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창극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책임총리제’와 관련해 “그런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창극 내정자는 11일 오전 서울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마련된 사무실에 첫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총리제’와 관련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책임총리제’란 국무총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대통령에 집중돼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고자 한 제도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이 같은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만기친람’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총리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국무총리 내정자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밝힘으로써, 결국 문창극 내정자 또한 ‘관리형 총리’ 또는 ‘대독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설마 문창극 총리 내정자가 책임총리제가 뭔지 몰라서 그런 말을 했으리라 믿지 않는다”면서 “오만한 자세다. 책임총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대한 의도적인 동문서답으로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장고 끝에 총리 후보자의 ‘문’을 열었더니 이 정도면 ‘참극’”이라며 “벌써부터 국민 여론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니 앞일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고 우려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책임총리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겠다며 만든 정치쇄신안의 핵심이었다”며 “문창극 내정자는 어제 임명받았다면 총리직에 대한 헌법학자들의 견해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정도는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하고 출근했어야 했다”고 총리 자질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눈앞이 캄캄하다. 진짜로 몰랐을 리 만무하다”면서 “그런데 지금 이 시국이 시시껄렁하게 농담이나 주고받을 때냐”고 일갈했다.
홍 대변인은 “청와대에서는 소통과 화합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장고 끝에 기자 출신을 내정했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첫날부터 드러낸 소통능력이 고작 이 정도라니 국민정서를 전혀 헤아리지도 못하는 후보자 앞에서 우리 국민들의 심경이 그야말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고 개탄했다.
홍 대변인은 이어, “심지어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충격과 공포’라는 평이 나오는 이번 인사에 대해 오직 ‘인사청문회’ 통과에만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라며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국무총리를 검증하기 위해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이지, 어떻게든 인사청문회만 통과해보자고 후보를 세우는 게 아니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홍 대변인은 이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혹시 거듭된 낙마사태에 어떤 자리인지조차 잊은 채 부랴부랴 인사청문회 통과에만 초점을 맞춰 후보자를 지명한 것 아니냐”고 거듭 물으며 “문창극 후보를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역대 최악의 인사 참사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더 늦기 전에, 더 분열과 혼란만 초래하기 전에 즉시 지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