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눈치 보기 논란에 휩싸여 야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KBS 길환영 사장이 세월호 참사 나흘째인 지난 4월 19일, 세월호 침몰지점 200M 앞 페리 선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KBS 노동조합은 노보를 통해 “4월 19일 오전 육지에서 페리 사이를 오가는 작은 배를 타고 사람들이 페리를 방문했다. 길환영 사장 일행이었다”며 “본사 국장급 이상 간부와 부장, 지역 국장, 수행비서 등을 포함해 무려 10여 명이 사장 뒤를 따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페리 1층에 설치된 중계차를 둘러본 길환영은 곧바로 2층 갑판으로 향했다”며 “2층에는 생방송을 위한 간이 스튜디오와 천막 등이 설치돼 있었다. 직원들을 격려하고 금새 자리를 뜨려던 길환영 사장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왕 온 김에 모두 사진 한 번 찍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장 지시 한마디에 생방송을 마치고 선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방송요원들이 가장 먼저 불려나왔다. 직원은 ‘분위기도 그렇고 사진을 찍지 않으려 했는데 사장이 오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었다’고 증언했다”며 “국장급 인사가 휴대전화로 사장을 중심으로 15명 가량이 도열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현장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에, “관광지 등에서 흔히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그대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은 즉각적으로 길환영 사장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대변인은 이날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세월호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한 길환영 KBS 사장, 즉시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다음날 안전행정부 모 국장이 기념촬영으로 파문이 일자 쉬쉬하고, KBS노동조합이 취재에 들어가자 입단속을 시키고 사진을 인멸하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며 “정권의 착실한 파수꾼인줄만 알았더니 영혼도, 가슴도 없는 인사”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안전행정부 국장급 송 모 감사관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곧장 사표가 수리되었다”며 “길환영 사장의 경우 더 심각하고 비정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죄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라니 말문이 막힌다”며 “25KM 떨어진 팽목항에선 가족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비통해하고 있는데 KBS 사장이란 사람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개탄했다.
김 대변인은 “길환영 사장은 당장 KBS를 떠나야 한다. 남의 불행에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이 사장으로 있는 방송사에서 무슨 제대로 된 보도가 될 수 있겠냐”며 “기념사진촬영으로 안전행정부 고위관료도 사직했다. 더 큰 책임이 있는 길환영 사장은 당장 KBS를 떠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