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미래, 광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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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당락에 전략공천 책임론 불가피

“새정치는 애초부터 없었고 결국 민주당만 남았다.” 그동안 새누리당에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향해 쏟아내던 독설이었다. 하지만, 이런 독설은 언제인가부터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게 됐다.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장 선거 등 일부지역 공천 과정에서 당심과 지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주관을 밀어붙인 탓이다. 본질적 문제는 ‘새정치는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안 대표가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6.4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는 전략공천 파문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 당권교체론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대표에 대한 위기 신호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들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줄곧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야권의 최대 라이벌인 문재인 의원에게 역전을 허용하더니,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도 밀리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 박원순 후보의 경우 지방선거가 다가오며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까지 상승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지만, 문재인 의원에게 역전을 허용한 것은 안 대표 입장에서 뼈아플 수밖에 없다. 당내 최대 정적이라 할 수 있는 친노 수장에게 역전을 허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이후 권력구도 재편 주목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5월 둘째 주(12~16일) 주간집계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이 1주 전 대비 5.2%p나 상승하면서 21.1%를 기록,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2-3위 변화가 더 큰 관심을 끌어 모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14.2%를 기록하며 2위에 오른 것. 문재인 의원이 같은 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2위에 오른 것은 <리얼미터> 조사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 반면, 안철수 대표는 3.1%p 하락한 12.3%를 기록해 3위로 뒤처지고 말았다. 이 조사에서 4위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였다. 박 후보는 0.4%p 하락한 11.7%를 기록했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리얼미터>가 같은 달 26일 발표한 5월 셋째 주 주간집계에 따르면, 정몽준 의원은 2.5%p 지지도가 하락했어도 여전히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이 앞서보다 1.1%p 더 상승한 15.3%를 얻으며 안철수 대표를 더 크게 따돌린 것이다. 게다가, 안철수 대표는 이 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조차 따라잡히고 말았다.

박원순 시장은 앞선 조사보다 2.3%p 상승하며 14.0%를 기록, 문재인 의원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안철수 대표는 1주 전 대비 0.8%p 하락하면서 11.5%를 기록, 박 시장에게도 밀린 4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안 대표의 이 같은 추락현상은 비단 <리얼미터> 조사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같은 날인 26일 발표된 YTN 여론조사에서도 안 대표 지지도는 4위로 조사됐다. YTN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23~24일 ‘차기 대권주자로 누가 적합한지’ 물어본 결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9%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문재인 의원이 14.9%로 2위, 박원순 후보가 10.8%로 3위, 그리고 그 뒤로 안철수 대표가 9.3%를 얻어 4위에 랭크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아직 멀리 남은 차기 대권에 유의미하기다보다, 현재 정치상황이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순 분석으로, 지방선거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내 권력구도의 변화 예고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패배할 경우 곧바로 당권교체론에 힘이 실리며 친노세력이 다시 부상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3곳에서 만일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두 승리한다 하더라도 안철수 대표의 자리 보존이 결코 안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광주광역시장 선거 결과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 안팎의 극심한 반발을 무릅쓰고 자신의 측근 인사인 윤장현 후보를 ‘새정치에 적합한 인물’이라며 전략공천했기 때문이다. 만일 윤장현 후보가 광주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 단일후보로 출마한 강운태 후보에 패배한다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안철수 대표가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나아가 안 대표의 차기 대권 플랜에도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를 실현해 보이겠다며 제1야당인 민주당을 깨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안철수 대표가 당권을 잡은 지 불과 3개월도 채 안 돼 책임을 물어야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방선거 직후 당권교체론이 실제로 확산되며 안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게 된다면, 대선 패배 이후 웅크리고 있던 당내 친노세력의 부상과 함께 대대적 반격이 예상된다.
 

▲ 안철수 공동대표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친노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까지 역전 당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뉴시스

◆화합 아닌, 분열 택한 ‘새정치’
그래서 안철수 대표와 친노세력 모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김한길 현 주류 지도부는 어떻게든 광주에서 윤장현 후보의 승리를 이끌어내야만 하는 상황이고, 친노 역시 윤장현 후보와 강운태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광주 민심을 우호적으로 만들어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광주민심은 안철수 대표에게 꽁꽁 얼어붙어 있는 분위기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직전날인 지난 17일 안 대표는 광주를 방문했다가 계란 세례를 맞는 등 봉변을 당하기까지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40분께 안철수 대표 일행이 광주MBC 방송 출연을 마치고 나오자 윤장현 후보 전략공천에 반대하는 시민 50여 명이 길을 가로막고 강력히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는 안 대표가 탑승한 차량의 문까지 열어가며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차 안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또 일부는 안 대표 차량 이동을 막기 위해 차 위에 올라타기까지 했다. 광주시당 측은 이에 대해 ‘정치테러’로 규정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운태-이용섭 후보를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가 내세워온 ‘새정치’가 의도야 어쨌든, 결국은 극심한 집안싸움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는 무소속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는 이날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강운태 후보로 최종 단일화를 이루게 됐다고 밝혔다. 강 후보와 이 후보는 앞선 25일 여론조사전문기관 2곳에 의뢰해 지역 유권자 1100명씩을 대상으로 ‘본선경쟁력-적합도’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결과 강운태 후보가 이용섭 후보를 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후보는 당초 약속했던 대로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배한 이용섭 후보는 강운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섭 후보는 이와 관련,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낙하산 공천을 심판하기 위한 시민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저는 강운태 후보에게 졌다”며 “단일후보가 되어 광주의 혼을 다시 세우고 제가 품어 온 비전들을 고향 광주에서 펼쳐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저는 처음 약속 드린대로 강운태 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 “부디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부 서운한 마음이 있더라도 다 벗어던지고 강운태 후보를 도와 광주시민을 무시한 안철수-김한길의 낙하산 후보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그 길이 광주의 명예를 회복하고 광주시민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길”이라며 “저는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이제 장관, 국회의원, 시장 후보 등 그동안 제 앞에 나열되어 있던 모든 수식어들은 내려놓고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깨어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였다. 김한길 대표는 안 대표를 대신해 지난 28일 다시 광주를 찾아 안 대표에 대한 광주 유권자들의 얼어붙은 마음 녹이기에 진력했다.

김 대표는 이날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윤장현 후보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갖고 “특별히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천한 윤장현 후보를 광주시민들께 광주시장으로 세워달라는 호소를 드리기 위해 여러분 앞에 섰다”며 “공천 과정에 광주시민 여러분과 충분히 상의 말씀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또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유감을 표시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지난 번 광주에 왔을 때 ‘광주가 봉이냐’하는 말씀 들었다”며 “물론 아니다. 광주는 위대한 시민들이 주인인 도시다. 광주는 기득권을 가진 몇몇 사람이 주인인 도시는 더욱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지방선거 판세가 ‘박빙선거’라고들 한다. 몇몇 군데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있지만,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여당성향의 표가 일정 부분 숨어있다고 말한다”며 “마음 놓을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고, 개표를 해봐야 결과를 아는 선거를 우리가 맞이하고 있다”고 선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이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약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통합해 하나가 돼 있지 않았더라면,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이 많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는 해도 우리가 과연 지방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었겠냐”며 “아마도 지금 대단히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게 됐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안철수 역할론’의 중요성에 대해 설득했다.

또, “우리가 야권을 재구성해서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통합으로 하나가 돼 있기 때문에 그나마 새누리당과 맞서는 박빙의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면서 “그것을 광주시민들께서 너무나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덧붙여 “저는 안철수 대표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 대표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이제 광주시민 여러분께서 안철수 대표에 한번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강운태 36.7% vs 윤장현 26.8%
한편, 강운태-이용섭 무소속 후보단일화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강운태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후보를 10%p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언론인 포럼 7개 회원사와 광주CBS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일 광주시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1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강운태 후보는 36.7%를 얻었고, 윤장현 후보는 26.8%를 얻었다. 오차범위를 넘어선 9.9%p 격차다.

이들 외에 무소속 이병완 후보는 7%, 새누리당 이정재 후보 3.4%, 노동당 이병훈 후보 2%, 통합진보당 윤민호 후보 0.8%의 지지를 얻었다. 지지후보가 없다는 부동층은 23.3%였다. 적극투표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강운태 후보가 38.2%를 얻어, 29%를 얻은 윤장현 후보에 크게 앞섰다.

이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RDD방식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9.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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