그룹과 STX의 실패 사례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의욕적으로 보이고 있어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렇게 올해 들어 유독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대상 기업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로는 무엇보다 당국의 지정 기준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까다로워졌으며 구조조정 판단 기준마저 까다로워져 약정 체결 대상이 늘어났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조선·건설·해운 분야의 경기가 최근 악화된 상황이 금융 당국 및 채권단의 판단에 전폭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인 것이 꼽힌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러한 금융 당국의 방침은 어디까지나 향후 있을 지도 모를 극단적인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렇지만 한 경제평론가는 “최근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의 체력이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라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교보생명도 ‘구조조정 방침’ 세운 것으로 알려져

이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현대·한진그룹이 핵심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특히 동부그룹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국 등과의 잡음이 끊이지를 않고 있어 자칫 STX나 동양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동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두고 금융권과 크고 작은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총 3조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한 동부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견해 차이를 계속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초에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강력한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더 큰 고비가 남았다. 동부그룹이 내놓은 매물 중 가격이 가장 높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매각 건이 남았다. 포스코가 패키지 인수를 전제로 실사 작업을 진행 중에 있지만, 적정 매각대금을 놓고 산은과 2,000억 원 이상 차이를 보이면서 마지막 단계까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동부그룹 측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뿐 아니라 김 회장 아들이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동부화재의 최대주주인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지분까지 모두 내려놓고 구조조정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 관리대상 계열이란 약정체결 대상은 아니지만 부실우려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두 개사가 포함됐는데 바로 효성그룹과 이랜드그룹이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뉴시스

현재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은 14.06%(5월 2일 기준)다. 이 가운데 70%는 대출이나 대차거래 등으로 담보로 잡혀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김남호 부장의 보유 지분을 통해 1,000~1200억 원 가량의 담보를 맡길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이에 비해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은 동부에 비해 비교적 원활하게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두 그룹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4,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 발표 이후 5개월 동안 2조 원이 넘는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했다. 앞으로 현대증권을 비롯해 현대로지스틱스·반얀트리 매각 건이 주목할 부분으로 꼽힌다.  그런데 해마다 200억 원 이상 흑자를 내는 알짜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가 매각될 경우 현대그룹의 위상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그룹 전체 차원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한편 한진그룹은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의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에 2,500억 원의 담보대출을 받고 자산관리공사에 선박 열 척을 팔아 1억200만달러(1,089억 원)를 마련했다. 대한항공은 노후된 항공기를 800억 원에 매각하는 등 총 5,000억 원이 넘는 자구안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진그룹의 경우 무엇보다 S-OIL 지분 매각이 앞으로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에 전량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한진그룹이 보유한 S-OIL의 주가 가치가 지난해 12월 2조2,000억 원에서 현재 1조7,000원까지 떨어지며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수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들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계속 지체될 경우 동양그룹이나 STX그룹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기업의 성장 동력을 살릴 수 있는 계획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교보생명의 경우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방침을 정하고 세부적인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오는 7월 전체 직원(4,700명)의 15%까지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노사 갈등 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 하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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