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할 인터넷 동영상
◆ 일파만파로 퍼지는 허위 동영상
지난 14일 우장산역을 지나는 5호선 지하철안에서 20대 커플이 “고아로 자라 남들처럼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형편이 못돼 우리가 처음 만난 이 5호선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며 승객들에게 하객이 돼 줄 것을 청한 뒤 감동 결혼식을 올렸다. 이 소식은 한 네티즌이 촬영한 동영상을 시작으로 각 언론매체에 기사와 함께 보도됐다.
그러나 이 동영상이 호서대 연극학과 동아리 ‘연극사랑’ 학생의 ‘결혼식’이라는 제목의 실험극으로 발표되면서 인터넷의 부정확한 정보와 사실 유무가 확인되지 않은 언론의 보도에 시민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눈물을 흘리는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 주는 장면을 담은 이 동영상은 처음부터 진위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1만 2천여 건의 댓글이 달리면서 각 포탈사이트에서 톱기사로 배치되고 신문과 방송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앞 다투어 이 사연을 소개해 결혼식은 진짜로 자리매김 됐다.
오랜만에 접하는 감동적 사연을 사람들은 환영했다. “돈을 모아 신혼여행을 보내자”는 서명운동이 벌여졌고 결혼업체들은 웨딩 촬영과 예식홀 대여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섰다. 도시철도공사는 두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붙이고,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 중 두 남녀를 격려하는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15일 ‘지하철 감동 결혼식’이 호서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준비한 실험극으로 밝혀지자 언론의 태도가 바뀌었다. 한 언론사는 이 연극을 직접 연출한 연극과 신 모(25) 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씨와의 인터뷰는 이날 새벽 2시 30분부터 2시간 30여분 동안 호서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며 “마치 수배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또한 첫 보도에 대한 잘잘못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허위로 감정자극 잘못” 비난 쇄도, “잠시나마 따뜻한 마음 되찾아줘” 옹호도 라는 부제로 사태의 본질 흐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 언론사와 네티즌의 자각
전문가들은 정보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지난해 4월과 6월에 있었던 ‘떨녀’ 신드롬과 ‘개똥녀 사건’의 사례처럼 집단적인 찬사나 비난을 보내는 사이버 문화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차 안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한 여성이 네티즌들의 집중 비난을 받은 ‘개똥녀 사건’의 경우 일부 네티즌은 추측만으로 ‘개똥녀’가 다닌다는 대학 학과에 대한 루머를 퍼뜨려 해당 학과 홈페이지가 네티즌들의 욕설로 다운됐다.
또 “언론 매체가 인터넷 정보를 최소한의 검증 이후에 기사화할 것과 더불어 네티즌도 ‘1인 미디어’의 양상을 띠는 만큼 윤리성을 확보할 때”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에는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 제작사가 이에 도전하는 ‘콩콩온라인’ 제작사를 표절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라는 정체 모를 기사가 급속히 퍼졌다. 해당 글은 모 언론사의 기사편집 형식을 그대로 본떴고 기자 이름까지 붙어 있었으나 실제 해당 언론사의 기사를 본뜬 ‘가짜 기사’로 판명 났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다고 해서 그것이 검증된 뉴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것이라고 해서 실시간으로 보도한다면 뉴스가 가지는 진실성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에 기사화 전 사실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인이 직접 글과 사진, 동영상을 오리는 미니홈피, 블로그 등 표현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네티즌들이 표현의 자유와 허위 사실의 유통을 자제하는 성숙된 의식을 가져야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