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취업재수생보다 재학생 선호
◆ 실업 위기감 고조
아쉬움과 눈물의 졸업식은 사라진지 오래, 극심한 취업난으로 대학가의 졸업시즌은 다가왔지만 우울한 졸업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수년째 계속된 경기침체로 입사지원서조차 구경하기 힘든데다 최근 각종 악재마저 겹치면서 ‘자격증’도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등 지역 대학생들의 ‘실업 위기감’이 그 어느 때 보다 고조되고 있다.
최근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졸업생들의 절반 이상이 아직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같은 사정은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실제 A대학 취업정보센터에는 현재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몇몇 중소기업을 제외하곤 구인광고마저 사라졌다. 이 학교에서 비교적 취업률이 높은 경영대 계열 학과들도 졸업생의 30∼40% 만이 순수 취업했다.
또 B대학도 취업의 어려움을 겪기는 비슷한 상황으로 최근 교원임용시험에 탈락한 사범계열 학생들은 내
년을 기약한 채 사설학원을 찾고 있으며 전체 취업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C대학의 경우도 전체 취업률이 40% 남짓에 불과한 가운데 문과대는 물론 이공계 학과까지 지난해 보다 대학원 진학자가 부쩍 늘었다. 취업 대책에 나선 이 대학이 잠정 집계한 대학원 진학률은 무려 10%에 육박하고 있다.
졸업예정자 박 모(26)씨는 “10일 후 졸업을 하면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뎌야하는 데 직장을 구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며 “지방대생의 경우 도전의 기회조차 잡기 힘든데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최소한 취업을 위해 도전해 볼 대상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졸업 미루고 취업준비
이런 현상으로 인해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남들처럼 학사모를 쓰는 대신 강의실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졸업 1학기를 남기고 1년 휴학을 감행했던 4학년 최 모(28)씨는 졸업시즌인 요즘 다소 씁쓸하지만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덜컥 졸업부터 하고 무작정 ‘백수’가 되는 것보다 학생 신분이라는 홀가분한 상태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최씨는 이미 졸업이 가능한 142학점을 이수했지만 졸업을 미루기 위해 올가을 2학기에 복학한 뒤 수강할 전공필수 한 과목을 일부러 남겨놓았다. “요즘은 취업이 힘들어 웬만해선 빨리 졸업하려 하지 않고 졸업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는다”며 “4학년이면 학과공부는 최소한으로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취업준비에 할애하려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학기당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지불하고서라도 필수과목 수강을 미루거나 학점을 채우지 않는 방식으로 한 학기나 1~2년간 학창 생활을 늘려가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대학생들이 이처럼 사회에 발을 내딛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백수생활에 대한 공포에다 기업들이 취업재수생보다 재학생을 선호하는 현상 탓이라는 게 대학가의 분석이다.
지난해 채용포털 커리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사담당자들이 ‘동일한 실력이라면 졸업예정자와 취업재수생 중 누구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44.4%가 졸업예정자를 꼽았으며 취업재수생을 택하겠다는 응답은 33%였다.
기업에서 재학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늘면서 졸업을 수학기 동안 미루고 고시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거나 어학연수 인턴사원 등 여러 가지 취업준비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폭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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