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 6·4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청와대 개각이 임박하고 있다. 최근 세월호 참사 등 안팎으로 중대한 위기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가 과연 어떤 방향의 개각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할 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을 각각 내정하면서 사실상 개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바 있다. 원래는 신임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개각을 단행하려던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사퇴하는 바람에 안보라인 담당자 임명이 보다 빨라진 것이 눈에 띤다.
“개각 그리 빨리 진행되지 않을 것”
이렇게 박근혜 정부가 다소 무리한 일정을 무릅쓰고 국가안보실장 및 국방장관을 임명한 데 대해 정계에서는 “현재 빈발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 위협과 급격한 동북아 정세 변화 가운데 안보라인의 공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청와대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안보라인이라는 다급한 불은 끈 상태이지만, 국무총리를 비롯한 개각의 시기 및 폭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볼 때 “개각 시기는 그리 빨리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증하듯,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총리를 임명한 다음 개각을 통해 국정 운영을 일신하고 새롭게 출발하려던 일정이 다소 늦춰지게 되었다”며 “하지만 국가 개혁의 적임자로 국민들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을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 검증을 충분히 진행한 다음 인선을 발표하고 청문회까지 마무리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내각 구성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정계 안팎에서는 국무총리는 물론 새로운 내각을 책임질 인물을 인선해 인사청문회까지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정이 완전히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6·4지방선거 결과 및 여파와는 관계없이 최소 1~2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인사와 관련된 문제로 크고 작은 진통을 겪어왔다”며 “여기에 최근 안대희 총리 후보자까지 전관예우 문제로 사퇴한 상황이라 개각 인선에 더욱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앞으로 이처럼 인사를 둘러싼 ‘구설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려면 그만큼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청와대 내부의 인적 쇄신의 윤곽이 드러나려면 7월 말까지도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정부의 인사 관련 상황이 일종의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는 시각이다. 정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가동할 수 있는 인재풀이 이제는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다”며 “김관진 국방장관을 ‘돌려막기’라는 일부 비판을 무릅쓰고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러한 딜레마의 반증 아니겠느냐”라고 보고 있다.
차기 국정원장 더 이상 매파는 곤란?
그렇지만 이러한 야권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실 김관진 국방장관이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것은 그리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김관진 안보실장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3년여 동안 국방장관을 맡아오는 과정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외교안보장관회의에 참여해 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외교·안보·통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대체하기 힘든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바로 대북 관련 안보 정책”이라며 “이렇게 북한과의 관계를 상당히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주역 중 한 사람인 김관진 국방장관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로 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측면에서 보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단 ‘급한 불’을 끈 박근혜 정부의 앞에는 보다 큰 숙제가 놓여있는 상황이다. 바로 국무총리는 물론 국정원장 후임 인선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시급한 해결 과제로 놓여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줄곧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른바 ‘뜨거운 감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거취 문제도 실로 만만치 않은 청와대의 고민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신임 국정원장에는 권영세 주중 대사·이병기 주일 대사·김숙 주유엔 대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황교안 법무장관도 국정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현 상황에서 황 장관이 신임 국정원장에 임명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권영세 주중 대사는 친박계 핵심 인물로 국회 정보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어 국정원 내부 사정에 상당히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전임 남재준 국정원장보다는 ‘강골’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약해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국정원에 대한 이미지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꼽힌다. 한편 김숙 주유엔대사의 경우 국정원 제1차장을 지낸 경력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이와 아울러 대북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에 경험이 많아 국정원을 무리 없이 이끌 인물이라는 평이 많다.
이병기 주일 대사는 2007년 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어 이른바 ‘박심’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정보 및 외교안보 정책 관련 경력에 대해서는 물망에 오른 다른 인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최근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가에서는 국정원장 내정자의 뚜껑을 열어보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문수 국무총리 제안 받을까?
한편 최근 야당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후 아무래도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겠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인사 스타일을 볼 때, 청와대 및 내각 개편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김기춘 실장이 비서실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아직까지 우세한 편이다.
이와 아울러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전격적으로 사퇴한 뒤 답보 상태에 접어든 개각 작업은 6·4지방선거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치인 가운데서 지명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동안 널리 제기되어 온 “국무총리를 법조인이 독식한다”는 비난을 극적으로 피할 수 있는 데다 ‘관피아’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관료 출신 총리도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무총리 후보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이인제 의원·최경환 의원·황우여 의원·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이인제 의원이 상당히 강력한 후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김문수 전 지사는 3선 의원과 도지사를 역임해 정치력과 행정력을 완벽하게 겸비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32평형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청렴한 정치인의 상징으로 꼽힌다는 점도 향후 청문회 등에서 문제없이 통과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김문수 전 지사가 국무총리 임명을 과연 받아들일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김 전 지사가 국무총리직을 ‘거물’로 자리 잡기 위한 교두보로 볼 지, 아니면 경력에 흠집이 날 수 있는 ‘무덤’으로 볼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김문수 전 지사 앞에 놓여있는 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선 7월이나 10월 재·보선에 나가 원내에 진입해 새누리당에서 기반을 쌓는 방법이 있으며, 또 하나는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며 전국적인 지명도를 끌어 올리는 방법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평론가는 “현재 국무총리의 위상이 낮은 편인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이회창 총리의 사례처럼 대권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며 “김문수 전 지사가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으면, 차기 대권 주자군이 척박한 현 여당의 상황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상황 때문에 이인제 의원의 국무총리 임명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황우여 의원이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보다는 개성이나 안정성 면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가의 견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더욱 ‘안전’을 추구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라는 불상사로 인해 사전 검증이 더욱 더 강화되는 바람에, 오히려 새로운 인물보다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는 안전한 인물들이 훨씬 주목을 받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줬듯 파격적으로 인재 풀을 넓힐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청와대나 내각에서 박 대통령에게 능력을 인정받거나 예전에 청문회를 통과해 검증을 받은 바 있는 소수의 인물군이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에 단행한 인선을 보면 예의 ‘잘 알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인물·한번 써본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인사 패턴이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 높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