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구를 위한 대형관, 의류 사업 나날이 번창
날씬하고 아름다운 것이 지구촌 최고의 미덕으로 칭송받는 요즘, 뚱보들은 찬밥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심지어 뚱보의 설움은 인권침해 수준을 넘나든다. 영화관 좌석, 비행기 좌석, 버스, 심지어 놀이기구를 타더라도 큰 사이즈와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배려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있기는커녕 사이즈에 맞지 않는 이들이 오히려 외계인 취급당한다. 어느 나라이건 그 나라 국민의 신체 사이즈를 평균화 해 그를 기초자료로 삼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평균' 축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난감한 일을 당하기 쉽다.
뚱보들이 당하는 설움은 단지 규격화뿐만이 아니다. 비만을 유독 혐오스런 눈길로 바라본다. 다른 사람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체구에 쏠리는 시선, 특히 뭔가 먹음직스런 음식을 잔뜩 먹고 있기라도 하면 노골적인 조소가 스치곤 한다. '저렇게 먹어대니 저 지경이지...'
그러나 최근에는 뚱보에게 유난히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호의적인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비만자가 무시할 수 없는 숫자로 증가하자 이들을 겨냥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비만 마케팅' 고개 숙인 남자에게 비아그라를 만들어 팔고, 예뻐지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성형수술을 권장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면 뚱보에게는 살 빼는 약을 권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00% 비만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 사정이 그러하다면 비만자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대박을 꿈꾸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이러한 틈새전략은 유효해 미국인구의 30%에 해당하는 620만명의 비만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미국의 비만 마케팅은 비행기 좌석에서부터 대형관 제조까지 매우 다양하다. 관 제조업체는 기준 폭 61㎝의 두배에 이르는 110㎝ 크기의 관을 판매 히트를 기록하고 있으며, 아메리칸 항공, 블루젯 항공 등은 뚱보전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내좌석 한 열을 떼어내는 보수공사를 거치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의류시장이다. 의류매출의 23%가 비만자에게 팔려나간다는 것이 알려지자 뚱보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디자인이 변경되기 시작한 것이다. 의류업체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는 생명과도 같다. 때문에 과거에는 뚱뚱한 모델이 자사 브랜드를 입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 사이즈만 취급하는 브랜드가 잇따라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품 업체에서는 비만의 원인이 되는 식품군을 제외한 메뉴를 선보이면서 비만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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