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막 내린 6.4지방선거
[집중 분석]막 내린 6.4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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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vs 9 절묘한 결과, 이변 없었지만 변화 싹텄다

4일 치러진 6.4지방선거 결과, 여야 누구도 승리를 말할 수 없는 절묘한 승부가 갈렸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8곳에서 승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에서 승리를 거둔 것. 단순 스코어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승리를 거뒀다 볼 수 있겠지만,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서울을 제외한 경기와 인천 모두에서 패배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충청과 강원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부여 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의 경우, 세월호 참사에 따른 강력한 심판론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서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 7선의 정몽준 후보를 여유 있게 꺾으며 당선됐다. 박 시장은 재선 성공으로 차기 대권까지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각 지역별로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여당 7선 국회의원 출신의 정몽준 후보를 10%p 이상 큰 차이로 비교적 무난하게 승리를 거뒀다. 세월호 참사 영향 등에 따른 서울의 민심이 정부여당에 여전히 호전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후보에 인물론에서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순 후보의 경우, 선거 전부터 재선에 성공하면 확실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실제, 당선과 동시에 수많은 언론에서는 박 후보를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런 반면에 정몽준 후보는 여당 내 비주류로서 선거 기간에 친박 주류의 전폭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정 후보를 비롯한 아들 및 부인의 잇따른 말실수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후보는 선거유세 과정에서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 국가대표팀이 4강에 진출한 신화를 두고 ‘심판 매수설’을 언급해 파문이 일었던 바 있으며, 아들은 ‘국민 미개’ 발언을, 또 부인은 아들의 발언에 대해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발언을 해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한 박빙승부
최근 일련의 선거들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산은 이번 선거에서도 조짐만 보였을 뿐, 확실한 변화를 선택하지는 못했다. 당선자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였다. 하지만, 서병수 후보는 전체 득표율이 50.65%로 과반을 가까스로 넘어 당선됐다. 그리고 무소속 야권단일화를 이뤘던 오거돈 후보는 야권 성향 후보로서는 역대 최대치인 49.34%를 얻으며 아깝게 패배했다.

양자간 격차가 1.31%p에 불과해 개표가 마무리 되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야권은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지만, 오거돈 후보가 얻은 49.34%는 야권에 분명한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관심사 중 한 곳이었던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서는 역시 결과적 이변은 없었다. 새누리당 비주류인 권영진 후보가 55.95%를 얻으며 무난한 승리를 거둔 것.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이변이라 할 수 있는 결과였다. 야권의 불모지로, 야권 후보가 출마해 두 자릿수를 얻기도 어렵다는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가 무려 40.33%를 얻는 기염을 토해냈다. 새누리당의 심장부에 출마해 이 같은 득표율을 올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버리는 지역으로 둘 것이 아닌, 확실한 인물을 내세워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공략하면 변화가 일 수 있다는 해답이다. 이 점은 여당 또한 마찬가지다. 확실한 간판급 인물을 내세워 꾸준히 호남에 정성을 들인다면, 유권자들의 정서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현직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가 여당의 친박 핵심인 유정복 후보에 패배해 재선이 좌절됐다. 인천은 여전히 안보불안 등 보수적 정서가 강한 곳으로, 유권자들이 여당의 힘 있는 실세 시장을 원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4년 야당 시장에게 시정을 맡겼어도 크게 변화된 것 없어 실망을 느꼈다는 분석과 함께 어떤 이유에서든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부채 규모가 더 증가하게 됐다는 이유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송영길 후보가 현직 시절 측근 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SNS상에서는 선거가 다가오며 송 후보의 측근 등에 대한 네거티브한 단어들이 급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광역시장 선거는 정치적 함의로만 놓고 보면, 서울시장 못지않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선거였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운태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결과가 많았다. 그것도 박빙의 구도속에서 승리가 아닌, 10%p 안팎의 여유 있는 승리가 점쳐졌었다.

하지만, 투표가 종료된 직후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부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후보가 강운태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것. 그리고 실제 개표과정에서도 강운태 후보는 윤장현 후보를 한 차례도 앞서지 못하면서 무려 25%p 이상 차이로 패배하고 말았다.

강운태 후보는 이로써 재선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이 같은 선거 결과가 남긴 시사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광주시장 선거 결과가 정치적 심판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안철수 대표에게는 한숨 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그리고 광주 정서가 아직까지 인물보다 당에 더 중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점은 안철수 대표가 민주당과 통합을 이루기 전 광주에서 일으켰던 개인적 돌풍도 실제 선거에서는 어떻게 작용했을지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윤장현 후보의 승리를 안철수 대표의 승리로 해석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였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아울러서는 광주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50%대 득표율밖에 올리지 못했다는 점, 무소속 후보가 30%대 득표율을 올렸다는 점에 대한 의미 부여도 중요하다. 아무리 광주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하더라도 안철수 대표의 행보에 대한 불만으로, 유권자들이 크게 흔들렸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윤장현 후보가 승리했다고 해서 안철수 대표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 이번 6.4지방선거를 통해서는 남경필-안희정-원희룡 등 여야의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젊은 피들이 당선되며 차세대 뉴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또한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뉴시스


◆새정치연합, 충청-강원 싹쓸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만 한 점은 충청권 4곳의 선거 모두와 강원지사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두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충청과 강원은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다시 보수 강화 조짐이 나타났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야당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유권자들이 만들어낸 절묘한 균형이다. 대전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후보가 50.07%를 얻으며 당선됐다.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는 46.76%를 득표하는데 그쳐 아쉽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세종시장 선거도 새정치민주연합 이춘희 후보가 57.78%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현직이었던 새누리당 유한식 후보는 42.21%를 얻는데 그쳐 여당 후보에 대한 충청 민심의 싸늘함을 드러냈다. 특히, 유한식 후보의 경우 세월호 참사 애도 물결 속에서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했다 크게 논란이 일어 중앙당으로부터 경고 징계를 받기도 했었다. 이에 따른 민심의 역풍도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충북은 박빙의 접전 끝에 현직 도지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가 당선됐다. 이시종 후보는 49.75%를 득표해 수성에 성공했고, 이에 도전장을 냈던 윤진식 후보는 47.68%를 득표해 아깝게 패배하고 말았다.

야권의 뉴리더로 주목받았던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후보도 재선에 성공했다. 안희정 후보는 52.15%의 득표율을 올리며, 44.02%를 얻는데 그친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에 승리했다. 안 후보의 경우, 그동안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해왔던 바 있다. 따라서 안 후보는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면서 야권의 젊은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막판까지 피말리는 접전을 펼친 끝에 새정치민주연합 최문순 후보가 49.76%를 얻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강원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에 급격히 쏠림 현상을 보였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최문순 후보를 다시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문순 후보의 상대로 나섰던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는 48.17%를 얻으며 아깝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원조 소장파와 관록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지사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가 59.97% 높은 득표율을 올리며, 34.53%를 얻은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여당내 개혁적 성향의 원조 소장파였던 원희룡 후보 역시 이번 선거에 당선됨에 따라, 남경필 경기지사 및 야권의 안희정 충남지사 등과 함께 차세대 뉴리더로 자리를 굳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변 없었던 6.4지방선거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접전이었으며, 최대 관심사 중 한 곳이었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50.43%를 얻어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는 49.56%로 그야말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고 말았다. 양자간 격차는 불과 0.85%p밖에 되지 않았다.

당초, 경기지사 선거는 남경필 후보의 여유 있는 승리가 예상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폭풍으로 김진표 후보가 가파른 추격세를 보였고, 선거 전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김진표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역전은 허용되지 않았다. 김진표 후보가 무섭게 추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를 뒤엎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남경필 후보의 승리 요인 중에 젊음과 개혁 이미지를 가장 중요하게 꼽기도 했다. 사실상 여당 내 개혁성향인 남경필 후보와 야당 내 중도실용성향의 김진표 후보 간 대결이다 보니, 뚜렷한 대척점이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결국 표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남경필 후보의 젊음과 개혁의 이미지였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각각 여야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은 변함없이 지역구도가 고착돼 있는 결과를 냈다. 울산시장에는 새누리당 김기현 후보가 65.42%를 득표해 26.43%를 얻는데 그친 정의당 조승수 후보를 크게 앞서며 당선됐다. 경북도지사도 새누리당 김관용 후보가 77.73%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중기 후보는 14.93%를 얻는데 그쳤다. 경남도지사 역시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가 58.85%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대표적 친노 인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 후보는 36.05%를 얻는데 그쳤다.

호남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전북도지사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송하진 후보가 69.20%를 얻어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으며, 새누리당 박철곤 후보는 20.47%를 얻었다. 전남도지사 역시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 후보가 77.96% 압도적 득표율을 올리며 당선됐다. 새누리당 이중효 후보는 9.55%를 얻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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