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사랑의 경계에 선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
삼일로 창고극장에서는 최근 개관 30주년 기념공연 뮤지컬 <결혼>을 무대에 올려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전 인류적 공감을 아우르는 이강백 원작의 뮤지컬 <결혼>은 빈털터리의 남자가 외로움에 못 이겨 결혼을 결심하는데 가난함을 가리고 남의 것을 빌린 화려함으로 치장하여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빌린 물건마다 제한된 시간은 있고, 이를 관장하는 하인의 집행 때문에 계속 방해를 받아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남자의 사기행각을 알게 된 여자의 마음은 현실보다는 사랑을 택하게 된다는 해피엔딩의 내용이다.
하지만 내용만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그저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일 것이다. 코믹한 요소는 원작을 뛰어넘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각색되었고, 감동으로 다가오는 절정 부분에서 절규하는 배우의 연기와 노래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작곡가 출신의 연출가의 손에서 만들어져 뮤지컬로 탄생한 <결혼>은 현대인의 메마른 정서에 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까지 물질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연출의도를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 우리나라 최고의 희곡 작가
이강백은 우화와 비유로 충만한 비사실주의 작품을 주로 써서 ‘알레고리의 작가’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정교한 논리로 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74년 초연이후 셀 수없이 많은 공연으로 올려졌으며, 오페라로도 만들어진 한국의 대표적 단막희극으로 현재 모스크바의 베르나쥐 시립극장에서도 러시아 배우들에 의해 공연하고 있는 우리 희곡 문학의 걸작이다.
▶ 언제나 기로에 선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근원
외로움과 결혼, 물질과 사랑, 소유와 무소유의 불안한 경계에 선 우리에게 뮤지컬 ‘결혼’은 쉽고도 깊은 우의적 표현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 음악의 뛰어난 연극성
아름답고 섬세한 선율은 닫혀있는 가슴들을 두드리고, 장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강력한 사운드로 잠자는 신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애절한 멜로디는 잊었던 감성을 되살려 희곡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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