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연정(聯政)에 거는 기대
남경필 연정(聯政)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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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에서 신승을 거두고 경기도지사 취임을 앞두고 있는 남경필 당선인의 파격적 행보가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경기도정에 대한 야당과의 연정(聯政)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정치사에서 연정이 처음 시도됐던 것은 지난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였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김종필-박태준 등과 이념을 초월해 연합을 이룸으로써,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DJP(T)연합은 정권교체를 이루는 이상으로 국민의정부 국정운영에까지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선거연합 수준에서 그침으로써, 연정은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실질적 국정운영에서의 대연정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제안했던 바 있다. 지역주의 극복이 평생의 숙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위해 선거구제를 포함한 선거제도의 개편을 받아주면 총리와 내각을 한나라당에 내주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표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대연정을 제안했던 노 전 대통령은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준비돼 있지 않았던, 그리고 양쪽 진영 모두 정서상 거부감이 컸던 대연정 제안은 그렇게 폐기처분 돼버리고 말았다.

중앙정치에서는 이처럼 실험과 실패로 돌아가긴 했어도 몇 차례 연정이 시도된 적이 있었지만, 지방정부에서 연정을 시도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경남과 수원, 성남, 고양 등 야권이 단일화를 이뤄 승리한 지역에서 구성된 ‘공동지방정부’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이들은 ‘민주-진보-개혁’의 연합형태였지, 이곳에 보수가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남경필 당선인이 추진하는 연정은 다르다. 이념적 적대 관계에 있는 세력까지 아우르며 도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경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도지사가 된다면 야당 출신의 야당 추천을 받은 분들을 함께 의사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시키도록 하겠다. 부지사가 될 수도 있고, 정책특보가 될 수도 있다”고 공언했었고, 당선된 이후 약속을 지켜 “야당을 품고 소통하는 통합의 도지사가 되겠다”면서 사회통합부지사에 야당 인사를 등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경필 당선인은 이제 갓 지천명(知天命)에 접어든 나이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젊은 패기를 앞세워 물불 안 가리고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과 비전을 남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5선의 여당 중진 국회의원을 지냈을 만큼 풍부한 관록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관록이 풍부하면서도 젊은 개혁적 소장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그래서 국민들도 그의 실험이 실험으로 그치지 않길 바라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도 그가 추진하는 연정이 경기도에서 성공적으로 싹을 틔워 중앙정치권으로까지 번져갈 수 있길 소망한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논란으로 시끌시끌한 요즘, 남경필 당선인이 전해주고 있는 소식이 그나마 반가울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도 이런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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